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58년 개띠 임팔라의 자율과 복종

DSC07379

58년 개띠 쉐보레 임팔라가 왔다. 국내 준대형세단 시장에 투입되는 새 모델이다. 알페온을 대체하는 임팔라는 쉐보레의 플래그십 세단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신차발표회 현장에서 쉐보레는 임팔라의 경쟁 차종으로 그랜저 아슬란 K7 등을 명확하게 지목했다. 분명하게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1958년 처음 만들어진 이 차는 벌써 10세대까지 이어지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지금까지 1,600만대를 판매했다.

임팔라는 수입차다. 미국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만들어 태평양을 건너왔다.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하지만 한국에 생산시설과 폭넓은 AS 시설을 가진 한국지엠이 국산 쉐보레와 함께 판다. 수입차지만 국산차처럼 인식된다는 의미다. 경계에 선 차다.

신차발표회를 치른 다음날, 쉐보레는 기자들을 초청해 여수-남해 구간에서 시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시승차는 3.6 모델이었다.

크다. 길이가 무려 5,110mm, 휠베이스가 2,835mm에 이를 정도다. 덩치 큰 미국 아저씨 엉클 톰이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나선 이미지다. 단정하고 견고한 느낌이다. 측면을 장악한 직선은 앙다문 입처럼 견고한 이미지를 만든다. 245/40R20 사이즈의 타이어가 휠하우스를 꽉 채운다.
신기한 건, 뒤에서 볼 때 실제보다 작아 보인다는 점. 특히 달리면서 보면 준중형인지 준대형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작게 보인다.

무게감 있는 디자인이다. 대형세단이라면 반드시 갖춰야할 덕목이다. 뽀빠이의 팔뚝처럼 두툼한 C 필러가 시각적인 무게중심을 잡고 있다. 이렇다 할 장식이 없는 점이 마음에 든다. 간결함이 나는 좋다. 측면, 도어 아래의 ‘IMPALA’ 라는 표기, C 필러의 임팔라를 형상화한 배지가 굳이 필요할까 싶지만, 생소한 이름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효과적이겠다는 생각도 든다.

공간은 넓다. 아주 넓다. 뒷좌석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도 남는다. 미국 사람들에겐 이 정도는 돼야 패밀리세단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다. 그들에게 딱 맞는 옷을 우리가 입으니 헐렁해지는 느낌? 임팔라의 크기, 공간은 그렇게 다가왔다.

V6 3.6리터 직분사 엔진은 최고출력 309마력과 최대토크 36.5kgm의 힘을 낸다. 공차중량 1,730kg으로 마력당 무게비는 5.6kg 정도다.

가속을 하면 빠르고 가볍게 반응한다. 309마력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면 조금 실망할지 모른다. 빠른 가속감이지만 스포츠카처럼 폭발적이지는 않다. 깊숙하게 가속페달을 밟아 가속하면 변속기의 조율을 거친 파워가 빠르게 속도를 높인다.

정지 상태에서 급가속을 하면 앞바퀴가 잠깐 헛돈다. 트랙션 컨트롤 개입이 한 발짝 늦은 편. 다이내믹한 기분을 내기에는 이런 세팅이 좋다. 가속페달에 킥다운 버튼은 없다. 그냥 밋밋하게 바닥까지 밟힌다.

변속레버를 M으로 옮기면 수동변속이 가능하다. 레버를 쥔 채 엄지손가락으로 토글 스위치를 조절해 시프트 업 다운을 하면 된다. 수동모드를 잘 이용하면 아주 즐겁고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다. 7,000rpm 까지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한다면 7,000rpm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적어도 수동 모드에선 힘을 쓸 만큼 엔진 회전수를 올려놓았는데 시프트업이 되면서 스르르 긴장이 풀려버리는 일이 없다. 운전자가 직접 변속하기 전에는 절대 스스로 변속하지 않으면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한다. 운전자에 철저히 복종하는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반응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 긴장감을 즐기며 rpm을 5,000 이상을 유지하며 달렸더니 함께 탄 기자가 한참을 낑낑대더니 “멀미난다”고 타박한다. 참고 참다가 뱉은 말이다. 역시 차를 즐길 땐 혼자 타는 게 정답이다.

