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82년, 1만 대쯤 생산된 DMC(DeLorean Motor Company)의 DMC-12가 영화 ‘백투더퓨처’에 나온 이후 이 자동차는 오랜 동안 인구에 회자되는 모델이 되었다. 성능이고 뭐고 자동차 계보에 있어서는 참으로 독특한 개발컨셉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드로리안’, ‘드론’… 그래서 훨훨 날았던 것일까? 그래서 Gull Wing Door가 있었던 것이고? 짐짓 바보스런 연상 속, 이름마저 그럴 듯한 드로리안에 대해 문뜩 몇 가지가 떠올라 글을 적다.
1. “Handling by LOTUS”
“여보, 당신은 핸들링이 안좋아”라고 말할 때의 핸들링? “김과장, 이번 과제를 잘 핸들링해야지”의 핸들링? 굳이 이런 문구를 스티커로 만들어 드로리언의 창문에 단단히 붙여놓은 이유는?
DMC-12와 유사한 모양새를 가진 미드엔진 Lotus Esprit가 수 년 앞선 1976년에 소개되었고 DMC-12, Esprit 둘 사이엔 Ital Design의 주지아로가 있는데 매사 중개인이 있으면 거래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Lotus가 상용화작업을 지원했고 와중에 Esprit의 특별한 조향특성이 이식되었던 것이며 그들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시그니처로 남겨놓았다. 아마도 당시로서는 로터스 조향시스템이 가히 초감각적인 수준의 것이었나보다.
2. Lost in Transmission의 ‘Drowned DeLorean’ Episode
미국 히스토리채널의 방송프로그램. 매사 지나치게 긍정적인 Rutledge는 차분한 성격의 친구 Flanigen이 죽어라 말리는 상황임에도 고집 피우며 침수이력이 있는 드로리안을 실어온다. 복원만 하면 140Km/h로 달릴 수 있다는 막가파식 주장. 막상 리프트에 차를 올려놓고 살펴보니 프레임을 포함하는 모든 것이 부슬부슬 부서져내리고 있다. 심히 곤혹스럽다. 어쩔 수 없이 프레임만 살아있는 부품용 드로리안을 어렵사리 구하고는 당초 복원하려던 드로리안의 부품들을 분리, ‘섞어찌개식 드로리안’를 만든다. 그리고 148Kh/h로 달렸다라는 이야기.
방송 후 소감 – 나라, 인종을 불문하고 매니아들에게는 궁리할 수 없는 확신과 끝을 알 수 없는 집착같은 것이 있다. 미국에서는 어떻게든 오래된 부품을 구할 만큼 빈티지모델 복원관련 시장이 크고 정성들여 프로그램을 만들 만큼 사람들의 관심도 많음이다. 실제로 다양한 소재와 방식의 자동차 복원프로그램들이 소개되고 있다. 부럽다. 우리에게도 이런 독특하고 기념비적인 모델이 있으면 좋겠고 엉뚱한 사람들에 의한, 기기묘묘한 복원사례들이 종종 그리고 진지하게 방송에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 그때는 AR스피커처럼?
DMC-12는 출고시에 페인팅을 하지않았다. 그냥 Stainless Steel 껍데기 그대로 출고되니 정히 색을 입히고 싶으면 구매자가 알아서하라는 식이었단다. 이것은 1960년대 애드거 빌처가 설립한 AR(Acoustic Research)의 스피커 판매방식와 같다. 원목색상 그대로 출고되고 소비자가 알아서 채색을 해야 했다고. 때문에 오늘 날에는 ‘백통(하얀색 통) AR 스피커’가 귀하다.
같은 논리로 전 세계 남아 있을 DMC-12들 중 도색을 한 것과 아닌 것의 수가 다르고 그래서 둘의 가격차이가 있을 듯. 그나저나 왜 그랬을까? 어지간한 차 한 대에 1만 달러면 충분한 시장에서 2만 5천 달러 짜리를 팔아야 했고 작업비라도 공제해서 판매가격을 낮춰야했던 것인지 아니면 설계자의 의도가 본래 그러했던 것인지? 궁금하다.
박태수 motordicdaser@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