차체 강성은 차의 안전과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차체 강성이 높으면 충돌사고시 안전공간을 확보하는데 유리하다. 또한 차가 회전하거나 충격을 받을 때 차체 비틀림이 현저하게 낮아 더 우수한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다. 안정된 차체는 스티어링 반응, 즉 핸들링 특성도 한층 더 정교해 진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차체 강성을 높이는데 힘을 쏟는 이유다.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하고 스폿용접 대신 구조용 접착제를 사용하면 차체의 강성은 크게 높아진다. 또한 차의 무게를 줄이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렉서스 ES는 이같은 방법으로 우수한 차체 강성을 확보한 모범 사례다. 렉서스 ES는 2012년 지금의 6세대로 진화하면서 차체 강성을 크게 높였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소재. 초고장력 강판과 알루미늄을 적극적으로 썼다. 두 번째는 철판을 짝짓는 방식이다. 레이저 스크류 용접으로 기존 스팟 용접의 빈틈을 메웠고 접착제 적용범위를 넓혔다.
렉서스는 ES의 차체에 부위별로 440~1,620메가파스칼(MPa)의 초고장력 및 고장력 강판을 썼다. 일반 강판보다 단단하되 가볍다. 차 바닥엔 바둑판무늬, 엔진룸과 트렁크엔 V자 모양 강철 빔을 겹겹이 짜 넣었다. 스폿 용접 접점도 앞문 주위는 이전의 78에서 93, 뒷문은 66에서 92곳까지 늘렸다. 양산차를 경주차로 개조했다고 해도 좋을만큼의 강성을 확보했다.
스폿 용접은 접점을 통해 두 가지 다른 철판을 이어붙이는 개념이다. 반면 ES에 쓴 구조용 접착제는 선의 개념이다. 스폿 용접은 점과 점 사이에 비는 공간이 생기지만 구조용접착제는 비는 공간 없이 단단히 밀착시킬 수 있다. 그만큼 진동이나 비틀림에 강하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자동차용 접착 시장규모는 2017년 8억5,2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렉서스는 자동차 업계 최초로 레이저 용접을 도입한 브랜드로도 알려져 있다. 차체 강성을 높여 다이내믹한 성능을 부각시키기 위한 묘안이었다. 현재의 LS가 신호탄이었다. 렉서스는 ‘레이저 스크류 웰딩(Laser Screw Welding, 이후 LSW)’이라고 한다.
기존의 스폿 용접은 강한 전류로 고열을 발생시키는 아크방전을 이용한다. 공장 관련 영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고열 때문에 철판의 접점이 녹으면서 변형되는 단점이 생긴다. 가열해서 녹인 뒤 붙이는 방식이어서 2~3초의 시간이 걸린다. 반면 레이저 용접은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또한, 융점만 정교하게 조준해 쏘기 때문에 변형이 적다. 특히 3~4장의 패널을 붙일 때 효과적이다. 스틸끼리는 물론 알루미늄 패널끼리 붙일 때도 효과적이다.
또한, 기존 용접은 집게처럼 철판을 양쪽에서 짚어야 했다. 양극에 전류를 흘려 열을 내는 까닭이다. 반면 LSW는 그냥 쏘면 된다. 따라서 차체에 붙어 있어 기존 방식으로 용접할수 없는 부위까지 쓸 수 있다. 현재 렉서스는 아크 용접을 기본으로 하되 강성 확보가 필요한 부위에 추가로 LSW를 한다. 기존 용접 스폿 사이사이를 LSW로 촘촘히 잡아주는 식이다.
렉서스가 LSW를 적극 도입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생산 공정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LSW를 쓰면 소요시간도 훨씬 줄어들 뿐 아니라 차체 제작 라인의 길이를 40%나 줄일 수 있다. 제작 공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또한, 용접 로봇과 차체의 물리적 접촉이 없다. 로봇 팔 끝의 스캐너로 위치를 확인하고 레이저를 반짝 쏘면 끝이다.
그 결과 ES의 운전감각도 이전의 5세대와 확연히 달라졌다. 단박에 와 닿는 차이는 손맛이다. 보다 선명히 움직이고 민첩하게 반응한다. 차 앞부분이 움직임, 즉 회두성이 매우 좋아졌다. 차선을 바꿀 때도 빠르고 단호하게 움직인다. 드라이버가 확실하게 차를 통제하고 다룬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운전자가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 즉 운전의 즐거움을 맛깔나게 확보했다는 의미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