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은 왜 그를 발탁했을까.
한국지엠의 제임스 김 사장이 CEO로 전격 발탁됐다. 세르지오 호샤 사장의 후임으로 한국지엠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것. 지난 6월 최고운영책임자(COO)라는 직함으로 한국지엠에 합류한 지 5개월 만이다. 그가 COO로 입사할 때부터 차기 CEO로 내정됐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김 사장은 내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김 사장의 한국지엠 CEO 발탁은 이례적이다. 자동차산업과 거리가 먼 분야에서 CEO를 데려왔다는 점에서다. 김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 야후코리아, 오버추어코리아 등 외국계 IT업체의 한국 지사장을 지냈다. 자동차맨이라기보다는 IT맨이다.
GM브라질에서 엔지니어로 시작해 잔뼈가 굵은, 말 그대로 자동차맨인 전임 세르지오 호샤 사장과 대비된다. 비슷한 예를 찾기는 쉽지 않다. 임원이 아니라 CEO라는 자리에 자동차 산업과 거리가 먼 인물을 앉혔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한 경우다. 자동차산업에 IT 분야가 점차 중요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지엠이 IT 전문가를 CEO로 발탁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많아야 수백 명 규모에 불과한 외국계 회사의 한국지사를 이끌었던 그가 부평, 군산, 창원, 보령 공장과 수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한국지엠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노동조합과의 관계 설정은 자동차 업체로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IT업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조직과 실행력을 자랑하는 한국지엠의 노동조합을 김 사장이 제대로 컨트롤하며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가져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제임스 김 사장은 한국지엠 최초의 한국계 CEO다. 직원들 및 미디어, 소비자들과의 의사소통에는 긍정적인 요소다. 한국지엠의 입장을 좀 더 세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그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국 국적을 가진 미국 사람이다.
GM은 왜 제임스 김을 한국지엠 CEO로 발탁했을까. 제임스 김이 GM 본사로부터 부여받은 특명은 과연 무엇일까. 내년부터 CEO로 공식활동을 시작할 제임스 김 사장의 행보에 그 답이 있다. 지금부터 그를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