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ve by Wire’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바로 메이커들들이 전자 및 소프트웨어 제어기술력을 자랑하는 시절이다. 인공지능을 지향하는 기술발전의 트랜드를 생각하면… 말은 참 좋다. 그런데 이면에서는 전자화 비중이 많아진 만큼 급발진 사고((Sudden Acceleration Incidents)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렇듯 단정적인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하나의 논거, 급발진이 ‘Unintended’ 즉, 운전자 조작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라면 ‘사람에 의한 조작’보다 ‘장치에 의한 조작’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소비자보호원의 ‘자동차 급발진 사례조사 결과보고/소비자안전국’ 문서에 따르면 2008~2012년 5년 동안 평균 200건 정도의 소비자상담이 접수되었다고 한다. 다만, 이 통계는 접수건수를 정리한 것이지 전국적인 발생건수가 정리된 것은 아니므로 집계치 이상의 급발진 또는 유사 급발진 사례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 문서가 언급하는 이상작동 조건은 101개의 표본 중 주정차 또는 방향선회를 위해 브레이크를 밟거나 전진 후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생 32건(31.7%), 시동을 켜고 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 23(22.8), (주유나 세차, 신호대기 등을 위해) 잠시 정차상태 또는 정차 후 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 20(19.8), (골목이나 도로상에서) 서행시 발생 (20km/h 미만) 16(15.8), (고속도로나 국도에서) 고속주행시 발생 (20km/h 이상) 10(9.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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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급발진을 휘발유 차량이나 자동변속기 차량에 한정되는 이상증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디젤엔진 차량, 수동기어 중립상태에서 RPM이 4000까지 치솟는 유사 급발진 사례가 있는 만큼 급발진을 “모든 종류의 자동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광범위한 엔진 오작동”이라고 정의를 하는 것이 맞겠다.

그런데 왜 이런 엔진 오작동이 발생하는 것일까?

가솔린엔진은 흡입공기량 추종형 제어시스템을, 디젤엔진은 연료량 추종형 제어시스템을 사용한다. 둘은 사용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유일한 도구인 가속패덜의 조작각도에 따라 기본 RPM을 조정하고 다양한 부하조건에 맞는 세밀한 RPM 조정을 위해서 부속장치, 부속시스템들을 달아놓았다. 그리고 그 부속물들의 제어는 기계적인 방법론에서 전기/전자적인 제어방법론으로 대체되어가고 있다.

전기/전자적인 제어방법론은 1) 설계단계에서의 검증이라는 것 그리고 2) 실물제작이라는 것 두 가지 단계로 구분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전자는 많이 알고 있는 이들이, 고수준의 장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논리적으로 흠결이 전혀 없는 장치를 고안해내고자 하는 과정을, 후자는 Mass Production 과정에서 100% 완벽하게 장치들을 조립해내는 작업을 뜻한다.

100프로… 말이 그렇다는 것뿐. IT분야에서 소프트웨어 탑재형 전자기기들을 만들고 대량양산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바로, 설계품질과 생산품질은 전혀 차원이 다른 사항이다. 설계와 달리 대량생산에서는 즉시 발견되는 불량 또는 진행형 불량, 그리고 은닉된 불량들이 늘 존재한다. 즉, 출고단계에서 제 아무리 노력해도 결함을 완벽하게 잡아낼 수없는 만큼 ‘설계 = 생산’ 대등식은 절대 성립하지 않고 설계와 달리 출고 후에는 ‘사용환경 노출’이라는 가외의 요소까지 개입한다. 무지막지한 자원들을 쏟아붇고 딱 한 대를 만드는 NASA 우주선도 가끔식 폭발을 한다.

이해가 편한 한 가지 예. 가솔린엔진의 경우 사람 조작에 의해 개폐되는 공산기흡입밸브(Throttle Valve)가 기본적인 공기흐름을 제어하고 여기에 초기시동, 에어컨가동, 기타 부하량에 대한 대응을 위해 보조공기밸브(흔히 Idle Speed Control Valve라고 함)가 사용된다. 이 보조공기밸브는 전적으로 엔진제어기에 의해 관리되는데 만일 엔진제어기가 모종의 조건에서 밸브를 완전히 열겠다고 의도한다면 흔히 보는 냉간시동시의 RPM 이상으로 엔진이 고속회전할 수 있다. 마침 D-레인지 전환상태이고 정차를 위해 감속 중이며 운전자가 긴장을 늦추는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3000 RPM쯤, 대책없이 엔진이 돌아간다면? 운전자는 크게 당황할 것이고 실제 엔진출력 무관하게 충돌사고가 일어난다.

좀 더 완곡한 예. 엔진제어기 인쇄회로기판(Print Circuit Board)에 0.00001%의 확율로라도 진행성 침식(Galvanic Corrosion)이 일어났거나 부품이 아주 살짝 떠있거나 당초부터 입고된 회로부품에 불량이 있거나 등등의 생각할 수 있는 여하한 현상이 진행되었다고 가정한다. 엔진제어는 기본적으로 폐제어(Closed Loop Control)인데 마침 그 불량부분이 입력처리회로였다면? 엔진제어기는 실제 센서값과 다른 엉뚱한 입력값에 기초한 연산의 결과로 엉뚱한 값을 출력하게 될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 10이라는 연료량 분사가 이루어져야하는데 한순간 50, 100쯤 되는 연료가 분사될 수도 있다. 그외 프로그램 로직오류나 예외사항을 처리하지 못해서 나가 떨어지는 현상, 심지어 외부 접속자재나 센서류, 엑추에이터 등의 불량이란 변수도 있다. 어쨋거나 운전자 의지와 무관하게 RPM은 정신없이 치솟게 될 것이고… 쿵!

빈틈이 많은 인간들이 완벽하게 만들어넀다는 장치와 시스템이라… 생각컨데 엔진오작동에 관련된 여러 사건, 사고에 대해서 소비자 항변의 경로, 제조자 배상책임관련 법률의 존재, 급발진 원인 규명장치(EDR, 일종의 레코더) 부착이라는 수단들이 있지만 어찌보면 그것이 급발진 문제를 풀어 낼 핵심도, 완벽한 대책도 아니다.

관점을 달리하여… 기술적으로, 공학적으로 100% 품질을 담보하는 수 십, 수 백 만 대의 양산형 제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은 진리가 아닌가? 문제의 핵심은 정부, 자동차산업계 그 누구도 “제조물엔 늘 하자가 있다” 불변의 진리를 인정하지않는다는데 있다. 그 뻔한 것을 인정하지않고 즉, 한계선을 넘겠다는 의지가 없으니까 소비자를 무지몽매하다 간주하고는 그 앞에서 자꾸만 숨기게 되는 것.

오늘도 사례별 원인을에 대한 원인규명, 회피와  기만이 반복되고 있는데 차라리 급발진의 핵심대책은 어떻게 사후대처하고 어떻게 소비자에게 적절히 보상할 것인가에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현실은 미래에서 조차 답답할 듯하니… 이런 모든 것들은 자본가의 논리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겠다.

박태수(motordicdaser@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