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자동차 오디오는 1930년 미국 Galvin사가 소개한, 진공관이 잔뜩 들어간 모토롤라 5T71 라디오였다 한다. 이후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혼합형, 트랜지스터만을 쓴 경우, IC 소자를 쓰는 경우 등 대략 오디오 회로 변천사와 궤를 같이 하며 자동차 오디오가 발전해왔다. 특히, 1956년에는 크라이슬러가 ‘Highway Hi-Fi’라는 이름으로 자동차용 LP 플레이어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쉽게 흠집이 나는 레코드판들을 교환하는 일은 상당히 번거롭고 조심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것들에 비해 이후 사용된 작고 가벼운 카세트테이프는 얼마나 간편하고 또 대단한 솔루션이었을까? 수 십 년쯤 전에는 카세트테이프 재생 기능이 없는 라디오를 달고 다니던 자동차도 있었고 흔히 차 안에는 한 바구니쯤 테이프들이 있었다. 기본 장착 오디오가 별로였던 시절인지라 제대로 음악 좀 듣겠다는 사람들은 애프터-마켓의 고가 오디오로 바꾸는 일도 흔했던 시절. 오디오 교체하고, 스피커도 교체하고 PC통신을 이용해서 DIY정보도 교환하고…
(출처 : http://www.porsche.com/)
시간이 흘러 2008년이 되었고 스르륵! 갑자기 등장한 애플 아이폰이 IT산업 생태계를 급격히 바꾸기 시작한다. 점차 FM, CD 음원 등 멀티미디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변하면서 자동차 오디오도 이전의 ‘듣는 장치’에서 ‘보고 조작하고 즐기는 장치’로의 변화가 요구되었고 기왕의 ‘듣는 것’은 정보와 유희를 동시에 제공하는 ‘Infor-tainment’의 하위 구성요소가 되었다. 아직까지는 모든 자동차오디오에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인포테인먼트는 ‘정보 제공소스의 개념적 확장’을 의도하면서 전통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있어서 몇 가지 변화를 요구한다.
그것은 면적 대비 개수 제한이 있는 유형물 버튼들이 제거되고 전면에 내세워진 커다란 LCD패널의 화면 속 다양한 형상, 더 많은 개수의 소프트웨어 버튼이 제시되어야 함이고 오디오회로는 동등하거나 더 중요한 것들에 밀려, 뒤쪽으로 가야함이다. 사용자의 버튼 조작은 디지털 신호로 바뀌고 자동차 네트워크를 경유, 도대체 어디에 설치되었는지도 모르는 오디오시스템에 전달되어 소리가 들리는데 따지고 보면 이 순간의 자동차오디오는 더 이상 과거의 것이 아니다. 분명 시각적 실체를 구분하기가 모호한 점들이 있다. 센터콘솔에 있는 장치는 오디오 회로를 포함하는 다양한 시스템들의 인터페이스 면(面)일 뿐이고 우리에게는 “그 자리에 자동차오디오가 있었다”는 ‘인지의 관성’이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예전엔 음원기술이 자동차 오디오를 바꿨지만 이제는 LCD와 비주얼이 그 오디오를 대체한다.
웃기다 싶었던, 고리짝같은 자동차용 LP 플레이어는 물론 카세트테이프 재생 오디오조차 먼 옛날 것처럼 생각되는 세상. 아직까지는 CD 재생이 기본으로 제공되고 있지만 무선, 유선으로 MP3 등 외부음원을 연결하는 기능이 우선시 되고 그 이면에서 음원을 매체를 담아 보관하던 방법이 스트리밍 방법론에 대체되고 있으니 어쩌면… 10년, 20년쯤 후에는 ‘CD 재생기능이라도 있는 자동차오디오 실물’이 그리워질 수도 있겠다.
박태수 motordicdaser@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