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실키 터보’ 렉서스 IS 200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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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선 그대 뺨에 흐르는 눈물은…….” 라디오에선 ‘빗물’이 흘러나온다. 차는 비에 젖고 마음은 노래에 젖는다. 음악을 따라 rpm이 춤춘다. 시승하는 날, 비라니. 반갑지는 않지만, 나쁠 것도 없다. 비는 내려도 차는 달렸다. 가을비를 뚫고 달린 차는 렉서스 IS 200t다.

하이브리드와 와쿠도키. 렉서스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이다. 하이브리드가 친환경을 지향하는 목표를 의미한다면 와쿠도키는 고성능을 추구하는 렉서스의 가치를 담고 있다.

렉서스의 대형 스핀들 그릴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렉서스의 디자인 아이콘으로 무사히 안착한 듯 보인다. 날카로운 화살모양의 드라이빙 램프와 조금 복잡한 형상의 헤드램프 등이 어울려 앞모습은 매우 공격적이다. 위압감을 느낄 정도다. 앞모습에 비해 뒷모습은 공격적이지 않다. 잘 정돈되어 있고 차분하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마무리했다.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차들중 많은 경우 트렁크 윗부분에 맨 철판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IS 200t는 철판이 안보이도록 잘 마감했다. 지붕과 앞 유리창이 만나는 부분도 틈새가 벌어지지 않고 재질의 단면이 드러나지도 않는다. 파고들 틈새가 없다.

가속페달을 밟으며 두둥 거리는 엔진 소리가 귀를 통해 심장을 두드릴 때, 두근거리는 느낌. 와쿠도키는 그런 가슴 떨림, 두근거림을 의미하는 일본말이다. 렉서스가 터보 라인업이 이런 와쿠도키를 보여주는 답이다. 당연히 가솔린 터보다. 렉서스는 여전히 디젤의 맞은 편 자리를 고집하고 있다.

NX에 이은 가솔린 터보 모델, IS 200t가 판매를 시작했다. 렉서스 라인업의 두 번째 가솔린 터보 모델이다. NX와 IS는 같은 엔진을 쓴다. 렉서스가 새롭게 개발한 이 엔진은 최고출력 245마력을 5,800rpm에서 낸다. 엔진의 특징은 일체형 배기 매니폴드와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다. 일체형 배기매니폴드는 렉서스가 처음 개발한 방식으로 4개의 배기관을 두 개로 통합하고 수냉식 실린더 헤드에 하나로 결합한 것이다.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는 터보랙을 없애 즉각적인 가속 반응을 보여 준다. 낮은 rpm에서 높은 rpm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가속성능을 보인다. 최대 토크는 35.7kgm로 1,650rpm에서 4,400rpm까지 고르게 터진다.

245마력의 힘을 조율하는 8단 자동변속기 또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RC F용으로 개발한 변속기를 IS에 이식했다. 변속레버는 손 안에 쏙 들어 올만큼 작다. 레버를 잡는 느낌이 좋다.

작다. 길이 4,665mm로 쉐보레 크루즈(4,666mm) 크기다. 너비 1,810mm, 높이는 1,430mm 다. 휠베이스는 1,800mm. 시승차에는 225/45R 17 사이즈의 타이어를 장착했다. 18인치 타이어를 쓰는 윗급 모델도 있다.

시트는 몸을 딱 잡아준다. 특히 허벅지가 좌우로 딱 눌려 적당한 긴장감을 갖게 한다. 오른 무릎이 닿는 곳은 부드러운 패드를 덧댔다. 무릎을 지지할 때 딱딱하지 않아 편하다. 코너가 많은 곳에서 아주 유용한 부분이다.

인테리어는 대부분 무광으로 처리했다. 번쩍이는 유광보다는 광택이 없는 무광은 좀 더 높은 수준의 고급감을 보여준다. 대시보드는 마치 고층빌딩의 베란다처럼 구조물을 층층이 쌓은 모습이다. 볼륨감이 있고 입체적이지만 복잡해 보이기도 한다.

작은 모습이어도 느낌이 다르고, 같은 힘이어도 힘의 질이 다르다. IS가 그렇다. 몸이 느끼는 질이 다르다. 부드럽고 강력한 힘이라는 형용 모순. IS는 강한 힘을 부드럽게 조율해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쭉 뻗어나가는 힘찬 가속이 느껴진다. 변속은 부드럽고 강한 힘은 거칠지 않게 차체를 끌고 달린다. 무턱대고 센 힘이 아니다. 정교하게 잘 다듬어졌다. 부드럽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강한 힘. 맨 살에 몽둥이질을 하는 게 거친 힘이라면 이불 위로 몽둥이를 맞는 느낌이랄까. 강함이 부드럽다.

터보의 느낌은 색다르다. 터보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조용해서다. 킥다운을 할 때가 아니면 엔진 소리는 낮게 깔리거나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렉서스가 만들면 터보도 조용해지는 걸까. 실키 터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부드럽게 작동한다.
터보 엔진의 고질병 터보랙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밟으면 즉각 반응한다.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의 힘이다. 터보랙 증상은 이제 많은 브랜드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편의장비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리모트터치 컨트롤러다. 컴퓨터 마우스처럼 조작할 수 있다. 오른 손이 놓이는 부분이 편안하고 느낌이 아주 좋다. 탄탄한 엉덩이에 손을 올리는 기분이다.

크루즈 컨트롤은 기본적인 기능만 수행한다. 정해진 속도로 달릴 수 있고 버튼으로 가감속하는 정도다. 차간 거리를 조정하는 스마트 크루즈 기능은 없다.

주행모드는 에코, 스포츠, 노말 세 가지다. 에코 모드에선 계기판 상단이 초록색으로 바뀌고 스포츠모드에선 빨간색으로 변한다. 어떤 주행모드에서도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운 기조를 유지한다. 에코 모드는 조금 느슨했다. 대신 편안하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조금 더 꽉 조여진 느낌을 준다.

연비는 복합연비 10.2km다. 도심에서 8.1, 고속도로에서 12.9km/L를 보인다. 그렇게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계기판이 말해주는 연비는 8.8km/L였다.

4개 트림으로 판매되는 IS 200t의 판매가격은 4,440만원부터 5,670만원까지다.

소형 프리미엄은 모순이다. 모든 것을 막아내는 방패와 어떤 것도 뚫을 수 있는 창. 프리미엄은 작을 수 없고, 작은 것 고급일 수 없다는 통념을 깨야한다. 그 둘을 한 몸에 구현시켜야 하는 게 프리미엄 소형 세단의 운명. 어떤 면에서는 제대로 된 대형 프리미엄 세단보다 더 만들기 힘들다. 렉서스 IS 200t가 제대로 모범답안을 써냈다. 작은 녀석이 고급지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엔진룸엔 메두사가 있다. 머리털이 뱀으로 변해버린 메두사. 뱀들이 똬리를 튼 듯 복잡하다. 엔진과 연결된 관, 호스 들이 뱀처럼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깔끔하게 정리를 하거나 아니면 엔진 커버로 넓게 덮어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주행모드간 차이가 확실하지 않다. 이 정도라면 굳이 차이를 둘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에코 모드는 좀 더 느슨하게, 스포츠 모드는 좀 더 강하게 그 간격을 넓힐 필요가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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