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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피카소 석달 타기 1] 안팎의 반전, 크기와 공간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_주행 (2)

시트로엥 그랜드 피카소를 3개월간 시승한다. 차 하나를 온전히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 여유 있게 타보고 6회에 걸쳐 그 결과를 보고한다.

그랜드 피카소. ‘그랜드’가 먼저 읽힌다. 얼마나 크면 ‘그랜드’ 일까. 길이 4,600mm. 국산 준중형세단보다 짧은 크기를 ‘그랜드’로 포장했다. 게다가 세단 아닌 미니밴이다. 뻥. 대단하다.

두 번째 만나는 그랜드 피카소. 이렇게 작았나? 새삼스러운 크기다. 제법 크고 넓었다는 예전의 느낌. 뭐지?

반전은 실내에서 일어난다. 넓다. 아주 넓은 공간감, 확 트인 개방감이 물밀 듯 밀려온다. 4,600mm의 길이 안에 어떻게 이런 공간을 밀어 넣을 수 있었을까. 트렁크 바닥에 숨겨진 3열 시트. 접어 넣으면 넓은 트렁크를 만들고, 꺼내면 둘이 앉을 수 있는 시트가 올라온다. 둘이 구겨져 앉는 게 아니다. 충분한 좌우 폭을 확보했고 무릎공간도 약간의 여유가 남는다. 7명이 장거리 여행에 나서도 좋겠다. 물론 3열이 2열보다 조금 좁아서 불편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온전한 7인승인 건 분명한 사실.

2열 공간은 여유가 있다. 세단처럼 조금 뒤로 누운 듯 기댄 자세가 아니라 똑바로 앉은 자세로 엉덩이를 댈 수 있다. 편하다. 무릎도 여유 있다. 게다가 3개의 시트가 각각 독립되어 있다. 흔히 고문석으로 불리는 2열 가운데 자리도 온전히 한 사람을 위한 시트로 자리 잡았다. 그 자리도 편하다. 그랜드 피카소에선 그 자리도 더 이상 고문석이 아니다. 바닥 아래엔 작은 수납공간이 숨어있다. 신발이나 작은 소품을 넣어둘 수 있는 비밀 공간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엔 아주 넓은 센터 콘솔이 있다. 겉에서 보면 좁은 입구만 보일 뿐이다. 커버를 열면 깊은 공간이 드러난다. 해인사 해우소 만큼이나 깊어서 모든 잡동사니들을 싹 쓸어 담을 수 있다.

확 트인 개방감은 또 어떤가. 지붕은 한 장의 유리로 덮었다.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다. 2, 3열 시트에 앉은 이들이 반하는 부분이다. 비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 달빛 환한 밤에 그 매력은 빛을 발한다. 그랜드 피카소가 낭만적인 이유다.

2, 3열 승객이 글래스 루프에 탄성을 자아낸다면 아주 넓은 윈드실드는 운전석과 조수석을 위한 배려다. 아주 넓은 스크린 바로 앞에 앉은 기분. 창 밖 세상이 그 스크린을 꽉 채우며 다가선다. 선바이저를 위로 밀어 올리면 유리창이 그만큼 더 넓어진다. 눈에 들어오는 세상도 따라서 넓어진다. 탁 트인 개방감이란 바로 이런 것. 그랜드 피카소가 단연 갑이다.

공간의 효율도 중요한 포인트. 공간이 좁은 곳에선 피치 못하게 조수석을 거쳐 운전석에 오를 때가 있다. 변속레버 위로 발을 들어 올려 엉거주춤 건너가지 않아도 된다.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건너가는 사이에 아무것도 없어서다. 편안하게 건너가면 OK. 변속레버는 스티어링휠 우측 하단으로 올려놓았다. 장난감처럼 작은 막대기 하나가 변속레버다. 변속레버를 위로 올린 대신 패들시프트를 붙박이로 배치해 수동변속의 ‘손 맛’도 배려하고 있다.

작은 크기에 큰 이름. ‘그랜드’는 뻥이 아니었다. 시트로엥이 연출한 공간의 기적. 비결은 플랫폼에 있다.

푸조 시트로엥(PSA) 그룹이 만든 플랫폼 EMP2다. 이전 세대와 같은 길이의 플랫폼이지만 휠베이스는 2,840mm로 더 길어졌다. 휠베이스가 확대되면 실내 공간을 그만큼 더 넓게 확보할 수 있다. 3열은 원터치 수납형 좌석으로, 필요에 따라 시트를 수납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다. 탑승자의 편의를 고려, 뒷문의 크기와 열리는 각도를 최적화하여 3열 좌석으로 승•하차를 용이하게 설계했다.

1,825mm의 폭, 1,635mm의 높이도 차의 실제 공간을 확대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좁은 골목길 코너를 빠져나갈 때 차폭이 만만치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트렁크 공간은 총 645 리터에 달한다. 2열을 앞쪽으로 최대한 당기면 공간은 700리터 이상까지 늘어난다. 2열 좌석을 접으면 최대 1,843리터까지 적재할 수 있다. 원하는 대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는 다양성까지 확보한 셈.

4,600mm라는 길지 않은 크기에 담긴 넓고 효율적인 공간. 크기와 공간이 꼭 비례하는 건 아니다. 그랜드 피카소에 따르면 그렇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두툼한 옆 모습은 조금 아쉽다. 작은 사이즈 안에 넓은 공간을 만들어내야하는 최적의 비례를 찾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조금 슬림한 모습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스티어링휠 아래 배치한 변속레버는 얇다. 젓가락처럼 얇아 장난감같은 느낌이 참 낯설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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