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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Q7이 완전군장으로 돌아왔다.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 버추얼 콕핏, 다운사이징한 엔진, 콰트로, MMI, 애플 카플레이, 프리 센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트래픽 잼 어시스트, 충돌회피 어시스트, 올 휠 스티어링, 7개 모드를 갖춘 드라이브 셀렉트, 전방주차까지 가능한 자동주차 시스템, 보스 3D 사운드 시스템 등 화려한 기술과 기능들이 탑재됐다. 적용가능한 모든 기술이 망라됐다. 놀라운 건 몸무게. 이전 모델 대비 무려 325kg을 줄였다. 몸무게 60~70kg의 성인 5명의 무게를 덜어낸 것. 완전군장을 했는데 무게는 더 가벼워진 것이다.

가벼워진 몸무게는 차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성능을 개선하는 효과를 부른다. 실제 출력이 높아지고, 기름은 덜 먹게 된다. 유해 배기가스 배출은 줄고, 심지어 브레이크의 제동력도 좋아진다. 몸무게를 줄이면 건강해 지는 건 꼭 사람만이 아니다. 자동차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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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SUV의 원조 Q7이 신형 모델로 교체됐다. 일찌감치 풀타임사륜구동 콰트로 시스템을 도입하며 입지를 강화해 온 아우디다. 하지만 SUV 시장에선 후발주자다. 90년대 들어서면서 시작된 SUV 바람을 타고 아우디는 Q7을 앞세워 뒤늦게 이 시장에 뛰어든다. 2005년의 일이다.

5,502 x 1,968 x 1,740(Q7 35TDI는 1,741)mm의 크기다. 평균 이상으로 길고 넓다. 큰 차는 조금 둔해 보이기 쉽지만 Q7은 오히려 날렵한 이미지다. 디자인의 힘이다.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를 슬림하게 배치했고, 수평으로 정리한 몇 개의 캐릭터라인을 견고하게 배치했다. 19, 20인치 타이어는 휠하우스를 꽉 채우며 당당한 파워를 암시한다.

큰 차는 둔하다. 유턴을 할 때 실감한다. 다른 차들 쉽게 돌아나가지만 5m가 넘는 차라면 중간에 후진 한 번은 필수. 하지만 Q7은 아니다. 회전반경 5.7m로 길이 4.7m인 아우디 A4보다도 짧다. A4가 돌아나가는 길이라면 Q7은 넉넉히 움직일 수 있는 것. 사륜조향의 효과다.

뒷바퀴가 시속 50km 미만의 저속 구간에서는 앞타이어와 반대 방향으로, 시속 80km 이상의 속도에서는 앞타이어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리어휠의 조향각은 5도. 직경 12m의 원형 구간을 안으로 돌아나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절대 돌아나갈 수 없을 것 같은 공간을 여유 있게 빠져나가는 느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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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앞 뒤 모두 넉넉했다. 뒷좌석 가운데로 센터터널이 살짝 올라와 있지만 워낙 공간이 여유가 있어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실내 공간이 아우디 전체 라인업중 가장 넓다고 아우디는 설명했다. 3열 시트가 좁은 게 함정이다.

최고출력 272마력의 힘을 가진 Q7 45 TDI를 먼저 탔다. 럭셔리카 특유의 품격 있는 조용함은 탑승객의 기를 누르는 고급스러움을 가졌다. 함부로 까불고 시끄럽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차분해지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다. 고급스러운 재질도 한 몫 한다. 밝은 계열의 가죽 시트와 가죽 핸들, 그리고 나무가 곁들여진 인테리어는 품격이 배어있다.
고속주행이 압권이다. 엄청나게 빠른데 그 속도에서 조용함을 유지한다. 잔잔히 차창을 가르는 바람소리가 들리는 수준인데 속도계는 “아주 빠름”을 말하고 있었다. 뒷 타이어에서 파고드는 잡소리 때문에 뒷좌석이 조금 더 시끄럽게 마련이지만 Q7 45 TDI는 뒷좌석마저 조용했다. 목소리를 높일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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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의 안정감도 놀랍다. 에어서스펜션은 울퉁불퉁한 오프로드에서도 흔들림을 크게 줄여준다. 공차중량 2,247kg의 차체는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2톤이 넘는 몸무게가 가볍게 느껴질 정도다. 놀랍다.

