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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320d “남편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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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보다 낫네!”
조수석에 앉은 아내가 환한 얼굴로 뜬금없이 던진 말이다. 출발하기 전에 맨 안전띠가 조였다가 풀리는 게 몸을 꼭 안아주는 것같아 그리 좋았나보다. 아무렴 그따위 끈 하나가 서방보다 나을까. 정 좋으면 조수석에서 평생 살던가. 졸지에 안전띠를 질투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출발할 때부터 열 받게 한 차, BMW 320d M 스포츠 패키지다. BMW 3시리즈는 1975년에 처음 등장했다. 현재까지 1,300만대 이상 팔린, 그야말로 베스트셀링카다.

차체 길이 4,633mm로 과거 5시리즈 1, 2세대 모델보다 크다. 소형 세단이라고는 하지만 작다는 느낌이 없다. 중형 세단 버금가는 당당한 자세를 가졌다. 신형 뉴 3시리즈는 더욱 날렵해졌다. 가을하늘보다 더 파란 컬러에 쭉 뻗은 몸. 앞모습은 공기흡입구를 새롭게 디자인했고 헤드램프에도 변화를 줬다. 차폭을 강조하며 어깨가 딱 벌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앞트임한 눈에 일자형 눈썹. 요즘 유행한다는 성형의 기준이다. 3시리즈가 딱 그랬다. 앞트임한 헤드램프에 눈썹처럼 달린 LED 방향지시등이 일자로 자리잡았다. 인상이 순해졌다. 영민해보이는 눈이다. 램프류는 앞 뒤 모두 LED를 적용했다. 옆에서 보면 강한 라인이 살아 있고 뒤에서 보면 단정하고 정돈된 모습을 보여준다.

시트 포지션은 낮다. 있지도 않은 허리지만 잘록하게 잡아주며 몸매를 살려주는 수트처럼 시트는 옆구리를 파고들며 몸을 잡아준다. 옆구리와 허리 부분이 시트에 밀착된 느낌이 좋다. 하지만 차에 앉아서 잠시 눈을 붙일 때 시트를 눕히면 허리부분이 몸을 꽉 조여서 편하지가 않다.

인테리어에 블루 라인은 시각적인 포인트를 이른다. 짙은 회색으로 무채색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짙은 파란색과 크롬의 은색이 포인트를 주고 있다. 고급지다.

음성인식은 아주 잘 된다. 내비게이션, 라디오, 전화 등을 목소리로 조절할 수 있다. 한국어 명령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반응한다. 현대기아차의 음성인식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 덕분에 운전을 하면서 굳이 손을 이리저리 헤매지 않아도 된다. 안전운전에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한 얘기.

핸드 브레이크 방식의 주차브레이크가 반갑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를 확대 적용하는 추세인데 이 차는 핸드 브레이크를 쓰고 있다. 널찍한 공간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잡아채며 스핀턴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 전자식 브레이크로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차를 느끼며 강도를 조절하는 손맛을 느끼기에는 사이드브레이크가 제맛이다. 물론 자주 쓸 일은 없지만…

차가 가다가 멈추면 엔진도 정확하게 멈춘다. 예외 없이 정확하게 멈춘다. 엔진이 멈춘 뒤의 적막함은 느낄 때마다 새롭다. 우렁우렁 대던 디젤 엔진이 딱 멈추고 실내를 엄습하는 적막. 덕분에 다시 출발할 때의 흔들림이 더 크게 다가온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수준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거칠다. 적막을 깨는 흔들림이라 거칠지 않을 수 없다.

컴포트 모드에서 시속 100km로 달리면 rpm은 1400을 맴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1900rpm으로 올라간다. 좀 더 엔진회전수를 끌어올려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한 조치다.

에코 프로,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4단계로 구분되는 주행모드는 각각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며 반응한다. 에코 플러스와 스포츠 모드의 차이는 확연했다. 에코모드에서 느슨하게 여유롭게 달리던 차가 스포츠로 바꾸면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크루즈컨트롤, 즉 정속주행이 되지 않는다. 이를 작동시켜도 스포츠 플러스로 가면 해제된다.

조용한 편은 아니다. 자글거리는 노면 마찰음이 굵고 낮은 엔진소리와 섞여 제법 실내로 들어온다. BMW 특유의 강한 하체는 단단한 느낌을 유지한다. 속도 조절을 못하고 빠르게 치고 나가면 과속방지턱과 싸울 듯 거칠게 반응할 때도 있다. 고속주행에서는 바람소리도 제법 들어온다. 엄마의 잔소리로 생각하면 된다. 이런 저런 소음들을 귀담아 두지 말고 흘려버리고 M 패키지의 다이내믹한 반응을 즐기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물론 조용하고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에코 프로 모드를 택하고 시속 80~100km 수준으로 달리면 차도 사람도 함께 편안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풀컬러로 표시된다. 선명하게 보여서 좋다. 주행속도, 정속주행 속도, 내비게이션 목적지 방향, 제한속도 등이 표시돼 시선을 다른 곳으로 들리지 않아도 된다. 효율적이고 편안한 운전을 가능하게 해준다.

직렬 4기통 트윈파워 터보를 장착한 디젤엔진이다. 1995cc에서 최고출력 190마력이 나온다. 최대 토크는 40.8kgm/1,750~2,500rpm이다. 킥다운 하면 rpm이 4,500 조금 못 미쳐 정점을 이룬다. 이후 빠르게 3,500rpm 부근까지 후퇴한 다음 다시 회전수를 높인다. 8단 자동변속기는 깔끔한 변속으로 달리는 즐거움을 높여 준다.

브리지스톤이 공급하는 225/45R18(앞)과 255/40R18(뒤) 사이즈의 포텐자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다. 엔진의 힘을 받아 파워풀하게 노면을 장악하는 타이어다. 깊은 코너에서도 어지간해선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스티어링휠은 2.7 회전한다. 조금 타이트하다.

“복합연비는 16.6km/L”라고 BMW코리아는 밝히고 있다. 폭스바겐의 거짓말 이후 메이커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전하기가 조심스럽다. 시승차 역시 요즘 한창 논란이 많은 디젤엔진이다. 폭스바겐의 디젤 파문 이후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이와 관련한 검증이 진행되는 가운데 그중 가장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게 BMW의 디젤엔진이라는 소식이다. 디젤엔진중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가 BMW라는 얘기다. 앞으로 불길이 어디로 어떻게 번질지, 결론이 어떻게 날지 지켜봐야 한다. BMW가 폭스바겐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BMW 320d M 스포츠 패키지의 판매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로 5,390만원으로 책정됐다. 한시적인 가격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대시보드와 도어패널에 포인트를 주기위해 장식으로 덧댄 파란색 라인이 걸린다. 은색 컬러와 어울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지만 손을 대서 만져보면 아랫부분이 떠있다. 그 밑으로 손을 대보면 우둘투둘한 단면이 그대로 느껴진다. 날카로운 부분도 있어서 손이 다칠 수도 있겠다. 좀 더 야무지게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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