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 둘만한 어떤 시나리오 하나.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가 운행할 때 회수된 전기에너지가 배터리에 보관된다. 배터리가 보관하고 있는 총 전력이 통상주행 후에도 남아돌 지경이라면? 그 남아도는 배터리 전력을 전력망에 물리기로 한다. 한 대가 아니라 수 천, 수 만, 수 백만 대가 그렇게 움직인다. 그러면 과잉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쓰는 것이고 결국 결국 발전소 발전량을 줄일 수 있다. 한편, 피크 타임이 아닌 시간 대(심야)에는 잉여 발전전력을 가지고 전기를 나눠준 자동차의 배터리를 재충전한다.”

이 운영로직은 피크 타임에 발전을 하고 전기가 남아도는 시간에 그 전력으로 물을 퍼올려 발전을 대비하는 양수발전소의 로직과 완벽하게 같다. 버리게 될 작은 에너지를 모으고 모아서 220V 전기를 만들고는 함께 나눠쓰자는 거창한 취지 아래 자동차와 전력망을 연동해서 에너지의 균등한 생산과 소비를 계획하는 것을 V2G(Vehicle to Grid, Grid는 통상 전력공급망을 의미함)라고 한다. 사례에 무관한 객관적인 계량방법론과 전력량 가치산정의 로직 그리고 실시간 정보 교환수단 확보는 필수. 이 V2G 시스템을 통해 버스와 같이 저장량이 큰 자동차는 저장량이 작은 몇 대 자동차들과, 또는 어떤 자동차 소유자가 시골집 주변에 솔라패널 설치하고 소규모 태양광발전사업을 하고 있는 홍길동씨와 전력을 거래할 수 있다. 잉여전력의 거래를 염두에 두고 자동차(Car) + 차익거래(Arbitrage)를 합성한 Carbitrage라는 용어도 사용된다.

 

v2g-전력연구원자료

(출처 :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보도자료, ww.kepri.re.kr)

 

일견… 짜투리 에너지를 모으는 작업의 지난함, 모은 에너지를 전력망에 맞게 변환하는 문제, 그것들을 계량하는 방법론, 모두가 수긍하는 절차 탐구 등 생각하고 고민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 먼 훗날의 황당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목하 진행 중이고 때가 되면 정말로 눈 앞의 현실로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다.

현재는 착안 및 일부 준비의 단계로서 이미 발전소~소비자를 통신망으로 묶고 전체 전력망(Grid)를 지능형 네트워크화하는 ‘스마트 그리드사업’ 시행, 개인에서 기업단위의 발전량 거래, 충전장치와 전기자동차의 연동통신규격(ISO-15118) 수립, 한국전력과 국내 메이커들의 ‘전기차 잉여전력 역전송’ R&D 등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쓰고 관리하기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시행되고 있다.

앞으로 더! 자동차산업 및 전력산업분야가 긴밀하게 협업하고 착실히 진행한다면? 그리고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수소자동차, 공압자동차, 심지어 바디패널에 전기에너지를 축적하는 자동차와 같이 에너지를 잠시 보관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자동차가 일반 자동차를 압도하는 시점이 된다면? 간단한 사회/경제적 합의만으로 즉시 확대 실행될 수도 있겠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나온지 이제 불과 100년이 조금 넘었다. 그간 날고 기는 형상과 기능으로 진화를 하였으되 환경문제가 앞길을 막고 있음을 깨닫고 과거 판단의 분기점 즉, 전기냐 석유냐를 고민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려한다. 극단의 비유겠지만 어찌보면 화석연료 자동차는 자본의 논리로 만들어진 것이니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배운만큼 좀 더 많은 것들을 풀어낼 수 있을 것. 최근에 본 현대자동차 광고 문구, “에너지를 소비하던 차가 에너지를 생산한다. – 수소연료”는 그리 멀지않은 미래의 ‘카비트리지’를 암시하고 있음이다.

박태수(motordicdaser@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