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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가는 아이들처럼 모여든 기자들은 둘씩 짝을 지어 차에 올라 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딱 좋은 난이도의 오프로드 속으로 코란도 투리스모와 렉스턴 W를 타고 달렸다.

두 차 모두 디자인변화는 거의 없다. 유로 6로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기 위해 LET(Low-End Torque) 2.2 디젤엔진과 벤츠의 7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2.2 디젤엔진이 이번 변화의 핵인 셈이다.

최고출력 178마력 발생시점은 4,000rpm. 최대토크는 40.8kgm로 1,400rpm부터 2,800rpm 구간에서 고르게 발생한다. 이전에 사용했던 2.0 디젤 엔진에 비해 출력은 14.8%, 토크는 11.2%가 향상됐다는 게 쌍용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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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가 공급하는 E 트로닉 7단 자동변속기가 이 엔진과 호흡을 맞춘다. 엔진의 힘을 적절하게 조율해 구동바퀴로 보낸다. 차량의 주행상태와 운전자의 주행의지를 스스로 감지하여 전달하는 최첨단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최적의 변속 시점을 찾아내며, 고속주행 시 탁월한 연비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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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도 투리스모에 먼저 올랐다. 계기판은 센터페시아 상단에 자리한다. 이른바 센터클러스터다. 휠베이스만 3,000mm에 4열 시트를 적용했다. 그만큼 넓다. 4열로 시트는 플랫, 폴딩, 더블폴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2, 3열 시트는 접으면 회의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다. 2, 3, 4열을 모두 접으면 적재공간 3,240ℓ를 확보할 수 있다. 화물차로 변신하는 셈이다.

9인승 승합차로 넓은 실내를 갖췄다. 두 가족이 여유 있게 타고 움직일 수 있는 차. 많은 사람이 타고 움직이는 차인만큼 강한 성능보다 부드러운 거동이 더 중요하다.

코란도 투리스모와 함께 렉스턴 W 모두 핸들은 3.6 회전한다. 일반적인 3회전을 훨씬 더 넘긴다. 승차감이 중요하다면 스티어링 조향비를 더 크게 갖고 가는 게 유리하다. 오프로드에서도 여유 있는 조향비가 유리하다. 물론 서킷에서는 불리해진다. 타이트한 조향이 중요한 스포츠 드라이빙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향비라는 것. 어쨌든 차의 특성에 맞춘 분명한 성격을 드러내는 셈이어서 마음에 든다.

시트는 높은 편이라 시야가 탁 트이는 대신 흔들림, 코너링에서 몸이 느끼는 불안감은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2톤이 넘는 공차중량을 178마력, 40.8kgm의 힘이 잘 끌고 간다. 초반 가속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시간은 좀 더 필요했다. 이 차를 운전할 때 필요한 건 여유다. 마음이 급하면 차도 사람도 바보가 된다. 가속페달과 스티어링 브레이크를 여유 있게 다루면 더없이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여준다.

코너링이 대표적이다. 빠르게 치고 빠지는 다이내믹한 코너링을 기대한다면 바보다. 낭창거리는 불안한 반응을 만나게 된다. 길이 5,130mm인 코란도 투리스모는 그런 차가 아니다. 부드럽게 미리 속도를 줄여 진입하고 부드럽게 빠져나올 줄 안다면 이 차를 제대로 다룰 수 있다.

킥다운 버튼은 없다. 가속페달을 완전히 밟으면 4,000을 터치한 rpm이 3200까지 후퇴하면서 변속이 일어난다. 변속은 부드럽다. 좀 더 힘 있게 차를 다루고 싶다면 수동변속 모드가 있다. 엄지손가락으로 토글스위치를 까딱이면 된다. 이 큰 차를 엄지로 다루다니…….

시속 100km에서 rpm은 2,000을 마크한다.

오프로드에서도 만족할만한 성능을 보였다. 승합차지만 사륜구동시스템을 갖춰 어지간한 험로는 힘들이지 않고 넘어선다. 사륜 저속모드(4L)도 있어 좀 더 험한 길에서도 뚜벅뚜벅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필요할 때마다 운전자가 직접 구동방식을 택할 수 있어 편하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선 상황에 따라 어떤 구동방식을 택해야할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복합연비 기준 11.6km/ℓ(각각 2WD A/T)이다. 판매가격은 트림에 따라 ▲TX 2,866~2,899만원 ▲RX 3,329~3,354만원(11인승~9인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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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W로 차를 바꿨다. 코란도 투리스모에 비해 고급진 느낌이 확 다가온다. 인테리어가 그렇다. 손끝이 닿는 느낌이 다르다. 질감이 좋다.

사륜구동이지만 뒷좌석 센터터널이 거의 없다. 유효공간이 그만큼 넓어지는 셈이다. 3중구조의 풀 프레임 보디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쌍용차는 아직 모노코크보디가 없다. 프레임 방식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하는 상황. 하지만 쌍용은 3중구조 강철프레임을 외려 강조하고 있다. 튼튼한 프레임이 충돌사고시 탑승객에 전해지는 충격을 크게 줄여준다는 것. 따지고 보면 모노코크가 좋고 프레임이 나쁜 게 아니다. 각자 장단점이 있고 단점도 경우에 따라선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고 쌍용차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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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km에서 rpm은 1,800까지 낮아진다. 안정감이 뛰어나다. 엔진 소리는 조용한 편. 낮은 톤으로 멀리서 들리는 느낌이다. 점잖은 소리다.

렉스턴 W에는 HDC가 적용됐다.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의 속도를 5~30km로 조절할 수 있다. 기존에는 5km로 속도가 고정됐었는데 기능을 개선해 30km까지 구간에서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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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험한 오프로드에서 30대의 렉스턴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얕은 개울을 건너고, 심한 경사로에 달라붙어 오르고, 미끌거리는 오프로드를 뒤뚱뒤뚱 밟아 올랐다. 먼지 폴폴 날리며 산 속으로 달려가는 렉스턴 행렬은 장관이었다. 한 대쯤 곤란을 겪을 수도 있었지만 단 한 대의 낙오도 없이 코스를 완주했다.

렉스턴 W의 복합연비는 4WD 모델이 11.6km/L, 2WD 모델이 12.0km/L다. 판매가격은 ▲RX7 2,818~3,430만원 ▲노블리스 3,876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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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의 명가 쌍용차는 시승코스의 상당 구간을 오프로드로 택했다. 4L 모드 까지 갖춘 정통 사륜구동차답게 코란도 투리스모와 렉스턴 W는 보란 듯이 오프로드를 장악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온로드 뿐 아니라 오프로드, 잘 마른 노면 뿐 아니라 젖거나 얼어붙은 길에서도 어디론가 가야하고 움직여야 하는 이라면, 도심뿐 아니라 산속까지 가끔 가야하는 사람이라면 4L이 있는 차가 답이다. 4L이 있다는 건 활동 공간이 두 배 쯤 더 넓어진다는 의미다. 경험해본 사람은 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사륜구동 로 모드를 택하려면 차를 멈추고 기어를 N에 넣은 뒤 선택버튼을 4L로 옮기고 계기판에서 깜빡이는 4L 표시가 완전히 점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좀 필요한데 성질 급한 사람은 이 과정이 다 끝나기 전에 차를 움직이게 된다. 제대로 변환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다. 자주 쓸 일은 없지만 필요할 때에는 아주 유용한 기능이다. 4L이 가능해지는 조건을 좀 더 단순하게 했으면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