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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영향권을 막 벗어난 영종도의 하늘은 쾌청했다. 트랙스 디젤을 시승하는 날, 날씨도 함께 호흡을 맞췄다.

영종도에서 호쾌한 주행을 경험하고 카페리에 차를 싣고 바다 건너 신도로 자리를 옮겨 아기자기한 시골길을 달렸다. 영종도의 쭉 뻗은 직선로에서 시원하고 호쾌하게 달린 트랙스 디젤은 신도의 섬 길에선 얌전하게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기며 주어진 임무를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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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4,245mm, 너비 1,775mm, 높이 1,670mm에 휠베이스는 2,555mm다. 작지만 공간이 좁은 불편함은 없다. 2열 공간의 센터터널도 높지 않다. 가정용 220V 전원을 연결할 수 있는 코드도 준비했다. 전기 한 방울이 아쉬울 때 무척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장치다.

시트를 접으면 제법 넓은 적재공간을 만들 수 있다. 조수석까지 접으면 서핑보드를 실을 수 있다. 단 보드를 실으면 혼자 타야한다는 게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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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공간이 많다. 글로브 박스는 상하 2중으로 만들었고 센터페시아 위에도 별도의 박스를 만들었다. 대신 운전석 센터 콘솔은 생략했다.

트랙스에 올라간 1.6리터 디젤 엔진은 독일 오펠이 공급한다. 4기통 1.6 CDTi(Common rail Diesel Turbo Injection) 디젤 엔진으로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킨다. 변속기는 GM 앞바퀴굴림차 전용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올렸다. 최고출력은 4,000rpm에서 135마력이 나온다. 최대토크는 2,250rpm에서 32.8kgm.

변속기는 부드럽다. 킥다운 버튼이 없는 가속페달은 얌전히 바닥을 내어준다. 4,000rpm까지 오르며 거친 호흡을 잠깐 몰아 쉰 다음 3,000rpm까지 후퇴하며 시프트업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억지스럽지 않다. 반항하지 않고 알아서 잘 따른다. 디젤 엔진 특유의 굵은 토크감은 살아있지만 가속과 변속은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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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km에서 2,000rpm의 평안함을 유지한다. 조용했다. 차는 편안하게 움직였고 다루기 딱 좋을 만큼 얌전했다.

변속레버를 수동모드로 옮기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수동모드를 택하면 가속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법이 없다. 제 스스로 변속하는 법을 모른다. 엄지로 토글 스위치를 통해 신호를 보내줘야 변속을 한다. 말 그대로 완전한 수동이다. 필요할 때 높은 rpm을 계속 유지할 수 있어서 좋다. 필요할 때 빠르게 순발력을 내기 위해선 수동변속 모드에서 높은 rpm을 유지하는 게 필수다.

핸들은 2.7회전한다. 조금 예민한 편으로 작은 차에 잘 맞는 조향비다. 코너를 공략하는데 무리가 없다. 길이가 짧아 뒤가 부담스럽지도 않다. 잘 따라온다.

215/55R 18 사이즈의 컨티넨탈 타이어를 신었다. 급출발을 해도 헛바퀴를 도는 법이 없다. 힘을 낭비하지 않는 알뜰함이 있다. 타이어의 그립력은 나무랄데 없고 제동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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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는 쉐보레가 자신 있게 자랑하는 부분이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연비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지 않자 한국지엠 호샤 사장은 자문자답 형식의 쇼맨십을 선보이며 트랙스 디젤의 연비를 자랑했다. 새로운 연비측정 방식으로 얻은 트랙스 디젤의 연비는 14.7km/L로 호샤 사장은 “경쟁사 디젤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랙스의 가장 큰 장점중 하나는 안전성이다.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 적용비율이 66%를 넘긴다. 운전석과 조수석, 앞좌석 사이드 및 측면 커튼 에어백 등 총 6개의 에어백과 차체 자세 제어 장치(Electronic Stability Control)를 전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했다. 트랙스 출시 첫해에 국토교통부 주관 신차안전도 평가에서 올해의 가장 안전한 차에 선정된 바 있고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가 발표한 ‘2015 가장 안전한 차(Top Safety Pick)’에도 뽑혔다. 믿을 만한 기관에서 이 차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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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인 쉐보레 트랙스 디젤 LTZ의 판매가격은 2,495만원.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LS 2,195만원, LS 디럭스 패키지 2,270만원, LT 2,355만원, LT 레더 패키지 2,436만원이다.

쉐보레 트랙스 디젤은 잘 훈육된 아이를 닮았다. 거친 모습은 잘 숨겼고 필요한 상황에선 살짝 야성을 드러낼 줄도 안다. 하지만 끝장을 보는 결기를 가진 건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 알맞게, 적절히 혹은 적당히 대응하는 능력은 돋보였다. 착한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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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종훈의 단도직입
운전자가 마주하는 계기판과 대시보드의 고급감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타코미터와 디지털 속도계가 합쳐진 미터클러스터, 미터클러스터를 둘러싼 크롬재질, 센터페시아의 번쩍이는 플라스틱을 보면 “쩝” 소리가 절로 난다. 차급은 컴팩트지만 가격은 컴팩트하지 않은 만큼 품질이 컴팩트해선 곤란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