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鉛, Lead)’은 우라늄이 붕괴되면서 생기는 최종단계의, 매우 안정적인 물질이다. 방사능 차폐제로 사용되고 역사적으로는 언제든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맹신 하에 많은 연금술사들이 메달렸던 원소이며 하루 8톤씩 납을 채굴해서 사용했던 로마가 결국은 시민들의 납 중독에 의해 몰락하게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자동차에 있어서도 ‘납’은 사용 용도와 의미가 특별했는데 몇 가지 사례와 생각해볼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유연휘발유 그리고 환경론자로 변신한 교수
1921년 GM 연구원들이 사(四)에틸납((C2H5)4Pb)을 쓰면 엔진노킹이 방지되고 밸브와 밸브시트(Valve Seat)의 접촉면이 보호된다는 것을 알아냈고 전세계에서 휘발유첨가제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공기 속의 납이 인체에 축적되면 세포 신진대사와 신경전달물질 교환을 방해하여 심각한 성장지연, 정신착란 등 공중의 건강문제가 발생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1990년대 부터 각국은 점진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1993년부로 유연(有鉛)휘발유 사용을 금지하였는데 그 전환의 과도기에는 주유소에서 무연/유연을 구분하여 판매하기도 했다.

이 정책변화는 미국 MIT Clair Cameron Patterson 교수가 수 십 년에 걸쳐 GM, 미국석유업계, 관료들을 상대로 끈질기게 투쟁한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최초, 페터슨 교수는 연구원 신분으로 방사능 연대측정을 하던 중 반감기 후 잔류물인 납의 측정값들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을 이상하게 여겨 오랜 동안 그 이유를 탐색하다가 유연휘발유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되었고  ‘Concentrations of Common Lead in Some Atlantic and Mediterranean Waters and in Snow’논문에서 문제를 공론화한다. 계속되는 돈벌이 집단들의 회유와 협박에 시달렸으나 초지일관 밀어부쳐 결국은 국가 관리제도까지 바꾼 환경론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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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EPA 명의로 재발간된 연구논문 표지는 그가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단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휘발유에 포함된 사에틸납 감소 추세와 사람 피의 납 축적도가 비례해서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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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출처 : http://yosemite.epa.gov/ee/epa/eerm.nsf/vwAN/EE-0034-1.pdf/$file/EE-0034-1.pdf)

■ 유연납땜과 무연납땜
납은 융융점(327.4도)이 낮은 편이고 전기 전도성도 좋은 편이어서 아주 오랜 동안 전기전자부품의 연결작업에 사용되어 왔다. 2006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참조되고 강제되고 있는 EU의 ‘유해물질제한지침(RoHS; Restriction of Hazardous Substances Directive)’은 제품 생산단계에서 납과 수은 등 위해물질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서 실제로 요즘은 가전기기와 기타 전자장치를 양산할 때 예전의 납(주석+납 합금)을 쓰지않고 무연납(주석+구리+기타 원소들의 합금)을 쓴다. 그러므로… 예를 들어 1990년대 초반 자동차와 최근 자동차에 있어서 전자장치들의 양산방법이 다르고 적어도 제작공정과 폐기물 회수공정에서 납은 배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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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흔한 납 배터리
흔히 사용되는 자동차배터리는 과산화납(PbO₂), 해면상납(Pb) 그리고 묽은 황산의 가역적인 화학반응을 이용해서 전기에너지를 충전한다. 작동상태가 나빠진 배터리에서 수소가스가 일부 외부로 누출될 수 있다는 점을 말고는 납이 영구 밀폐된 공간 안에 수납되어 있으므로 광범위한 오염우려는 없다. 그러나 여전히 제조단계에서 납이 사용되고 있음인데… 향후 수 백 A급 대전류를 취급할 수 있는 경제성있는 대안들, 예를 들어 ‘리튬인산철 배터리’ 같은 것들의 가격이 내려가고 더 보편화된다면 ‘납 배터리’는 자연스레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 심지어 납으로 만든 무게추를

휠의 정적 밸런스, 동적 밸런스를 맞추는 용도의 무게추도 납으로 만든다. 그런데 그것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납을 만져야하니 좋을 것이 없다.

■ 그리고 납 브레이크와 납 타이어
자동차와 납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문제점 두 가지. 우선 일산화납(PbO)은 타이어 제조시 탄성도를 결정하는 고무가황(Vulcanization, 실제로 황을 결합하는 작업) 촉진재의 보조제(Activator)로 사용된다. 그리고 다음 자료에서와 같이 비석면계 브레이크 패드에서 제조공정에서 사용되었던 납이 검출되고 있다함은 아무래도 브레이크와 타이어에 있어서 자동차 엔진, 전자회로, 배터리에서와 같은 ‘납 사용 일체 배제’ 원칙이 널리 강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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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 환경부 문서, 출처 : https://fortress.wa.gov/ecy/publications/publications/1404034ko.pdf)

참고로 환경부 연구보고서(‘타이어 및 브레이크 패드 마모에 의한 비산먼지 배출량 및 위해성 조사’, 2012년, 수도권대기환경청)에도 다음과 같은 납의 유해성에 대해 심각한 언급이 담겨있다. (논문출처 : http://webbook.me.go.kr/DLi-File/091/018/005/5552787.pdf)

“브레이크 패드의 유해성분 분석자료는 국내의 경우 브레이크 패드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상태이며, 유럽의 문헌자료를 이용하여 국내 브레이크 패드에 대한 유해성분 양을 산정하였다. 그 결과, 납이 15,790kg, 수은이 13kg, 카드뮴이 19kg, 크롬이 3,047kg, 아연이 71,757kg이 산정되었다. 브레이크 패드 역시 아연이 많이 배출되었으며, 특히 납이 15,790kg으로 타이어에 72배 많이 배출되어 납에 대한 관리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주 : 양은 연간단위로 환산된 것임)

‘자동차는 많은 물질들이 집합적으로 결합된 덩어리’이므로 더 따지고 보면 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만지고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니까 나는 잘 모르겠고…  멋진 최신형 자동차나 살펴보자”라는 식의 외면은 산업계의 ‘돈벌이를 위한 은닉’을 조장하게 된다. 그렇게 관심없어 놓쳐버리게 되는 잠재적 위험들은 언젠가 이후 세대를 위협하게 될 것.

 

박태수(motordicdaser@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