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만 확보된다면 눈길 운전만큼 짜릿한 경험도 없다. 쭉 쭉 차가 미끄러지는 가운데 차를 컨트롤할 수 있다면 겨울이 무섭지 않겠다.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운영 중인 윈터 드라이빙 프로그램인 ‘스노우 베이직’을 수강했다. 이론 교육을 포함해 2시간에 걸쳐 미끄러운 눈길에서의 기초적인 운전 방법을 알려주는 과정이다.
등록하기 전에 운전 경력, 음주 여부를 체크한다. 초보 운전자나 음주자가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음주와 관련해서는 실제 음주측정기를 이용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눈길에서의 가속 제동 조향과 관련한 자동차의 물리적 특성에 대한 이론 교육을 마쳐야 트랙에 올라설 수 있다. 머리로 이해했다고 운전을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반복 학습을 통해 본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눈길에서의 제동과 슬라럼을 통해 눈길 운전의 감각을 익힌 뒤 원선회에서 교육은 마무리 된다.
스노 타이어를 장착한 BMW 428i 컨버터블을 타고 교육을 받았다. 눈길에서 사계절용타이어는 힘을 쓰지 못했다. 아무리 밟아도 타이어가 헛돌아 시속 30km를 넘기기 힘들었다. 핸들을 돌리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이리 미끌 저리 미끌 제대로 운전할 수 없었다.
스노 타이어로 교체하면 후륜구동의 취약함은 눈 녹듯 사라진다. 필요한 만큼 속도를 올릴 수 있고 차가 미끄러지기는 하지만 이를 이용해 조향도 가능했다. 브레이크는 완전히 강하게 밟으면 미끄러지지만 차의 상태에 맞춰 부드럽게 밟을 때 제동거리가 조금 더 짧았다.
또 다른 포인트는 DSC(dynamic stability control)와 DTC(dynamic traction control)의 차이를 이해하고 이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는 것. DSC는 엔진 출력을 제한하는 반면 DTC는 엔진 출력을 제한하지 않아 좀 더 높게 rpm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이용하면 드리프트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DSC 버튼을 길게 누르면 DSC가 활성화 혹은 비활성화 되고 짧게 누르면 DTC를 활성화 시킬 수 있다.
운전자의 시선 처리도 중요하다. 차가 가야할 방향을 운전자가 보고 있어야 차를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된다. 조금 일찍 스티어링휠을 조절해줘야 하는 것도 요령이다.
가능하다면 수동변속을 이용해 2단을 사용하면 좀 더 부드럽게 차를 다룰 수 있다.
‘윈터 베이직’의 최종 과정은 원선회. 스노 타이어+2단+DTC를 이용해 원선회 도전에 나섰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속도가 붙으면 심한 언더스티어링이 발생해 중심점에서 멀어지고 조향 타이밍을 놓치면 급격한 오버스티어가 나타난다. 20~30회 가량 시도 끝에 깔끔하게 두 바퀴를 성공적으로 돌 수 있었다.
차가 미끄러지는 순간 본능적으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이 실패 원인. 가속페달을 유지해 rpm을 2000~3,000 사이를 유지하며 스티어링휠을 조절하면 차가 멋지게 원을 그린다. DCT를 활성화시키면 rpm 유지가 안 된다.
스노우 베이직 프로그램의 진행 시간은 총 120분이며, BMW 뉴 4시리즈 쿠페와 뉴 MINI JCW 차량을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12만원. 예약은 BMW 드라이빙센터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일반도로에서 이를 시도하는 건 금물. 겨울엔 스노타이어가 가장 확실한 안전대책임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