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AMG의 문지기, 메르세데스 벤츠 C450 AMG 4매틱

Mercedes-AMG C 63 und Mercedes-Benz C 450 AMG Pressdrive Portima

메르세데스 AMG C63과 C63S, 메르세데스 벤츠 C450AMG 4매틱은 모두 벤츠 C 클래스를 베이스로 만든 고성능 모델이다. C63이 476마력, C63S은 510마력의 파워로 수퍼카에 견줄만한 하이엔드급 고성능차라고 한다면 C450AMG 4매틱은 367마력의 힘을 가진 고성능 세단이다.

AMG가 별도 브랜드로 독립하면서 네이밍에서 벤츠라는 단어를 뺐지만 C450 AMG는 벤츠 브랜드에 남아 벤츠와 AMG를 모두 담은 이름을 쓴다. 굳이 구분하자면 C450 AMG는 극한의 고성능인 AMG를 조금 편하게 맛보기 위한 ‘입문자용 AMG’라 할 수 있다.

포르투갈의 알가르브 서킷에서 이들 3개 차종을 시승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C450을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큼지막한 삼각별 옆으로 뻗은 윙이 라디에이터 그릴을 상하로 나눈다. 다이아몬드 형상의 크롬핀 형상이 이 차만의 앞모습을 완성하고 있다. 점점이 박힌 크롬핀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4,720×1,810×1,450mm의 다부진 몸매다. V6 3.0 바이터보 엔진은 7단 변속기의 조율을 거쳐 367마력의 힘을 만들어 낸다. 공차중량 1,740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4.74kg이 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9초에 주파하는 가속성능을 보인다.

핸들을 완전히 감아 돌리면 2.4회전한다. 스포츠카에 어울리는 아주 예민한 조향비다. 스티어링휠을 조금만 돌려도 차의 반응은 크다. 두툼하게 손에 들어오는 핸들의 아랫부분을 살짝 다듬어 D컷 핸들을 만들었다. 핸들에서부터 다이내믹한 냄새가 물씬 풍긴다.

고급스러운 실내는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다. 변속레버를 핸들 아래로 올려 컬럼 시프트 방식을 택했고, 수동변속을 위해 패들 시프트를 배치했다. 센터페시아는 상단에 모니터를 돌출시켰고 송풍구와 몇 개의 기능 버튼이 있다. 그 아래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커맨드 컨트롤러가 자리했다.

가죽 시트와 대시보드에는 빨간 스티치로 포인트를 줘 인테리어의 단조로움을 피했다. 버킷 시트는 옆구리를 단단히 지지해준다. 코너에 공격적으로 달려들 때 드라이버의 몸을 충분히 지지해 준다. 드라이버의 자세는 차의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단순한 인테리어에 비해 스티어링휠 아래쪽은 복잡하다. 특히 왼쪽이 그렇다. 방향 지시등, 틸트 앤 텔레스코픽 레버, 크루즈 컨트롤 레버가 나란히 자리했고 그 위로 패들시프트의 –버튼이 있다. 덕분에 운전중엔 왼손이 제일 바쁘다.

부메스터 오디오는 최고의 카오디오 기기다. 질감이 뛰어난 사운드가 귀를 호강 시킨다. 문제는 주행환경이다. 빠르게 이동하며 늘 바람소리, 노면 잡소리와 마주해야하는 자동차의 주행환경을 생각한다면 미세한 소리까지 제대로 살려낸다는 하이엔드급 오디오는, 그게 어떤 차든 과하다는 생각이다. 차를 세워서 음악을 듣는다면 모를까, 이동 중에 듣는 오디오는 최상급보다는 적당히 고급이면 족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뒷공간에는 센터 터널이 높게 솟았다. 그래서 좁다. 3명이 뒤에 타기엔 짜증나는 공간이다. 뒤에는 두 명만 타는 게 좋겠다.

수퍼카에 버금가는 고성능 세단이지만 엔진은 차가 설 때마다 수시로 멈춘다. 고성능이지만 한 방울의 연료도 아껴 최고의 효율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정지상태에서 핸들을 돌려도 시동은 걸리지 않는다. 잠깐 이동후 다시 멈춰도 시동을 대체로 잘 꺼진다. 재시동 때의 진동도 크지 않았다. 오토스톱기능은 부드럽고 매끄럽게 잘 작동했다.

이동 중에 느끼는 노면의 자잘한 충격을 단단한 하체가 잘 걸러준다. 큰 흔들림이 없다.

고성능차를 타는 즐거움은 크게 두 종류다. 직선로를 달려 최고속도를 느껴보는 것, 그리고 코너를 찰지게 달리는 맛. 최고속도로 달리는 즐거움은 서킷에서나 가능한 방법이다. 합법적으로 이 차의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와인딩 로드에 올라서는 방법 밖에는 없다.

