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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하고 안전한 차’의 등가 이미지 볼보. 1927년에 설립되었으니 이제 몇 년만 더 지나면 그렇게도 어렵다는 ‘100년 기업’이 된다. 1999년 포드, 2010년 중국 체리자동차가 최대지분을 인수하는 경영환경상의 부침이 있었으나 표면적으로는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양한 모델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해왔다. 2014년 이후 세단(S)형과 웨건(V)형의 바닥면을 조금 높혀 가벼운 도심외곽 나들이를 염두에 둔 변형 모델들을 만들고는 ‘크로스컨트리’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 정체성
크로스컨트리 – 지나간 기억 속, 그 혁신의 아이콘은 1998년 이후의 XC70 크로스컨트리 모델이다. 지면에서 높게 떠 있고 스크래치 방지를 위한 사이드 가드가 배치되어 가벼운 험로주행을 대비하며 SUV보다는 익숙한 높이에 넓직한 적재공간까지 마련되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조용한 곳으로, 가벼운 가족단위 캠핑’을 의도하고 있음이 한눈에 들어오는 모델이었다. 도심과 들판의 양립을 생각하면서 ‘Cross-Country’라는 이름이 경탄스럽게 잘 어울린다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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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데?” 키를 건네받은 직후의 느낌. 이 2016년형 ‘S60크로스 컨트리’는 S60 세단을 아주 조금, 높게 포지셔닝했다는 것 말고는 딱히 특별한 것이 없다. 인치-업하고 서스팬션을 재세팅한, 껑충한 ‘세단’인지 진정 예의 ‘크로스컨트리’ 피를 받고 있는 것인지가 모호하다.

“왜 이럴까?” 아무래도 요즘엔 컴팩트 SUV와 각종 크로스-오버 모델 등 그 용도에 있어서 비교 가능한 것들이 많다. 즉, 시장 내 경쟁상품들이 많아져서 파이가 작아졌다. 볼보 기획자들은 XC70에서 형상화된 파격적인 정체성을 고수함보다는 일종의 옵션형 상품으로 최근의 크로스컨트리를 기획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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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10년 넘게 글로벌 플랫폼을 들고 나왔던 포드의 영향권 안에 있었고 정체성에 관련된 어떤 요소들은 포드의 글로벌 전략에 어울리지않았으리라. 그 때문인지 유리는 독일에서, 몇 몇 부품은 일본에서, 아마도 프레임을 포함하는 주요 부품들은 포드가 그리고 최종조립은 벨기에에서… 이런 식의 다국적 협업으로 시승차가 만들어졌다. 번호판 보호대에 적혀 있는 문구는 딱 맞는 말을 하고 있다. ‘Made By Sweden’. 볼보가 아니라 스웨덴에 방점이 찍혀있다.

■ 동특성

2.0리터 4기통 디젤엔진에 트윈 터보가 결합되었고 최대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 40.8kgf.m.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었다. 제시되는 연비는 15.3Km/l로 디젤차에 흔히 기대되는 수준이다. 오랜 거래관계에 있었던 Haldex사의 사륜장치(전륜위주에서 상황에 따라 후륜을 제어하는데 초점을 둔 방식)가 있는 모델과 시승차였던 전륜구동형 모델 두 가지가 있는데 시승차 기준으로는 매뉴얼에 나와 있는, 스포츠모드 등 주행특성을 달리하기 위한 조작버튼들이 생략되어 있다. 아마도 상시사륜 모델에만 예의 ‘전자식새시컨트롤 시스템이 적용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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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상태에서 가속패덜을 급하게 밟았을 때 약간의 반응지체가 느껴진다. 클리핑 유지를 위한 메커니즘이 풀 가속상태로 전환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일까? 주행 중 킥-다운을 할 경우의 응답성도 약간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변속기 고유의 동작특성이 아닐까 싶다.

직후의 가속력은 0~100km/h 실측치 약 9초로서 190마력 엔진, 2톤 중량을 생각할 때 충분하다 판단되고 특히 이후 속도에서 비교적 만족스럽게 꾸준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이렇듯 지치지않는 가속은 엔진 RPM에 맞는 8단 변속기의 단수 변환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이겠고 아무래도 작정하자면 연비를 높이는 수단이기도 할 것이다. 한편, 가끔식 노면을 타는 느낌이 있는데 출고 후 약 3,000km 주행 조건에서, 기본 장착된 미쉐린 광폭타이어(18인치, 50 시리즈)의 특성이 반영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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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호불호가 있으니 전체적인 외부 모양새를 언급할 바는 아니지만 커다랗게 보이는 차체 전면부에 비해 왜소한 듯 보이는 후면부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시각적으로 불안정한 느낌이 있고 생각보다 낮고 좁은 뒷자리 공간은 ‘크로스컨트리’ 단어에서 연상되는 넉넉함의 이미지와도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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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디자인에 있어서 레이아웃은 평범하고 구성요소들은 짐짓 투박스럽기까지 하다. 단, 그저… 볼보 설계자의 취향이 그런 것이다라고 이해되는 수준. 적어도 별별 장황한 아이디어들을 구현해놓아서 순간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일은 없다. 대략 모든 것이 표준적이고 직관적이며 늘 익숙한 곳에 있어서 10년쯤 전의 국산승용차가 익숙한 사람조차 오조작할 일 없음이 좋았다. 평범함이라는 키워드… 단언컨데 ‘인테리어 장광설’을 차동차 값어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에게 이 모델은 어울리지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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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요즘은 자동차에 있어서 가정에서와 같은 수준과 범위의 IT기술 접목이 대세이다. 그 가벼운 진행 단계인 LCD 표시장치와 입력장치 결합에 있어서 메이커마다 각기 다른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는데 볼보는 입ㆍ출력에 관련된 것들을 모두 센터콘솔에 몰아놓고는 중앙엔 Key Pad까지 마련해놓았다.

