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배출가스 조작 프로그램을 사용해 정부와 소비자들을 속여온 사기행각이 들통나면서 사태는 시작됐다.
지난 9월 18일 미국 환경보호청(EPA)가 폭스바겐의 EA189엔진과 관련한 문제점을 공개한 이후 국내외에서 연일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사태의 끝이 어디일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폭스바겐 계열인 아우디 일부 차종이 연루됐음이 드러났고, 폭스바겐 이외의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까지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각국에서는 디젤 엔진에 대한 배기가스 점검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도 환경부가 나서 국산차를 포함해 모든 디젤차의 배기가스를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각국의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이번 사태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폭스바겐 이외 브랜드로 확대되면서 좀 더 큰 게이트로 확대될지, 아니면 폭스바겐 만의 잘못으로 정리가 될지 조사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어쩌면 각 나라마다의 조사결과가 서로 달라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미 시장은 혼란스럽다. 지금까지 쌓아온 디젤 엔진의 성과는 한순간에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 우리는 디젤엔진의 실체를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폭스바겐만 그랬을까. 다른 독일 메이커들은, 아니 전세계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제대로 규칙을 지키며 자동차를 만들어 팔고 있는 걸까. 모든 게 의심스럽기만하다. 폭스바겐의 거짓이 업계와 소비자들을 일순간에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것이다. 지금 시장엔 불신이 팽배해 있다.
1,100만대 리콜, 그 비용 20조원이라고는 하지만 ‘신뢰’를 잃어버린 댓가로 전세계적으로 치르는 사회적 혼란 비용은 이보다 훨씬 더 비쌀 것이다.
문제는 폭스바겐이다. 작정하고 속였다는 점에서 폭스바겐의 죄질은 매우 좋지 않다. 내부 경고도 무시했고, 보쉬의 지적도 깔아뭉겠다. 폭스바겐은 적어도 두 차례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걷어차 버린 셈이다.
속임수를 쓴 폭스바겐이 그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하지만 당장 치명상을 입을 위험에 처한 건 디젤엔진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메이커의 디젤엔진까지 의심하고 있다.
디젤엔진이 문제일수는 없다. 지금의 디젤엔진은 그 까다롭다는 유로6 기준까지 통과하고 있다. 적법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유로6 규정을 통과했다면 그 디젤엔진은 친환경 엔진이다.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 규정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꼼수를 써서 모두를 속인게 폭스바겐이다.
문제는 디젤엔진이 아니라 폭스바겐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