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는 달랐다.
BMW코리아가 소비자 보호와 관련해 획기적인 결정을 내렸다. BMW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자동차 화재사고와 관련해 공식 서비스센터를 이용한 경우 전액 현금 보상을 마쳤다고 4일 밝혔다. BMW는 한 발 더 나아가 앞으로 대외비인 정비기술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 공식 서비스센터가 아닌 외부 정비업체에 자사의 정비 노하우를 공개한다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모든 공식 서비스센터에 국가 공인 기능장을 배치해 기술적으로 어려운 정비에 대처하게 하는 ‘마이스터 랩’ 제도도 시행에 들어간다고 했다.
BMW는 지난해 7월 이후 발생한 10건의 화재 차량중 4대를 보상했다. 대상 차량 10대중 공식 서비스 이용차량이 5대였지만 이중 1대는 보험처리가 완료된 상태여서 이를 제외한 4대를 보상했다는 게 BMW 관계자의 설명이다. BMW는 해당 차량4대의 감가상각을 평가하고 고객과의 협의를 통해 현금으로 보상을 마쳤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공식 서비스센터를 이용한 모든 차가 실질적인 보상을 받은 셈이다.
공식 서비스센터를 이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상에서 제외됐다. 보상받지 못한 차중에는 보험으로 전손 처리된 이후 다시 중고차로 팔린, 이른바 ‘부활차’도 있었다. 이밖에 보조 배터리 장착 및 배선 개조, 엔진 개조, 불량 DPF (디젤미립자필터) 부품을 사용한 경우가 있어 이 같은 문제가 화재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BMW는 추정했다.
BMW의 이 같은 결정은 화재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일반적으로 이와 같은 경우 소비자원으로의 민원제기, 재판 등의 과정으로 이어져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보상을 받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재판을 통해 보상받게 된다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재판 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피해 구제는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BMW로서는 시간을 끌며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었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소비자 보호를 우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동차 제조사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줬다는 것.
외부 정비업체에 대외비로 분류된 자사의 정비 관련 정보를 제공키로 한 점도 의미가 크다. 연식이 오랜된 차들이 공식 서비스센터를 이용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그 혜택은 해당 자동차 소유자는 물론 외부 정비업체들이 받게 된다. 자사의 울타리를 고집하지 않고 그 바깥까지 배려한 셈이다.
BMW의 이 같은 조치는 당장 작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끝까지 책임지는 BMW’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브랜드 이미지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판매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공식서비스센터 이용을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더 넓게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관행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평소에 소비자 이익과 보호를 내세우는 자동차 회사들이 정작 고장이나 사고 등이 발생하면 나 몰라라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장 폭스바겐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디젤 엔진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지만 폭스바겐 코리아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고 소비자들은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중이다. 국내 업체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화재차에 대한 BMW코리아의 선제적 보상으로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와 유사한 사례를 처리하는데 큰 압박을 받게 됐다. 어떤 식으로든 좀 더 성의 있는 자세로 대책을 마련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BMW코리아는 그동안 바람직한 기업의 모습을 앞장서 보여 왔다. BMW미래재단을 설립해 주니어캠퍼스, 영 엔지니어 드림 프로젝트 등의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으며 교육과 산학협력 분야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다른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던 1998년 IMF때 오히려 한국 투자를 결정했고, 비싸다고 지적받아온 부품가격을 낮추는데 앞장선 것도, 국산차 업체도 하지 못한 드라이빙센터를 만들어 소유 차종에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게 한 것도 BMW였다.
BMW코리아는 이번 결정으로 ‘BMW는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였다. 소비자들이 BMW를 택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