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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맥시마, 피아 구분 명확한 상남자

[닛산] 맥시마(Maxima) 시승행사 사진자료 (1)

닛산이 미국에서 만든 맥시마를 들여왔다. 플래그십 모델이다. 맥시마는 1981년 태어나 35년간 총 7번의 풀 체인지를 거쳐 8세대로 진화한 모델이다. 국내에는 맥시마 라인업에서 가장 고급 모델인 플래티넘만 들여온다. 판매가격 4,370만원. 한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로는 비싸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시점이 묘하다. 폭스바겐의 디젤 스캔들이 터졌고 가장 뜨거운 이슈로 지금도 진행 중인 시점에 미국서 만든 일본 브랜드의 가솔린 엔진이 들어왔다. 소비자들이 빠르게 디젤을 탈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닛산으로선 나쁘지 않다.

맥시마를 타고 영종도를 구석구석 누볐다. 미모의 여성 카레이서 권봄이 선수가 대열을 이끌었다. 차에 대한 설명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그녀를 쫓아가기가 버거웠다. 그녀는 빨랐다.

디자인은 극과 극이다. 옆모습은 단연 압권이다. 컨셉트카라고해도 좋을 만큼이다. 벨트라인의 굴곡이 살아있다. 지붕이 눈길을 끄는 건 ABC 필러를 검은 색으로 처리한 효과다. 떠 있는 지붕, 이른바 플로팅 루프다. C 필러를 파고든 라인은 절묘한 ‘파격’이다. 디자인이 살아있다.

4,900mm의 길이, 1,860mm의 너비, 1,435mm의 높이, 그리고 2,775mm의 휠베이스를 가진 크기지만 실제 크기보다 작아 보인다. 무겁고 권위적이기 보다 아기자기하게 디테일을 살린 디자인 때문이라 해석해본다.

인테리어는 플래그십답다. 심지어 퀼팅 시트다. 가죽에 새겨진 바늘자국이 한 수 위의 고급감을 보여준다. 운전석으로 살짝 방향을 튼 센터페시아, 변속 레버 옆에 자리한 커맨드 시스템,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등이 일관된 메시지를 전한다. ‘프리미엄’이다. 대중 브랜드로서 갖출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고급감을 확보했다. 닛산의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라고해도 수긍이 갈 정도다.

시트는 몸에 잘 맞는다. 떠 있기 쉬운 등과 허리가 시트에 잘 밀착된다. 특히 허리에 와 닿는 시트의 느낌이 살갑다. 허벅지도 편하게 받아준다.

닛산은 퍼포먼스다. 첫발을 떼는 순간 느낌이 온다. 힘 있게 노면을 박차는 느낌이다. 첫발부터 감탄사를 부른다. 핸들조차 묵직하다. 공차중량은 1,640kg으로 차급에 비해 무거운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묵직한 느낌을 주는 건 핸들 때문이다. 패들시프트가 없는 건 아쉬운 대목. 303마력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달릴 때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건 패들 시프트의 부재 때문이다.

닛산의 자랑 VQ엔진은 오랜 시간을 두고 담금질하고 개선을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V6 3.5 엔진은 최고출력 303마력, 최대토크 36.1kgm의 힘을 만들어 낸다. 300마력을 넘겼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마력당 무게비는 5.4kg 수준으로 고성능 스포츠세단으로 손색이 없다. 어떤 속도에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는 힘이다.

가속페달의 저항을 이기고 마지막 순간까지 밟아내리면 무섭게 질주한다. 빠르고 경쾌한 가속은 편안하게 제어된다. 스포츠모드를 택하면 레드존 6,500rpm을 향해 거침없이 치고 오른다. 4,000rpm을 넘기면서 살아오르는 엔진 사운드는 5,000rpm을 넘기고 6,000고지까지도 쉽게 넘긴다. 킥다운 상태로 6,500rpm을 터치하고 후퇴한다.
이차에 적용된 엑스트로닉 CVT는 엔진 힘을 멋지게 조율해 낸다. 무단변속기지만 D스텝 변속로직을 통해 다이내믹한 변속감각을 만들어낸다.

복합연비 9.8km/ℓ(도심연비 8.5km/ℓ, 고속도로 연비 12.1km/ℓ)를 달성했다. 4등급 수준이다. 좀 더 나은 연비를 만들어야했다면 성능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했을 터. 받아들여야 한다. 다행히 요즘 기름값이 착해 부담을 덜어준다.

노멀 모드에서 차는 편안했다. 하지만 긴장을 풀지는 않는다. 노멀모드에서도 킥다운을 걸면 스포츠모드에 버금가는 가속을 보여준다. 노멀모드라고 ‘퍼포먼스’를 양보할 닛산이 아니다. 고성능 스포츠세단의 정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앞바퀴굴림차의 특징인 토크스티어를 숨길 수 없지만 핸들을 쥐고 있으면 눈치채지 못한다. 노면 충격을 받아넘기는 반응은 거칠지 않았다.

조용했다. 고속으로 달리기 전에는 바람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윈드실드와 앞좌석 유리에 방음처리를 하고 보닛 안쪽에 방음 패드를 덧대 실내로 파고드는 소리를 줄인 결과다. 주행 시 발생하는 소음을 상쇄시켜주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Active Noise Cancellation)도 실내를 조용하게 만들어주는 한 요소다.

볼륨을 조금 키우면 음악 소리가 생생하게 귀를 파고든다. 중저음은 무겁게 가라앉고 소름 돋는 고음도 실감나게 들려준다. 맥시마에는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해진 속도 이내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스스로 조절하며 달린다. 앞차를 따라 정지까지도 완벽하게 해낸다. 차선이탈경보장치는 없다.

‘전방 충돌 예측 경고 시스템(PFCW, Predictive Forward Collision Warning)’ ‘전방 비상 브레이크(FEB, Forward Emergency Braking)’, ‘운전자 주의 경보(DAA, Driver Attention Alert)’, ‘후측방 경고(RCTA, Rear Cross Traffic Alert)’, ‘사각 지대 경고(BSW, Blind Spot Warning)’ 등 많은 경고 장치들이 운전자를 보조하고 있다. 그래도 명심해야 할 건, 운전의 최종 책임은 운전자가 져야 한다는 것. 많은 안전장비들을 믿고 운전자의 주의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

맥시마는 어쩔 수 없는 수컷이다. 성능에 집착하는 마초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다운사이징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고 넉넉한 배기량을 가진 자연흡기 엔진이 밀고 나가는 느낌은 ‘상남자’의 느낌을 그대로 전한다. 분명한 성격을 가졌다는 건 적과 아군이 분명히 나뉜다는 것. 맥시마를 좋아할 아군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매우 주관적인 지적이다. 앞모습에 점수를 많이 줄 수 없다. 산만하고 어지럽다. 무엇보다 한 브랜드의 플레그십 세단으로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다. 디자인적 완성도가 높은 옆모습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앞서 디자인이 극과 극이라고 언급한 이유다. 같은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팀에서 만들었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내가 의사결정권자라면, 앞모습은 다시 디자인하겠다.

맥시마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점도 닛산이 극복해야할 문제다. 닛산의 플래그십모델이 맥시마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른다. 남들이 알아주는 맛에 최고급 모델을 타는 사람들에겐 맥시마를 택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차창과 지붕이 만나는 지점이 들떠있고 트렁크 내부 상단에 맨철판은 물론 나사 등이 어지럽게 노출되어 있는 점도 지적해둔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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