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으로 교체된 아우디 A6는 모두 7개 모델이 포진해 있다. 뉴 아우디 A6 35 TDI부터 S6까지 다양한 모델을 갖췄다.
3.0 디젤 엔진을 장착한 A6 50 TDI 콰트로 모델을 타고 자유로를 달렸다. 2967cc 디젤엔진에 수동변속 기능을 갖춘 7단 S 트로닉과 상시사륜구동인 콰트로 시스템을 적용한 모델이다.
엔진소리나 차의 반응만으로는 디젤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예민하고 조용했다. 조용하기가 A8에 버금간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를 한 바퀴 둘러보고 운전석에 앉아 실내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전체적인 품질 수준이 높아졌음을 몸이 느낀다.
그중 놀라운 건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을 아무 때나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낮은 속도에서도 버튼을 누르면 ACC가 활성화된다. 일단 작동을 시작하면 가다서다 알아서 다한다. 드라이버는 완전정지 후에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주는 정도만 수고하면 된다. ACC에 더해 차선이탈경보장치도 있다. 차선을 넘지 않게 스스로 스티어링을 보정한다. 덕분에 고속도로에서는 거의 자율주행에 가까운 운전이 가능하다. 핸들에서 손을 완전히 때면 잠시 후 “직접 조향하십시오”라는 메시지가 뜬다. 아주 재미있다.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신기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물론 완전하지는 않다. 옆 차로에서 끼어드는 차를 제 때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 비스듬하게 끼어드는 차를 위해 속도를 줄이며 공간을 내어줘야 하는데 이게 잘 안 된다. 운전자가 주의를 게을리 해선 안 되는 이유다.
ACC의 재미는 오른발이 느낀다. ACC를 활성화시킨 채 가속페달을 밟다가 발을 떼면 정해진 속도로 가속 혹은 감속이 일어난다. 발을 떼는 순간 ACC가 차를 넘겨받아 컨트롤하는 셈이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에는 운전자의 의지, 발을 떼면 차의 의지다. 차와 내가 발을 통해 밀당을 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59.2kgm다. 최대토크는 1250-3250rpm 구간에서 나온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최대토크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
가속은 여유롭다. 대부분의 속도에서 힘은 남는다.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 모드는 효율 승차감 자동 다이내믹 개별 등 5개 모드가 있다. 이와 별도로 엔진 변속기 스티어링 ACC의 모드도 승차감이나 자동 다이내믹으로 세팅할 수 있다.
완전히 만들어진 자동차지만 그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특성이 좀 더 두드러지는 차로 일일이 세팅할 수 있다. 스티어링을 승차감으로 하면 조금 가벼운 느낌이 든다. 다이내믹으로 가면 조금 무겁다. 아주 미세한 차이다. 일반 운전자들이 얼마나 이를 느낄지,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차를 좋아하고 즐기는 이해도 높은 운전자라면 확실히 좀 더 재미있는 차를 느낄 수 있다.
킥다운하면 아주 그냥 순식간에 속도를 올린다. 거침없이 쭉 올라간다. 시속 100km로 정속주행하면 rpm은 1400 정도로 아주 기분 좋은 주행을 이어간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킥다운을 하면 가볍게 끌고 간다. 가속감은 대단하다. 272마력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시속 130km로 잠깐 속도를 끌어올렸다. 엔진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타이어 구르는 소리 정도가 실내로 들어올 뿐이다.
급가속을 하면 rpm은 4500을 터치하고 3500까지 떨어진다. 킥다운을하면 거의 5000rpm까지도 올라간다. 이 구간에서 비로소 엔진 소리를 제대로 듣게 된다. 4,000 rpm 넘어가면서 엔진사운드가 강하게 올라온다. 5000rpm 근처에선 숨긴 이빨을 드러내듯 야성이 느껴진다.
엔진사운드는 거칠거나 찢어지는 소리가 아니다. 잘 튜닝돼 듣기 좋다.
차의 무게감이 거의 없다. 속도는 빠르게 올라간다. 두 개의 클러치를 가진 7단 S 트로닉 변속기가 효율과 성능을 모두 커버했다.
가속감은 나무랄 데 없다. 강한 힘을 바탕으로 부드럽고 힘 있게 밀어부친다. 상시사륜구동방식인 콰트로 시스템은 고속주행에서 탁월한 안정감을 보여준다. 고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 차다.
고속에서도 차체가 불안하지 않다. 사륜구동의 장점이다. 앞바퀴나 뒷바퀴굴림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안정감을 맛볼 수 있다. 핸들을 쥔 채로 손가락으로 변속하는 패들시프트의 재미도 크다.
코너에서는 여유만만했다. 빠르게 진입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밀고 나가는데도 좀 더 밟아봐라 하는 느낌이다. 더 밟아도 버티겠다는 느낌이다. 여유가 있다.
디젤 엔진이지만 놀랍도록 정숙했다. 가솔린인지 디젤인지 반응 소리만 보면 구분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조용하고 안정적이다 .
브레이크는 반응이 특색이 있다. 처음에 조금 밀리는 느낌인데 나중에 가면서 더 강하게 작동한다.
운전석 시트에 안마기능이 있다. 지루한 장거리 운전에서 매우 요긴한 장치다. 아주 강한 마사지를 기대해선 안 된다. 느슨하게 몸을 어루만지는 수준이다. 운전자의 몸을 강하게 터치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밝은 인테리어는 고급감이 스며있다. 가죽도 나무도 밝은 톤이지만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디테일에서 살아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노하우다.
음성인식 시스템은 놀라운 수준이다. 주소를 불러주면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한 번에 설정해 놓는다. 물론 가끔 잘 못 알아들을 때도 있다. 운전자와 차가 서로 호흡을 맞추면 잘 적응하면 목소리로 차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기계적인 동력 성능에 첨단 전자장비가 더해져 주행 상황을 완벽하게 제어한다. 차가 운전자를 잘 보조해주는 편안함이 있다. 제대로 마음먹고 달리면 폭발적 성능을 보여주는, 그러나 고성능에서도 안정감을 확보하는 매력적인 차였다. A6가 그랬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시승차는 9000만원이 넘는다. 가장 저렴한 모델도 6,250만원인 프리미엄 세단이다. 그런데 트렁크 안을 살펴보면 천정이 맨 철판이다. 소비자의 눈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부분이라 더 확실하게 마무리해야 하는 게 프리미엄 세단을 만드는 자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마음가짐은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드러나게 마련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