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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이 차를 받으며 장미꽃을 떠올렸다. 새빨간 보디컬러 때문이다. 빨간색을 보며 장미를 연관시키는 유치하고 뻔한 상상력은 촌스럽지만, 그래도 장미를 닮은 벤츠는 예뻤다. 아주 새빨간 4도어 쿠페, 메르세데스 벤츠 CLA 45 AMG 4매틱을 탔다.

벤츠의 전통적인 고객층이 중장년층이라면 20-30대의 젊은층은 벤츠에겐 새로운 시장이다. 벤츠의 컴팩트 라인이 새로운 고객들과 눈맞춤을 하며 열심히 애교를 떨고 있다. A와 B클래스가 있고 CLA, GLA 등이 가세했다. 그뿐 아니다. 여기에 다시 AMG 버전이 추가된다. 화려한 라인업이다.

AMG 뱃지가 붙은 CLA는 무슨 맛일까. 4도어 쿠페의 날렵한 몸매에 최고출력 360마력, 여기에 사륜구동을 더한 고성능 모델이다. 열정을 담은 빨간색 컬러는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두근거리게 만든다. 전지현의 옷이 빨간색이건, 하얀색이건 무슨 상관이랴. CLA의 날렵한 자태에 무슨 색인들 안 어울릴까.

두 개의 라인으로 간결하게 마무리한 라디에이터그릴, 그 위 아래로 힘 있게 그어진 직선들이 단단한 이미지를 만든다. 휠하우스를 꽉 채우는 19인치 휠은 던롭 타이어의 235/35ZR19 사이즈의 타이어를 신었다.

신형 커맨드 시스템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독일 본사에서 개발한 텔레매틱스 시스템이다. 한국형 통합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전화 및 오디오, 비디오 그리고 인터넷까지 고해상도 모니터를 통해 작동이 가능하다. 내비게이션은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한 T팩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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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블랙 앤 레드. 가죽시트와 대시보드가 검정색이고 송풍구를 비롯해 핸들과 시트의 스티치에 빨간색 포인트를 줬다. 안전띠도 빨간색이다.

핸들은 가죽으로 마감했다. 손이 닿는 9시 15분 위치에는 부드러운 스웨이드 가죽을 덧댔다. 손을 갖다대면 착 달라붙는다. 그 아래로 패들시프트가 달렸다. 왼쪽은 다운, 오른쪽은 업이다. 덕분에 핸들을 쥔 채로 편하게 변속 조작을 할 수 있다.

운전은 집중이다. 특히나 스포츠카, 고성능 모델을 다루는 건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민첩한 몸놀림, 빠른 속도에서의 정확한 조종, 시선처리 등등. 폭풍같은 운전을 즐기고 난 뒤 긴장의 끈을 풀어놓을 때,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은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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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를 세팅하고 편안히 핸들을 조정하면 된다. 넥타이를 푸는 것 같은 조금 느슨한 기분으로, 운전의 많은 부분을 차에게 맡기면 된다. 앞차를 기준으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움직인다. 앞차를 따라 완전히 멈추고 브레이크 홀드모드까지 작동시킨다. 시승 도중 앞으로 갑자기 차가 끼어들었는데에도 알아서 간격을 유지해낸다. 기특하다.

컴포트 모드에서만 차가 멈출 때 시동이 꺼진다. 이 상태에서 핸들을 가볍게 돌려봤다. 엔진은 여전히 침묵했다. 조금 가서 멈추면 엔진은 어김없이 다시 잠든다. 시도 때도 없이 잠드는, 참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어하는 엔진이다. 물론 거친 숨 몰아치며 미친 듯 힘을 쓸 때에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정숙해 보이지만 머리 풀고 놀 줄도 아는 여자처럼 반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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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모드는 아주 재미있다. 가속페달을 깊숙하게 밟으면 6000 rpm이 넘어가면서 시원한 방구 소리를 낸다. 귀가 즐겁다. 그 다음, 극한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짜릿함이 이어진다. rpm은 6000을 터치하고 3,000까지 떨어진다. 차는 높은데서 떨어지는 것처럼 달린다. 갈수록 더 빨라진다. 자유낙하 하는 느낌이 이럴까. 청룡 열차 타고 수직낙하 하는 기분이다. AMG 뱃지가 괜히 붙어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 짜릿한 주행을 하면서도 웃을 수 있는 건 차가 안정적이어서다. 벤츠의 사륜구동 시스템인 4매틱이 만들어내는 탁월한 고속주행안정감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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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어x 스트로크가 83.0×92.0mm인 1991cc 직렬 4기통 엔진에서 경이로운 힘, 360마력을 뽑아낸다. 최대토크는 2,250~5,000rpm 구간에서 45.9kgm가 만들어진다. AMG는 배기량의 한계를 뛰어넘어 얼마든지 필요한 만큼의 힘을 만들어내는 재주를 가졌다.

