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어코드 신형 모델을 한국에 출시했다. 2016년형 뉴 어코드다.
앞모습은 큰 폭으로 변화했다. 번쩍이는 크롬을 적용한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양 옆으로 배치된 LED 헤드램프, 범퍼 하단부의 LED 안개등 까지 앞모습을 일신했다. 하지만 여전히 혼다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 디자인을 잘 다듬어 정돈된 모습으로 완성했다.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 기술은 크게 구글과 애플진영으로 구분된다. 구글이 2014년 1월 안드로이드를 자동차에 적용하기 위한 컨소시움 ‘OAA(Open Automotive Alliance)를 설립했다. OAA에는 GM, 아우디, 혼다, 현대 그리고 반도체 제조회사인 엔비디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애플은 이보다 앞선 2013년 6월 iOS7을 발표하면서 ’iOS in the car’를 함께 공개했다. iOS in the car는 이후 정식 명칭을 ‘카 플레이’로 바꾸며 진화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페라리, 혼다, 닛산, GM, 볼보, 재규어, 현대차, 기아차 등이 카플레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혼다 등이 두 방식을 모두 받아들이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식이라도 다 적용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선두주자가 2016년형 혼다 어코드다. 애플의 iOS를 적용한 카플레이를 도입했고 안드로이드 방식의 핸드폰이라도 바로 코드만 연결하면 바로 자동차와 호환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다만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과 법률 때문에 구글 지도를 사용할 수 없어 이용에 제한을 받는다. 기술은 모든 준비를 갖췄지만 법규가 따라주지 못하는 케이스다. 컴퓨터에선 누구나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구글지도를 자동차에선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어쨌든 어코드에서 만나 본 자동차의 IT 기술은,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아직 미완성이고,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어코드는 카플레이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췄고 그 아래에는 현재로선 안드로이드 모바일폰만 이용 가능한 무선충전 장치가 자리했다. 묘하게 모순되는 모습이 이 차 안에 공존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혼란은 앞으로 당분간은 불가피하다. 큰 흐름이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자동차의 IT 전쟁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음을 어코드가 말하고 있다.
공간은 넓다. 5mm에 육박하는 4,890mm의 길이, 2,775mm의 휠베이스를 갖췄다. 게다가 실내 공간을 확보하는데 유리한 앞바퀴굴림 방식이다. 덕분에 뒷좌석에도 3명이 그리 좁지 않게 앉을 수 있다. 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수준.
3.5와 2.4 가솔린 엔진 두 종류가 있다. 두 개 차종 모두 제3종 저공해자동차 인증을 받았다. 시승차는 3.5 가솔린 엔진이 올라갔다. V6 SOHC i-VTEC 엔진이다. 여기에 자동 6단 변속기의 조율을 거쳐 최고출력 282마력, 최대토크 34.8kgm의 힘을 낸다. i-VTEC 엔진은 6기통이지만 일정 조건하에서는 3기통 혹은 4기통만 작동하기도 하는 VCM 방식이다. 효율을 높이 기 위한 혼다 고유의 기술이다.
신형 어코드에는 직선주행 보조 시스템이라는 재미있는 기술이 있다. 좌우로 기울어진 경사로를 달릴 때 차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 직선으로 달릴 수 있도록 조향력을 보완하는 개념으로 스티어링 휠을 조절해야하는 운전자의 피로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레인 워치 시스템’도 혼다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술이다. 우측 깜빡이를 켜거나 버튼을 누르면 오른쪽 사이드 미러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서 우측 뒷부분 모습이 모니터에 영상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사각지대를 확실하게 볼 수 있다.
멀티앵글 후방카메라도 있다. 후진시 리어 카메라 각도를 130도, 180도,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는 탑다운 등 3가지 타입으로 조절하며 볼 수 있다.
조용했다. 차를 멈춘 공회전 상태에서는 시동이 꺼진 듯 조용했다. 공교롭게 시승하는 동안 비가 내렸는데 움직이는 동안에도 빗소리 말고 이렇다 할 잡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여유 있는 엔진 배기량만큼 차는 부드럽고 여유 있게 달렸다. 속도계는 효율이 높은 구간에서 그린 라이트를 켜준다. 그린라이트를 잘 보며 그 범위 안에서 운전을 하면 차의 효율을 높게 끌어 올릴 수 있다. 메이커가 발표한 이 차의 복합연비는 10.5km/L.
가속페달에 킥다운 버튼은 없다. 아무 저항 없이 바닥까지 밟힌다. 시속 100km 정속주행을 하면 1,800rpm까지도 떨어진다. 스로틀을 완전개방하며 풀가속을 하면 5,000rpm을 넘긴 뒤 변속이 일어나며 5,000rpm 밑으로 뚝 떨어지고 다시 가속을 이어간다.
마음먹고 가속하면 최고속도를 향해 빠르게 속도를 높이다. 힘의 끊김이 없다. 변속 후에도 힘이 약해지지 않고 거침없이 밀고 나간다. 일필휘지로 글을 써내려가듯 원하는 속도까지 한 호흡으로 마무리한다.
마력당 무게비가 5.8kg으로 계산된다. 그만큼 가볍다. 배기량 3.5리터임을 감안하면 이보다 조금 더 강하게 밀고 나가길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차, 스포츠카가 아니다. 패밀리카 성격을 포기해선 안 되는 중형 세단이다. 차의 성격에 비춰본다면 나무랄 데 없는 충분한 힘과 가속감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편안하게 달리는 데 간간히 강하게 버티는 단단함이 느껴진다. 노면 충격을 받을 때다. 부드럽고 편안하게 움직이다가 도로의 이음새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땐 순간적으로 단단하게 충격을 받아낸다. 필요할 땐 충분히 강한 모습으로 돌변하는 반응이 믿음직스럽다. 한 없이 인자하지만 아이가 버릇없을 땐 가차 없이 냉정하고 엄하게 변하는 부모의 모습이다. 필요한 일이고, 바람직한 반응이다.
판매가격은 4,190만원. 2.4 모델은 3,490만원이다. 쏘나타, 그랜저와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가격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센터페시아 위로 상하 2단으로 배치된 듀얼모니터는 위아래를 바꾸는 게 좋겠다. 운전하면서 수시로 봐야하는 내비게이션이 아래에 있어서다. 내비게이션이 위로 올라오면 계기판 바로 옆이어서 운전자의 시선처리가 훨씬 편해진다.
패들시프트는 없어서 아쉽다. 282마력의 큰 힘을 운전자가 다룰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일자형 변속레버를 S레인지로 옮기는 방법뿐이다. 순간가속을 원할 때 핸들을 쥔 손이 자꾸 패들시프트를 찾아 헤맨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