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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빠르게 달려 볼 것. 그리고 차에서 내려 문을 닫고 차분히 되돌아 볼 것. 포드 쿠가를 느끼는 두 가지 방법이다.

한국 소비자들에겐 생소할 이름 쿠가. 포드의 중형 SUV로 포드가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디젤 SUV다. 이스케이프와는 쌍둥이 모델이다. 이스케이프는 미국판 가솔린 버전이고 쿠가는 유럽판 디젤 버전이다.

국내에선 ‘2016 뉴 쿠가’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미국 브랜드인 포드의 유럽 스페인 공장에서 제작돼 바다를 건너 한국에 도착한 쿠가를 영종도에서 만났다.

4,525X1,840X1,690mm로 중형 SUV로는 조금 작아 보인다. 하지만 실내는 성인이 타도 좁지 않다. 앞좌석과 무릎 사이에 공간이 남는다. 시트 포지션이 낮은 세단은 누운 듯 앉게 되지만 SUV는 똑 바른 자세로 앉는다. 제한된 공간이지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SUV의 장점. 센터 터널이 거의 없는 것도 공간 활용성을 높이는데 한 몫 한다. 오히려 조수석이 협소한 느낌을 준다. 센터페시아가 대시보드로 이어지는 부분에서 좌우로 날개를 펴면서 공간을 파고든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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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내비게이션 모니터가 낯설다. 아이내비가 제공하는 화려한 뷰다. 버드뷰, 드론뷰, 에어 3D 등 다양한 형태로 지도를 보여준다. 에어 3D를 택하면 진행 방향의 도로 앞 상황이 지도와 함께 실시간으로 보인다. 뭔가 색다른 느낌을 주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그만큼 실용적인가는 의문이다. 지도는 단순하게 표기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내비게이션 지도는 평면으로 표시되는 2D로 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의 주요 부분은 질감이 좋은 무광으로 처리했다. 번쩍이는 유광보다 훨씬 좋다.

디젤의 낮고 굵은 소리는 그러나, 시끄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조용했다. 새끈 거리는 숨소리를 실내에선 듣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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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L 듀라토크 TDCi 디젤 엔진이 올라갔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 1,860kg으로 운전자를 포함하면 2톤 전후의 무게가 된다. 공차중량 기준 마력당 무게비는 10.3kg, 토크당 무게비는 45.6kg.m가 된다. 가볍게 내달리기엔 조금 무겁지만 무게감을 실감하기엔 가볍다. 실용적인 중형 SUV로서는 딱 좋은 수준의 힘이라 하겠다.

주목해야 할 건 최대토크의 발생시점. 쿠가는 2,000rpm에서 최대토크가 발휘된다. 편안하게 움직이는 수준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것으로 그만큼 실용적이라는 얘기다.

습식 듀얼클러치 방식인 6단 자동변속기가 조율해 적정한 힘을 네 바퀴에 전해준다. 6단 파워시프트를 적용했다.1,000분의 16초 단위로 토크를 제어한다. 힘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편. 게다가 부드럽다. 쭉쭉 속도를 뽑아주는 힘은 아니지만 원하는 속도까지 안내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시속 100km에서 차분하게 다루면 1,800rpm 근처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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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건 고속주행성능이다. 극한적인 속도까지 끌어올렸는데에도 차체의 거동은 차분하고 조용했다. 고속에서 조용함을 느끼기 쉽지 않은데 세단도 아닌 SUV가 그런 경지를 보여줬다. 속도에 비해 바람소리도 낮았고, 실내에서 대화를 나누기에도 불편함이 없었다. 가장 놀랍게 느낀 부분 중 하나였다.

차가 멈추면 엔진도 따라 정지한다. 아쉬운 건 이 상태에서 핸들이 완전히 잠기는 것. 핸들을 돌려보면 시동이 다시 걸리면서 핸들이 돌아가는 게 아니라, 엔진은 여전히 잠을 자며 핸들은 완강하게 돌아가기를 거부한다. 엔진이 재시동 걸릴 때의 반응이 부드러운 건 의외다. 디젤 엔진이지만 부드럽게 다시 시동이 걸렸다.

안정감은 수준급이다. 유럽형 SUV답게 하체는 단단한 편이다. 노면 쇼크를 받을 때 받아치기 보다는 품어 안는 편이다. 단단한 서스펜션이 적절한 수준으로 충격을 흡수하며 편안한 승차감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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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가 밝히는 복합연비는 13.0km/L다. 3등급이지만 몸무게 2톤인 중형 SUV의 밥그릇으로는 작은 편.

핸들은 2.6 회전한다. 차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조향비다. 단단한 하체와 조화를 이루며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내실을 기한 차분한 SUV로 정리할 수 있다. 과장하고 현란한 기교를 앞세우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차를 타고 나서 더 큰 신뢰를 갖게 되는 이유다. 차에서 내린 뒤 비로소 진가를 알게 된다. 머스탱이 자극적이고 화끈한 맛을 보여준다면 쿠가는 조금 싱거운, 하지만 목을 넘긴 뒤 여운이 오래 남는 맛이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도로의 흐름을 타고 유연하게 차를 움직인다. 앞차와의 거리를 스스로 조절하며 움직인다. 속도를 정해놓고 ACC와 차선이탈 방지장치를 작동하고 움직이면 운전이 아주 편해진다. 브레이크와 핸들 조작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히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는 게 함정이다. ACC는 완전 정지하기 직전에 해제되고 차선이탈 방지장치도 차선 이탈을 100% 막아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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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충돌 감지 센서와 액티브 시티 스톱 기능은 최후의 보루다. 센서가 미리 도로를 스캔하여 저속주행 상황에서 충돌 위험을 감지하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을 경우에는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충격을 피하거나 최소화시킨다. 이 시스템이 작동된다면 좀 더 운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 위험한 순간을 피해야할 가장 큰 책임은 차가 아니라 운전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2016 뉴 쿠가는 트렌드와 티타늄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국내 판매 가격은 트렌드가 3,940만원, 티타늄은 4,410만원이다. 이는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가 인하된 가격으로 2016년부터는 가격이 다소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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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는 음성인식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싱크(SYNC™)2는 우리말, 한글을 인식하지 못한다.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면 “Please command…….”라는 다소 고압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판매가 크게 느는 만큼 포드코리아의 성의 있는 자세를 기대해 본다.
엄지로 작동해야하는 기어레버의 토글 스위치도 불편했다. 토글 스위치를 조작하려면 레버를 옆으로 비껴 잡아야 했다. 패들시프트도 없어 수동 변속을 하려면 천상 토글 스위치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사소한 불편이 아쉽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