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08766

88kw의 전기모터는 공차중량 1445kg의 무게를 소리 없이 가볍게 끌고 갔다. 120마력에 해당하는 힘이지만 스포츠모드에서 가속하면 스포츠카 저리 가라 할 과격한 힘을 보인다. 중저속에서도 큰 힘을 순식간에 뽑아내는 전기차의 특징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현대차가 18일 제주에서 공개한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먼저 출시됐고 전기차 버전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18일 제주에서 개막한 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 공개됐다. 시판은 오는 6월부터. 1회 충전 주행거리 180km 이상의 성능을 갖춰, 제주도를 일주할 수 있다고 현대차는 소개했다.

충전단자는 왼쪽 앞뒤로 두 곳을 마련했다. 좌측 뒤편에 DC 차데모 방식의 급속충전구가 있고 앞쪽에 AC단상 5핀 방식의 완속 충전구가 있다.

DSC08680

아이오닉 일렉트릭 발표가 끝나고 바로 시승 기회를 얻었다. 엔진룸을 열면 88kw 모터와 기존 12V 납배터리가 함께 있다. 신구의 조화라고 하기엔 너무 어색하다. 최첨단 전기차에 납축전지라니. 실내의 이런 저런 전기장치를 위해선 납축전지도 아직은 필요하다.

resize_SAM_2102

퀼트 무늬를 넣은 시트가 고급스럽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전자식 변속버튼이다. 기존 변속레버를 없애고 대신 버튼을 배열해 변속하게 만들었다. 버튼 뒤로 손을 자연스럽게 놓을 수 있는 마우스 같은 받침대를 설치했다.

주행모드는 노멀 컴포트 스포츠 3개 모드를 적용했다. 주행 모드가 변할 때마다 계기판 컬러도 화이트, 그린, 레드로 함께 변한다. 계기판 색깔만으로도 주행 모드를 판단할 수 있는 것.

DSC08714

스포츠 모드는 놀랍다. 이 작은 전기차가 버튼 하나 눌렀을 뿐인데 순식간에 고성능 스포츠카로 변한다. 엔진 소리는 없지만 빠르고 힘 있게 속도를 올리는 반응은 고성능 스포츠카에서 느낄 정도의 힘이었다. 소리 없이 강한 차였다.

28kWh의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는 차 뒷좌석 아래로 배치했다. 실내 공간이 넓어지고 무게 중심을 아래로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resize_SAM_2086

핸들 아래 달린 패들은 변속을 위한 게 아니다. 이 패들을 통해 브레이크의 회생제동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내리막 길에서 부드럽게, 혹은 중간, 강하게 3단계로 회생제동시스템을 가동해 상황에 맞게 효율을 조절할 수 있는 것.

스티어링 휠은 가볍게 돌아가고 가속페달도 저항감 없이 가볍게 밟혔다. 여성들이 좋아할 부분이다.

NVH에 상당한 정성을 기울인 듯 보인다. 주행하는데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거의 없었다. 때마침 비가 살짝 내려 길이 젖었지만 추척이는 소리도 없었다. 100km/h 전후까지의 속도에서 훌륭한 가속성능과 조용한 실내가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DSC08768

운전석에는 무릎 에어백이 들어가 있다. 전체적으론 7개의 에어백이 승객을 지킨다. 자동긴급제동시스템과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시스템, 주향조향 보조시스템으로 구성된 세이프티 패키지는 Q 트림에서 170만원을 주고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실 구매가격은 N 트림기준 2000만원부터 2500만원 사이로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가장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지역은 지자체 보조금으로 8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순천 지역이다. 서울은 2,400만원, 제주는 2,100만원에 살 수 있다.

DSC08727

적어도 한국에선 현대차가 움직여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 전기차 시장이 이제 본격적인 확대를 시작했다고 보면 될 듯하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출시하기도 전에 실시된 제주도 전기차 1차 공모에서 65%를 차지했다는 소식이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의 변화는 변방 제주에서 소리 없이 시작되고 있다. 소리 없이 강한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함께.

오종훈의 단도직입
라디에이터 그릴을 막아 놓은 모습은 어딘지 어색하고 억지스럽다. 좀 더 자연스럽게 녹여낼 디자인 역량이 없었던 것일까. 궁금하다.
룸미러 가운데를 가로질러 위 아래로 양분시키는 리어 스포일러는 여전히 거슬린다. 리어 스포일러의 필요성을 인정하다고 해도 왜 꼭 그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좀 더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
보증프로그램은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후퇴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배터리 평생보증을 장담했던 현대차는 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에선 10년 20만 km를 보증기간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이브리드를 통해 잔뜩 높아졌던 기대가 푹 꺼지는 실망감은 어쩔 수 없다. 애초에 기대를 높여놓은 건 현대차다.

제주=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