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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익스플로러가 2016년형 신 모델을 내놨다. 여전히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큰 덩치가 분위기를 압도한다. 5m를 넘겨 5,040mm에 달하는 길이는 물론 높이도 1,775mm로 어지간한 성인 남자의 키를 훌쩍 넘는다. 여기에 2m에서 5mm가 빠지는 너비로 쫙 벌어진 어깨를 가졌다.

넓은 공간은, 그래서 당연한 결과다. 뒷좌석은 물론 트렁크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뒷좌석을 접으면 양문형 냉장고도 실을 수 있다니, 공간에 관한한 최고의 차라 할 수 있다.

몸무게는 또 어떤가. 공차중량 2,195kg. 풀사이즈 SUV라고는 하지만 엄청난 중량이다. 덩치로만 보면 천상 미국차다. 몸집이 큰 미국 사람과 잘 어울리겠다. 날렵한 자태로 아름다움을 간직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적당히 살이 붙어서 초기 비만에 해당하는, 그래서 넉넉한 인상을 풍기는 모습이다. 여유로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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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3리터급 엔진은 올라가야 어울릴법한데 놀랍게도 2.3리터 가솔린엔진이 이 큰 몸집을 움직인다. 더욱 놀라운 건 덩치에 비해 너무 작아 보이는 엔진에서 274마력의 힘을 뽑아낸다는 사실. 최대토크도 41.5kgm에 달한다. 기존 V6 3.5리터 엔진이 294마력에 최대토크는35.3kgm다. 2.3 에코부스터 엔진이 3.5리터 엔진보다 훨씬 더 큰 토크를 만들어낸다. 역전이다. 큰 덩치에 작은 심장, 거기서 나오는 놀라운 파워. 이 작은 엔진이 2.2톤의 무게를 가볍게 갖고 논다. 경이롭다.

다운사이징의 시대, 작은 엔진에서 큰 힘을 뽑아내는 건 모든 자동차 회사가 풀어내야할 숙제다. 포드의 해법은 에코부스트다. 가솔린 직분사 방식에 트윈터보차저를 더해 극한의 효율을 달성해냈다. 메이커가 밝히는 이 차의 복합연비는 7.9km/L.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겠으나, 가솔린 엔진이라는 점, 차의 덩치, 배기량, 여기에 더해 가솔린 엔진의 편안함 등을 감안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연비가 아닐까.

6단변속기를 다루는 건 일자형 변속레버. 변속레버에 수동기능이 없지만 패들시프트가 달려있어 문제될 건 없다. 원할 땐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수동변속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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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가을 산 속으로 차를 끌고 올라갔다. 급한 경사를 따라 외줄기 좁은 길엔 낙엽이 수북이 쌓여 미끄럽다. 사륜구동이 아니면 경사를 거스르기 힘든 상황. 하지만 인텔리전트 4WD 기능을 가진 익스플로러에겐 뻥 뚫린 고속도로나 다를바 없다. 거침없이 오른다.

포장도로에서도 사륜구동은 위력을 발휘한다. 계기판을 통해 네바퀴의 구동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보는 것만으로도 믿음이 간다. 눈으로 보여준다는 건 그래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지형관리시스템은 운전자의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준다. 모래길인지 풀밭인지 진흙길인지 포장도로인지만 운전자가 선택해 다이얼을 돌려주면 끝. 나머지는 차가 알아서 한다. 운전자는 그냥 평소처럼 운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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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내리막을 갈 때 사용하는 힐 디센트 컨트롤이 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강한 엔진브레이크 효과를 얻어 가속을 제어해 낮은 속도로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다. 이 역시 계기판을 통해 작동하는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급한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건 나름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일단 시도해 보면 스스로 가속을 제어하며 낮은 속도를 유지하는 게 신통방통하다. 궁둥이 토닥토닥 해주고 싶을 만큼 대견하다.

차체가 높다. 게다가 서스펜션이 단단한 편이 아니라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선 약간 흔들거림이 느껴진다. 좌우보다는 앞뒤 방향의 흔들림, 즉 피칭이다. 대신 일상주행영역에서 고른 노면이라면 승차감이 조금 더 좋아진다. 편안하게 차에 파묻혀 달리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2열 시트에는 에어백을 겸하는 시트벨트가 적용됐다.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띠가 순간적으로 부풀어 올라 에어백 역할을 하는 것.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2,500rpm에서 터지는 풍부한 토크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가속감도 좋다. 운전자의 몸무게를 포함하면 2.3톤에 육박하는 무게를 힘겨워하지 않고 가볍게 끌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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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열 시트는 버튼을 눌러 접거나 펼 수 있다. 접는 방식도 두 가지 형태로 트렁크 공간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220V 전원을 사용할 수 있는 소켓도 있어서 간단한 전기기기를 차 안에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캠핑 가서 전기밥솥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차 키를 차 안에 둔 상태에서 문이 잠겼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B 필러 바깥에 숫자패드가 있어 비밀번호를 누르면 문이 열린다. 오직 포드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능이다.

덩치가 크지만 주차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겠다. 어드밴스드 액티브 파크어시스트가 있어서다. 차가 커서 더 유용한 장치다. 평행주차는 물론 직각주차까지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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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m가 넘고 300마력에 가까운 힘을 가진 풀사이즈 SUV는 어느 정도 가격이 합리적일까. 포드가 제시하는 5,600만원의 가격이 비싸보이진 않는다. 고급을 앞세우며 겉치레에 치중하고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는다. 익스플로러는 물론 포드의 다른 모델들도 대부분 그렇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이다. 이런 저런 거품을 싹 걷어내고 꼭 필요한 기능들을 담아냈다. 현명한 고객들을 유혹할 충분한 매력을 가진 차, 익스플로러가 그랬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음성인식은 영어를 기반으로 한다.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면 작동방법을 알려주는 음성 설명 역시 영어로 알려준다. 영어 못하는 사람은 스트레스 받는다. 센터페시아의 정보창에도, 계기판에도 영어가 기본이다. 한글과 우리말은 아직 지원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고객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