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미트리스 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디미트리스 실라키스(Dimitris Psillakis)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신임사장이 9월초 한국에 부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디미트리스 사장의 첫 공식 무대는 11일, 경기도 용인시에 문을 연 메르세데스 벤츠 트레이닝센터였다. 이날 처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디미트리스 사장은 “자신의 고향인 그리스와 한국이 비슷한 점이 많다”며 “두 나라의 공통된 성향 덕분에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두 나라의 공통점은 단일민족과 언어, 대가족 중심의 가족제도, 풍부한 감성과 열정, 근면함, 빠른 판단력 및 문제 해결 능력,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파이터’라는 점 등이다.
이어서 그는 한국이 벤츠의 승용차 부문 글로벌마켓에서 8번째로 큰 시장이라고 밝히고 “계속해서 성공 스토리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2012년 15개 차종이었던 벤츠의 라인업이 올해 21개 차종으로 확대됐고 2020년까지는 10개의 새로운 차종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임도 함께 밝혔다. 소형차 판매를 늘리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9월초에 한국 시장에 부임한 만큼 현황 파악이 다 되지 않았다면서도 그는 질문에 성실하고 예의를 갖춰 답했다. 한국에서 벤츠의 밝은 미래를 꿈꾸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앞에 놓여진 숙제도 많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한국 시장에 재임하는 동안 그가 닥치게 될, 그래서 해결해야할 몇 가지 문제를 짚어본다.
자동차 업계에서 한국 법인 CEO 혹은 임원 자리는 무척 매력 있는 자리로 꼽힌다. 크게 성장하는 시장이어서 실적 관리에 큰 부담이 없다는 것. 판매량이 줄어드는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는 시장이다. 1~8월 등록 실적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판매가 줄어든 브랜드는 인피니티(-0.9%)와 피아트(-58.6%) 정도다. 업계 평균 성장률은 23.2%.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1~8월 등록실적은 2만3,058대 점유율 17.9%로 전년동기대비 32.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판매량으로는 BMW와 엎치락뒤치락 1, 2위를 다투고 있고 성장률은 업계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다.
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실적 압박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은 그러나 치명적인 위험일 수도 있다. 반대로 보면 이처럼 물 좋은 시장에서 자칫 성장세가 꺾이면 CEO로선 큰 흠집이 된다는 것. 판매량이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성장률은 다른 문제다. 판매량이 늘어나면 성장률을 유지하기가 점차 어려워진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어나 만족도가 떨어질 위험도 커진다. CEO로선 신경 쓰이는 일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유독 좋지 않은 ‘벤츠’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디미트리스 신임 사장이 해야 할 일이다. 별도 복지재단까지 만들어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인 BMW코리아와 비교하면서 벤츠는 늘 ‘인색한 자동차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배당을 통해 수익금을 독일로 빼간다는 지적, 한국 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 (사장이 한국인이 아니라) 현지화가 부족하다는 지적 등등이 따지고 보면 같은 독일계 브랜드인 BMW와의 비교 결과다. 한국사회에 기여도가 현저하게 낮다는 지적인 셈이다. 어떻게 이런 문제를 풀어내서 비교우위에 설 것인가. 그에게 던져진 큰 숙제다.
딜러 관리 역시 디미트리스 사장이 풀어야할 쉽지 않는 문제다. 메르세데스코리아의 지분 49%는 말레이시아의 화교자본 레이싱홍 그룹이 갖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인 한성자동차는 레이싱홍그룹의 자회사다. 벤츠와 한성자동차 사이에, 그리고 한성자동차와 그 외 딜러들 사이의 긴장관계는 모두가 아는 사실. 디미트리스 사장이 딜러이자 주주인 한성자동차를 어떻게 관리할지, 한성자동차가 새로 부임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사장을 어떻게 다룰지 모두의 관심사다.
공교롭게도 한성자동차의 아우스프룽 대표는 18년 동안 미국ㆍ프랑스ㆍ영국ㆍ스위스ㆍ중동 등에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케팅과 세일즈 부문에서 일했고 2005년부터 6년간 중국 시장을 책임졌던 거물급 인사다. 디미트리스 사장에겐 버거운 상대일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도 디미트리스 사장에게 힘겨운 상대는 아마도 브리타 제에거 전임 사장일 것이다. 국내 수입차 시장 1, 2위를 다투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었고, 그가 재임하는 동안 딜러들은 평화로웠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제에거 사장은 성공적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에거 사장은 지금까지의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중 가장 성공적으로,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한국을 떠난 CEO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전임사장만큼만 해도 디미트리스 사장의 한국 재임은 ‘성공’ 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한국에서 디미트리스 사장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주어진 숙제를 잘 해내길 빈다. “디미트리스, 웰컴 투 코리아!”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