하이드라맥틱 6단 자동변속기는 이처럼 수동과 자동모드에서 확연히 다른 반응을 만들어 낸다. 자동모드에선 입력치의 80~90% 정도로 출력을 만들어내며 ‘자율’적인 반응을 보이고 수동모드에선 120% 이상의 파워를 ‘충성스럽게’ 보여준다. 그 차이가 분명해서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재미있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는 정확하게 작동하고 완전 정지까지 커버한다. 직선로에서는 거의 완벽하게 작동한다. 차간 거리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그 거리를 제일 짧게 조절해 놓으면 코너에서도 앞차를 인식하며 거리를 유지한다. 거리를 멀게 해놓으면 코너에서 앞차를 놓치고 만다. 그래서 코너 중간에서 가속하는, 조금 당황스러운 경우도 생긴다.

임팔라에서 애플 카플레이를 만날 수 있다. 아이폰이 차 안으로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안드로이드는 아직 안된다. 8인치 터치 스크린 뒤에는 숨은 공간 ‘시크릿 큐브’가 있다. 비상금 숨겨두는 용도로 딱 좋겠다.

그 아래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이 있다. 핸드폰을 올려놓기만 하면 충전이 이뤄지는 것. 아무 핸드폰이나 올려놓고 충전되기를 기대해선 안된다. 무선 충전이 가능한 핸드폰이어야 제대로 충전된다. 결국, 이 차를 100% 활용하려면 아이폰 최신형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핸들을 완전히 돌리면 2.6 회전한다. 대형세단으로선 꽤 타이트한 조향비다. 실제로도 대형 세단답지 않은 날카로운 조향감을 보였다. 5m를 훌쩍 넘는, 코너에 약한 체형이지만 임팔라는 코너에서도 강했다. 야생의 영양이 맹수의 추격을 피해 이리 저리 방향을 틀며 달리는 것처럼 코너를 유연하게 빠져나갔다. 놀라운 민첩함이다.

임팔라는 10개의 에어백을 가졌다. 9개의 에어백을 가진 경쟁차들보다 1개가 더 많다. “9개나 10개나 거기서 거기” 라고 살짝 약을 올렸더니 한 개 더 많은 그 에어백이 “조수석 무릎 에어백” 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운전자 입장에선 가장 소중한 사람이 타는 곳이 조수석이다. 모든 운전자가 운전석 무릎 에어백을 떼어다가 조수석에 달고 싶은 마음을 읽고 조수석에도 달았다. 참 따뜻한 마음 씀씀이다. 곧 다른 차들도 따라 하기를 기대해 본다.

복합연비는 9.2km/L. 배기량에 비해 합당한 수준의 연비다. 쉐보레는 적어도 이보다 더 좋은 연비를 운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고 있다. 보수적으로 연비를 측정했다는 의미다.

임팔라의 가장 큰 장점 하나, 가격이다. 최고급 모델인 3.6L LTZ이 4,191만원이다. 2.5L 모델은 3,409만원부터다. 미국보다도 싼 가격에 더 많은 옵션이 적용된 모델을 한국에서 판다는 게 쉐보레의 설명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인테리어 재질은 좀 더 고급이면 좋겠다. 대형 세단인데 값 싼 플라스틱 재질은 어울리지 않는다. ‘대형’ 세단이지만 ‘고급’ 은 아닌 이유다.
시승차의 시트는 불량이다. 재봉 불량으로 가죽은 울었고 헤드레스트는 제대로 마감되지 않아 가죽 안쪽이 그대로 드러났다. 출고과정에서 발견했다면 간단히 교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시트 불량은 사실 별거 아닌 아주 작은 문제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한국지엠 쉐보레의 품질관리 시스템이 더 큰 문제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