도로에 쩍 달라붙어 이어지는 코너를 공략하는 맛이 압권이다. 4매틱, 즉 사륜구동이어서 코너에서의 부담은 덜했다. 약간의 미끌림도 없다. 본드로 붙여놓은 듯 강한 구동력으로 노면을 박찬다. 방향선회는 즉각적이다. 부담스럽지 않다. 운전자가 조작하는대로 차는 충실하게 따라온다. 구동력 배분은 앞에 33%, 뒤로 67%가 간다. AMG 브랜드와 확연히 다른 부분이다. AMG는 후륜구동을 고집한다. 좀 더 다이내믹한 성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후륜구동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사륜구동으로 세팅해 조금 더 안정감 있는 주행을 보장하는 게 C450AMG 4매틱이다. 이 차를 AMG 입문자용으로 정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는 잔뜩 독이 오른 상태다. 가속페달을 툭툭 밟아 약을 올리면 어김없이 차체가 반응하며 달려든다. 페달을 밟기도 전에 차가 먼저 튀어 나가는 느낌이다. 너무 예민해서 조작하기 힘들 정도다. 특히 저속에서 가속을 시작할 때 그랬다. 차가 거칠어지는 만큼 더 조심스럽고 예민하게 조작해야 했다.

일반인이라면 스포츠나 노멀 상태에서 차를 다루는 게 한결 편하겠다. 스포츠 플러스에서 스포츠로 내리면 약각 숨이 죽은 느낌이다. 이 상태에서도 충분히 원하는 성능을 만날 수 있다. 쭉 가속을 이어간 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멀리서 들리는 총소리가 들린다. 산 너머에서 M16 소총을 연사하는 듯한 소리다. 재미있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선 서스펜션이 노면을 그대로 읽는다. 시트 바로 아래에 바퀴가 달린 느낌이다. 에코모드에선 한결 더 느슨해진 편안함을 준다. 차체가 아주 부드럽게 변한다. 그냥 C 클래스라고 해도 좋을 만큼이다.

브레이크의 반응은 빠르고 정확했다. 일반 C 클래스보다 디스크 사이즈가 큰 컴파운드 디스크를 적용해 좀 더 안정적으로 설 수 있게 했다. 빠른 속도에서 제동이 조금 부담스러울 때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였다. 고성능은 브레이크에서 시작되는 법, C450은 기본이 탄탄했다.

7단 변속기는 거친 엔진을 제대로 조율한다. 1단 기어비가 4.38, 7단은 0.73이다. 기어비 폭이 넓다. 1단에서는 상상 이상의 구동력을 보인다. 5단에서 1:1을 이루고 6, 7단이 오버드라이브 상태가 된다.

드라이빙 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플러스, 인디비듀얼 모드가 있다. 인디비듀얼은 차의 각 부분을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승차감 서스펜셔의 강도, 스티어링 반응 등을 하나하나 골라서 세팅할 수 있다. 차를 알고 즐기는 오너라면 이런 부분들을 세팅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크루즈컨트롤은 그냥 정속주행만 가능하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아니다. 앞차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빨간 경고등을 계기판에 띄우면서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차선이탈 방지장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초보적인 자율운전 장비들은 이 차에 어울리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운전자가 차의 모든 부분을 장악해 적극적으로 운전하는 고성능 스포츠카에 차가 알아서 판단하고 운전에 개입하는 게 성가실 수도 있다. 그래도 교통체증 구간에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아쉽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600을 마크한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만 2,300rpm으로 올라간다. 시프트 다운이 아주 빠르다. 조금 빠르다 싶은 속도에서도 패들을 이용해 다운 시프트를 하면 rpm이 순식간에 치솟으며 아랫기어를 문다. 그 맛에 자꾸 패들에 손이 간다. 힘 있게 달리고 싶은 거다.

엔진의 보어가 88mm 스트로크가 82.1mm로 쇼트스트로크 엔진이다. 빨리 달리기에 능한 고성능 스포츠카에 딱 좋은 엔진구조다. 가속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고회전 영역에 진입한다.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복합연비는 9.2km/L. 이틀 동안 183km 타고 난 뒤 계기판이 알려주는 평균 연비는 6.6km/L다. 시승조건이 가혹하게 가감속이 많고 높은 rpm 쓸 때도 많아 연비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에코 모드 위주로 부드럽게 다루면 공인연비 이상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AMG 마크를 붙인 스포츠카를 말랑말랑하게만 탈 수는 없는 법. 과감한 드라이빙을 포기할 수 없는 차다. 때론 연비를 포기해야 하는 이유다.

메르세데스 벤츠 C450 AMG는 벤츠 브랜드에 남은 AMG 모델이다. 굳이 브랜드를 따지자면 AMG브랜드가 아닌 벤츠 브랜드다.

AMG C63을 타보지 않았다면 C450 AMG가 AMG 입문용이라는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C450 AMG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할 만큼의 고성능을 맛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가속성능도, 코너에서의 성능도, 배기 사운드도 모든 영역에서 고성능 스포츠세단의 면모를 가진 차다. 하지만 이 차를 ‘입문용’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AMG 모델들을 타 본 뒤에나 알 수 있다. 500마력의 세계에 들어가는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인 셈다.

C63이나 S63, GT 등 상상 이상의 퍼포먼스를 가진 본격 AMG를 만나고 싶다면, 그에 앞서 C450 AMG를 먼저 만나보는 게 순서겠다. 판매가격 8,590만원도 2억원을 호가하는 AMG 주력 차들과 비교한다면 착한 편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센터 페시아에 돌출된 모니터는 볼 때마다 거슬린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큰 화면을 제한된 공간 안에 집어넣고 싶은 욕심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안전’은 그 어떤 기능이나 장비에 양보해서는 안 되는 최고의 기준이어야 한다. 돌출된 모니터는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 자리한 음성인식버튼을 눌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음성인식이 작동하지 않는 것. 유럽에선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한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벤츠는 한국에서 충분한 수익을 얻고 있지 않은가. 현지 시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