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사진)151104 제네시스 브랜드 런칭_정의선 부회장(3)

현대차가 아니라 제네시스다.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출범을 알렸다. 그동안 사용하던 ‘현대차’라는 단일브랜드에서 벗어나 ‘제네시스’라는 별도의 고급 브랜드를 만들어 세계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67년 회사 창립 이후 ‘현대’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달려온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추가하면서 두 개의 브랜드로 시장을 공략하게 됐다. 여기에 고성능 브랜드인 ‘N’까지 더해지면 현대차는 모두 3개의 브랜드를 아우르게 된다. 그룹 차원에서 ‘기아’까지 더하면 4개 브랜드가 된다.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를 앞세워 고급 브랜드까지 영토를 넓히는 한편 4개 브랜드를 아우르며 본격적인 다 브랜드 시대를 열게된 것이다.

‘제네시스’의 출범은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도전이다. 선언한다고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는 건 아니다. 고급 브랜드로 시장에서 인정받을 때 비로소 성공했다 말할 수 있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출범 선언은 이제부터 시장에서 인정받기위한 지난한 과정이 시작됐다는 의미일 뿐이다.
성공 사례는 흔치않다. 토요타의 렉서스 정도를 꼽을 수 있지만 유럽 시장에선 아직 제자리를 못 찾고 있다. 독일의 아우디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건 1980년대 이후다. 거슬러올라가면 BMW 역시 1970년대 이전까지는 벤츠에 밀리는 브랜드였다. 여기에 더해 재규어와 랜드로버 정도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공한 경우로 볼 수 있다.

혼다가 레전드로, 닛산이 인피니티로 이 시장에 들어섰지만 아직은 시장에서 고군분투중이다. 성공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고부동한 자리를 차지했다고 보기는 힘든 수준이다. 미국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링컨과 캐딜락 역시 미국 밖으로 나가면 존재감이 크게 떨어진다. 스스로 프리미엄이라 외치는 브랜드는 많지만, 시장이 인정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아직 소수다. 현대차의 도전이 쉽지 않을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란 무엇인가.

비싸게 팔리는 차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더 많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다. 하지만 비싸기만해서 프리미엄 브랜드라 할 수는 없다. 고객들이 비싼 가격을 받아들이는 건, 그만큼의 값어치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라는 제품 자체에 대한 믿음은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고유의 문화, 특성, 역사, 브랜드를 구성하는 인적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 등을 기대한다. 자동차라는 유형의 상품에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더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프리미엄 브랜드다.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할 것들 몇가지를 살펴본다.

첫째, 리더십이다. 짧게는 2-3년, 길게 10년 이상을 내다보며 조직을 이끌어갈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춘 리더십이 브랜드를 성공시킨다. 우선 피터 슈라이어의 존재에 눈길이 간다. 유럽 무대에서 기량을 인정받고 기아차로 옮겨 K5 등을 성공으로 이끈 인물이다.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 출신 루크 동커볼케도 그의 휘하로 자리를 옮겨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또 한 사람, 정의선 부회장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직접 무대에 올라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알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시장은 제네시스를 통해 정 부회장의 리더십을 보게 될 것이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우뚝 세웠듯이 정 부회장이 제네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성공시킬 것인지 모두가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

둘째는 구성원들의 확고한 신념이다. 자신이 파는 차를 신뢰하지 못하는 영업사원은 차를 팔지 못한다. ‘내가 파는 차가 최고의 차’라는 강한 자기 암시가 없으면 소비자를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제네시스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내부 구성원들부터 가져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다행히 현대차에는 선대인 정주영 회장시절부터 내려오는 ‘돌관(突貫)정신’이라는 소중한 자산이 있다. “어떤 장애물이 가로막아도 목표점을 향해 흔들림없이 돌진해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것”이 돌관정신이다. 다시 한 번 현대차가 돌관정신의 신화를 써내려가야할 때다.

셋째는 겸손이다. 고개과 시장에 대한 겸손이다. 현대차라는 브랜드와는 좀 더 차별화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겸손함’으로 고객을 대해야 한다. 조급해선 안된다. 브랜드 출범 초기에는 격려와 지원 못지않게 비난과 조롱을 예상할 수 있다. 현대차가 어떻게 고급일 수 있는가, 프리미엄을 아무나 하는가, 차가 왜 이러냐 등등 예상 가능한 비난은 셀 수 없이 많다. 지적 하나 하나를 곱씹으며 개선해나가야 한다. 겸손하게…결국 그들이 비난과 조롱을 접고 제네시스를 인정할 때 비로소 브랜드는 성공하는 것이다.

넷째. 킬러 컨텐츠다. 다른 브랜드에는 없는, 제네시스만이 가진 그 무엇. 그것은 기술일 수도 있고, 고유의 문화일수도 있고, 소비자에게 전하는 메시지 일수도 있다. 아니면 또 다른 그 무엇. 그것을 찾아서 담아내야 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말이다.

지적하기는 쉽지만 대안을 내놓기는 어려운 일이다. 많은 브랜드들이 스스로 프리미엄을 강조하지만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