엔진 출력을 조율하는 7단 변속기의 공식 명칭은 ‘AMG 스피드시프트 DCT 7 스피드’다. 벤츠 7단 DCT는 일반적인 듀얼클러치와는 조금 다른 구조다. 1,2,4,5단과 후진기어가 최종감속비 4.13으로 한 조를 이루고, 나머지 3,6,7단이 또 다른 한 조를 구성한다. 최종감속비는 2.39. 최종감속비를 감안하지 않고 기어비를 보면 3단과 6단이 2단과 5단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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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모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쓰면 rpm은 6,500까지 치솟는다. 2단에서 80km/h, 3단에서 130km/h가 된다. 시속 100km의 속도, 스포츠 모드에서는 2000rpm, 컴포트 모드로 하면 1600rpm으로 내려온다.

브레이크는 강했다. 빠른 속도를 적절히 제어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게 강한 브레이크다. 시각적으로도 이 차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신뢰감을 준다. 빨간색 브레이크 캘리퍼가 휠 사이로 보이는 것. 멋있다. 그리고 믿고 달릴 수 있게 해준다.

시트는 몸에 딱 맞는 슈트처럼 승객의 몸을  확실하게 지지해준다. 특히 횡방향의 움직임이 있을 때 효과가 크다. 운전자의 몸이 흔들리지 않아야 자동차도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법이다. 시트가 중요한 이유다. 빨간색 안전띠는 질주 본능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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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 45 AMG 4매틱에는 제한 속도 어시스트, 충돌방지 어시스트, 사각지대 어시스트, 차선 이탈 어시스트 등의 기능들이 대거 탑재되어 있다. 충돌방지 어시스트는 앞 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계기판을 통해서 경고등 표시 한다 .

컴팩트카들을 통해 벤츠는 젊은이들과 좀 더 친해지고 싶어한다. 하지만 젊음과 벤츠는 어울리기 힘든 조합이다. 젊음은 가난하고, 벤츠는 비싸다. 컴팩트카들의 실제 소비자들, 즉 지갑을 열어 결재하는 이들은 젊은 20대의 부모, 즉 부자 아빠 혹은 엄마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차 CLA는 날렵한 스타일로 젊은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벤츠라는 브랜드로 부자 아빠의 결재를 얻어내는 참 영리한 차인 셈이다. 물론 빨간 CLA를 타는 백발의 중년도 멋진 그림이 된다. 그런 이들에게 CLA는 젊은 이미지를 파는 셈이다.

CLA 45 AMG 4매틱은 복합연비 10.6km/L로 4등급, 판매가격은 7,120만원으로 CLA중 가장 비싸다. 가장 저렴한 CLA는 200CDI 모델로 4,3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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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DSC05952까칠하고 독한 미녀처럼 CLA의 아주 예쁜 디자인은 이기적이다. 운전석 도어를 열면 도어의 예각이 날카롭게 드러난다. 예쁜 쿠페 디자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도어 형상이다. 날카로운 도어는 함께 달리는 도로의 이웃들에게 위험한 흉기가 될 수 있다. 장미의 가시다. 내비게이션은 선명하고 보기 좋고 조작하기도 편한데 목적지 주소 입력이 아주 불편하다. 독일에서 개발하다보니 한글 입력 방식이 복잡하고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