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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빴다. 이틀 사이에 3대의 차를 시승해야 하는 일정. 강릉에서 재규어 XE를 타고 이튿날 영종도에서 트랙스 디젤을 시승해야 했다. 아우디 A1을 시승하면서 그 일정을 소화했다.

서울을 출발해 강릉을 찍고 다시 영종도까지 약 580km를 정신없이 달렸다. 연료통을 완전히 싹 비웠다. 연비는 22.3km/L. 복합연비 16.1km/L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처음 절반은 다이내믹 모드로 거침없이 달렸고, 연료가 점차 줄어들면서 절반 밑으로 내려가자 이피션시 모드로 달렸다. 평균속도는 90km/h 전후로 거의 대부분 고속도로를 달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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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에는 3도어 해치백이 스포트 모델과 5도어 해치백인 스포트백이 있다. 시승차는 뉴 아우디 A1 30TDI 스포트 프리미엄 모델이다. 아우디 라인업에서 가장 컴팩트한 차다. 길이x너비x높이가 3973x 1740x 1416mm. 작은 크기의 3도어 해치백이다.

깜찍, 발랄한 모습. 알통 팍 튀어나올 것 같은 굵은 C 필러가 작지만 단단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A필러에서 시작해 지붕을 지나 C 필러로 마무리되는 은색 라인이 눈길을 끈다.

실내는 2열 시트를 포기하면 그다지 좁지 않다. 하지만 2명이 앉을 수 있는 2열 시트까지 충실히 사용하려면 답답한 공간이 된다. 270리터의 트렁크 공간은 뒷좌석 폴딩 시 최대 920리터까지 사용 가능하다. 곡선 계기판은 비행기 날개, 원형 송풍구는 제트 엔진의 터빈에서 따온 디자인이라는 설명이다.

다양한 정보를 주고 차의 상태를 조절 및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아우디 MMI 시스템은 센터페시아로 옮겼다. 변속레버 주변은 완전히 비웠다. 손가락은 센터페시아까지만 가면 된다. 6.5인치 내비게이션은 사용하지 않을 땐 접어서 집어넣을 수 있다.

부분변경을 거쳤고 유로 6 기준을 통과하는 1.6 TDI 디젤 엔진에 7단 S 트로닉 자동변속기가 호흡을 맞추는 파워트레인이다. 최고출력 116마력, 최대 토크 25.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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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다. 여유 있는 승차감은 체형상 불가능하다. 그보다는 야무진 성능을 기대해야 한다. 2.6 회전하는 핸들이 이 차에 잘 어울리는 이유다. 짧은 차야말로 날카로운 핸들링을 즐기기 딱 좋은 체형이다.

시속 100km에 속도를 맞추면 rpm은 주행 모드에 상관없이 1,800rpm으로 수렴한다. 편안하게 순항하는 느낌은 작은 차에서도 느낄 수 있다.

속도를 끌어올리면 디젤 엔진의 톤 굵은 사운드가 울린다. 엔진사운드는 조금 크게 들려도 좋을 만큼 잘 튜닝됐다. 듣는 즐거움을 아는 귀를 가졌다면 자꾸 엔진을 괴롭히게 된다. 속도가 높아지면 차체를 가르는 바람소리도 따라서 커진다. 조금 시끄럽지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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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페달을 완전히 밟았다. 4,500부터 시작하는 레드존을 향해 치솟던 rpm 게이지는 4,000을 통과한 뒤 3,000rpm 아래로 빠르게 물러선다. 엔진은 이 구간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속도를 올린다.

116마력의 힘은 실제보다 훨씬 더 강하게 다가온다. 엔진의 질감은 우수했다. 거칠지않고 빠르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공차중량이 겨우 1,250kg에 불과하다. 작은 차의 장점, 몸무게가 가벼워 힘을 실제 이상으로 알차게 사용할 수 있다. 작아서 가볍고, 가벼워서 더 강해지는 것이다.

지붕에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돼 탁 트인 시야를 만들어낸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 탁 트이는 느낌을 준다. 창 밖으로 펼쳐지는 강원도의 풍경은 그 자체로 액자 안에 담긴 한 폭의 풍경화다.

215/40R17 사이즈의 브릿지스톤 타이어는 그립력이 탁월했다.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 속을 뚫고 달리는데 전혀 미끄러운 느낌이 없었다. 젖은 노면을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잘 물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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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로 빠르게 달리는 느낌은, 중대형 세단으로 빨리 달리는 느낌과는 크게 다르다. 어느 정도의 흔들림은 감안해야 한다. 실제 속도와 체감속도간 차이는 거의 없다. 에누리 없는 속도감이다.

작은 차, 특히 짧은 차여서 운전에 부담이 없다. 뒤가 스핀하거나 코너에서 오버나 언더 스티어에 대한 부담이 확실히 덜했다. 타이어 앞과 뒤가 거의 하나인 듯 반응하고 코너를 돌아나갔다. 날다람쥐처럼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였다. 소형차의 다이내믹함을 제대로 보여줬다.

수입차의 진격은 거침이 없다. BMW 1시리즈, 벤츠 A 클래스에 이어 아우디도 A1을 앞세워 소형차 시장의 울타리를 넘고 있다. 중대형, 프리미엄에서 시작한 수입차가 이제 시장의 가장 낮은 곳까지 밀물처럼 몰려드는 형국이다.

크기는 소형이지만 가격은 그렇지 않다. 썩어도 준치다. 작지만 ‘아우디’ 가문의 구성원인 A1은 판매가격 3,270만원부터 3,720만원까지 5개 트림으로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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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흔들림. 극복하기 힘든 작은 차의 특징이다. 빠른 속도로 달릴 때, 노면을 통해 충격을 받을 때 앞뒤방향의 흔들림, 피칭이 도드라진다.
2열은 성인남자가 제대로 앉아 가기엔 너무 좁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정도로 이용해야 한다. 이 차 뒷좌석에 앉아 장거리 여행에 나서는 건 무모한 일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