사실 수입차의 한글 인터페이스는 소비자, 판매업체들에게는 늘 고민거리이다. 조그방식은 답답하고 느리고 다국어 필기체 인식은 비용문제로 어려우니 그나마 이런 키패드방식이 글로벌 대응에는 유리하겠다. 터치스크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불편함이 여전하겠지만 나름 현실적인 아이디어라고 판단된다. 한글자판 만들어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인데 판매대수를 고려하면 너무 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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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과는 무관한, 나름 팬시한 아이디어로 SKIN 변경이 가능한 계기판이 눈에 띈다. 추정하건데 사각형 LCD패널 하나를 쓰되 그 위에 구조물들을 교묘하게 배치하고 각 섹션별 출력내용을 달리함으로써 마치 속도계, 온도계 등 여러 분할구간들이 독립적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으로 판단된다. 간단한 조작으로 에코,퍼포먼스, 엘레강스 세 가지 스킨을 설정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다 좋은데… RPM의 시인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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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 그리고 구매포인트
파워트레인, 디자인에 있어서 단맛과 같은 강점을 찾기가 어려웠으나 매뉴얼의 내용과 시승 중 잠깐씩 체험한 것들을 종합해보면 볼보의 ‘안전위주의 철학’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특히, ‘시티 세이프티’로 요약되는 다양한 안전조치들이 숨겨져있고 이런 것들은 중요한 구매 포인트일 것임에도 예비구매자 눈에는 잘 보이지않으니 매우 고심헀던 듯. 그래서 커다란 홍보문구를 붙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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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3점식 안전벨트를 고안한 회사 볼보. 그들의 안전대책은 (요즘은 너무도 당연한)사각지대감시, 주행 중 전방물체를 감시하고 능동적으로 감속하는 기능, 라인을 벗어날 때 핸들을 안쪽으로 살짝 밀어주는 기능, 일렬주차가 가능한지를 판단해주고 조향핸들 조작을 유도해주는 기능, 주차장  내 후진시 후면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감시하는 기능 외 생각할 수 있는 만큼의 것들을 포함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제는 “사고나는 순간을 대비한다”에서 “사고를 내지말라”로 안전의 범위를 확장했다. 이에 더하여…

보행자 충돌시 0.14초만에 재빠르게 후드를 들어올리면서 외부 에어백을 터뜨려 보행자충격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Pedestrian Airbag System이 포함되었다. Pop-up 보닛도 아니고 또 “자동차 실내가 아닌 실외의 사고까지 대비한다?” 이것은 안전에 대한 공세적 전략과 다름이 아니다.  사실, 이런 장치들 누구든 만들 수 있겠지만 언제든 만들 수 있다는 것과 볼보처럼 ‘천연덕스럽게’ 적용하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겠고 무릇 숨겨져있는 볼보의 ‘안전우선주의’가 무엇인지를 짐작케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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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다소 개념이 모호하고 밋밋하지만 모든 사람에 대한 안전을 담보하고 있으리라 기대되는 S60 크로스컨트리.

볼보가 생각하는 타겟마켓은 따로 있을 것이나 잠시 상상해보기로는… 완벽하게 캠핑장비를 꾸려 어른 몇 명이 함께 떠날 수 있는 모델은 아니고 그저 어린 아이를 키우고 휴일에 가볍게 방갈로, 콘도를 찾는 가족, 세단형 자동차보다는 약간 특이한 것을 찾는 이들, 예를 들어 평소에는 단촐하게 도심을 달리다가  최대 1.8톤 캠핑 트레일러를 끌고 싶은 사람 그리고 차량가격을 생각하면 숨겨진 안전대책들의 수준과 그 가치를 잘 평가할 수 있는 이들에게 맞는 모델이겠다. 이런 관점에서… 대략 “크로스-컨트리스”는 표방이고 기본적으로 ‘안전위주’ 도심형 모델이다. 적어도 이곳 저곳에서 ‘City Safety’를 강조하는 것 만큼은.

박태수(motordicdaser@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