Q7 35 TDI가 시끄럽게 느껴진 건 45 TDI 탓이다. 최고출력 218마력의 힘이 부족한 게 아닌데, 45 TDI에서 막 바꿔 탄 운전자에겐 아쉽게 다가온다. 35 TDI 역시 가속이 힘차고 빠른데 자꾸 45 TDI와 비교하게 된다. 엔진 사운드가 실내로 살짝 파고드는 정도의 소리조차 거슬리게 들리는 이유도 마찬가지.

조금 거칠고 흔들린다는 느낌이 온다. 그래도 체감속도보다 실제속도가 빠르다. Q7 35 TDI만 탔다면 칭찬받아 마땅한 차다. 하지만 칭찬은 Q7 45 TDI의 몫이다. 문제는 차가 아니라 잔뜩 높아진 눈높이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은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다. 좌우측에서 끼어드는 차까지 인식해 속도를 조절하고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완전 정지까지 이뤄낸다. 한 발짝 더나가 트래픽잼 어시스트 기능까지 이어진다. 가속 제동 조향을 자동차 스스로 해 내는 것. 차로를 따라 스스로 조향까지 하며 교통 흐름을 따라 달린다. 핸들에서 손을 떼도 차선을 이탈하지 않았다. 시속 3km 이하에선 핸들에서 손을 완전히 떼도 스스로 조향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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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를 꺼도 긴급상황에서 제동이 일어난다. 아우디 ‘프리센스’다. 앞차와 내차의 속도, 차간 거리 등을 파악해 충돌 위기라고 판단하면 경고등, 경고음, 브레이크 페달 요동 등으로 경고를 하고, 제동에 나서는 것.

Q7은 운전자의 배고픔도 해결해준다. 음성인식 버튼을 눌러 “배고파!” 하고 말하면 주변 식당들을 검색해 예시하고 그중에서 선택하도록 한다. 핸드폰 전화걸기, 음악 선택 등도 음성명령으로 가능하다. 이제 독일차도 한국말을 알아듣는 시대다.

드라이브 셀렉트를 오프로드에 맞추면 차체가 최대 60mm까지 상승해 최저지상고가 245mm까지 올라간다. 하드코어 오프로드까지도 공략할 수 있는 자세를 잡는 것. 고속주행에선 반대로 서스펜션이 30mm 차체를 낮춰준다. 상하 90mm까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최적의 주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27도 경사에서도 정지 후 출발이 가능하고 두 바퀴만으로도 험로를 탈출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가졌다. 1억 원 전후의 고가인 이 차를 몰고 아주 거친 오프로드에 들어설 수 있을까 싶지만, 어쨌든 일단 오프로드를 달리기로 마음먹는다면 제대로 험로를 극복해내는 재미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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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얘기했듯 완전군장의 대부분은 전자장비들이다. 굳이 부작용을 따지자면 운전자가 알아야할 부분, 선택해야할 버튼들이 무척 많아졌다는 것. 이 많은 기능과 장비들을 온전히 다 쓰려면 차량설명서를 정독하는 공부를 해야 하고, 실전에서 연습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언제 이 기능들을 다 쓸 수 있을까.

다시 몸무게 얘기다. 325kg을 감량했다고는 하지만 차의 무게는 여전히 2톤을 훌쩍 뛰어넘는 만만치 않은 무게다. 가볍다고 할 수는 없다. 이전 모델이 워낙 무거웠기에 이 정도의 감량이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판매가격은 Q7 35 TDI가 컴포트 8,580만원, 프리미엄 9,230만원, 프리미엄 테크 9,580만원이다. Q7 45 TDI는 프리미엄이 1억 1,230만원, 스포트가 1억 1,05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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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3열 시트는 최악이다. 버튼 조작에 따라 전동식으로 접히는 3열 시트지만 사람이 앉기엔 턱없이 좁다. 무릎공간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내비게이션 지도 화면은 차의 격에 맞지 않는다. 해상도도 거칠고 고급스럽다는 느낌도 없다. 쨍한 화면에 고해상도의 지도를 보여주는 게 1억 원 전후의 돈을 주고 이 차를 선택한 고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메이커에서 밝힌 이 차의 0-100km/h 도달 시간은 7.1초(Q7 35 TDI)와 6.5초(Q7 45 TDI)다. 마력당 무게비를 계산해보면 35가 10.2kg, 45가 8.26kg이다. 0-100km/h 가속 시간은 마력당 무게비에 1초 정도 전후로 수렴하는 게 일반적이다. 마력당 무게비 10kg이라면 9~11초 정도를 예상해 볼 수 있는데 Q7은 너무 빠르다. 차후에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