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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가 마이바흐를 선보인 건 지난 서울모터쇼에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마이바흐를 서브 브랜드로 운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고성능 브랜드 AMG처럼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로 마이바흐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1930년대 호화로움을 자랑하며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급 세단 마이바흐는 잊혀질만하면 다시 등장한다.

마이바흐는 두 사람의 이름이다. 빌헬름 마이바흐는 고틀리프 다임러와 함께 메르세데스 벤츠의 초창기를 일군 당시 최고의 엔지니어였다. 다임러의 후계자로 불릴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마이바흐가 없는 다임러는 해군 없는 러시아와 같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또 한사람의 마이바흐는 칼 마이바흐로 빌헬름 마이바흐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은 그는 1930년대 V형 12기통을 얹은 마이바흐 DS7 제펠린과 이어 DS8 제펠린으로 마이바흐 신화를 써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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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마이바흐가 되살아난 건 2002년이었다. 벤츠와 크라이슬러가 한 몸이 된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마이바흐를 다시 불러냈다. 되살아난 마이바흐는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2013년 단종된 마이바흐는 벤츠 S 클래스의 모델 체인지에 맞춰 다시 세상에 나왔다.

긴 세월 돌고 돌아 우리 앞에 다시 온 이 차의 이름 ‘더 뉴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클래스’다. S 클래스가 마이바흐라는 별도 브랜드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S500과 S600 두 종류가 있다. 시승차는 마이바흐 S600.

최고의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이다. 당연히 오너의 자리는 뒷좌석이다. 드라이버는 뒷좌석에 앉은 오너가 최고의 편안함을 느끼도록 차를 다뤄야 한다. 부드럽고 조용하게, 편안하게, 흔들리지 않게 운전해야 하는 차다.

5,980cc V형 12기통 엔진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자랑하는 7G 트로닉 플러스 변속기와 조합해 최고출력 530마력, 1,900~4,000rpm 구간에서 84.7kgm의 큰 힘을 낸다. 하지만 이 차에서 중요한 건 힘보다 편안함이다. 530마력의 힘은 빠르고 강하게 달리기 위한 힘이 아니라 어떤 속도에서도 안락함을 잃지 않기 위한 힘이다. 오직 승차감을 위한 성능이다.

승차감과 성능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는 게 일반적인 세단이라면 마이바흐는 최고의 승차감이 최우선이다. 높은 성능조차 철저하게 뒷좌석 오너의 승차감을 위해 조율되는 차다. 어떤 속도에서도,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필요하다면 시속 200km의 극단적인 고속에서도 안정감 있는 승차감을 확보해야 하는 게 마이바흐다.

차 길이는 5,455mm. 대형세단의 기준이라는 5m를 훨씬 넘어 5.5m에 이른다. 휠베이스는 S 클래스보다 200mm가 길다. 덕분에 대형세단이 좁게 느껴질 만큼 넓은 실내를 가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니 인간 세상에서 공간은 힘이다. 넓은 공간을 가졌다는 건 그만큼 힘이 있다는 것. 자동차라고 예외는 아니다.

운전석에 대한 호기심과 욕심을 접고 뒷좌석에 올랐다. 문을 닫으면 딴 세상이다. 차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모든 소리가 사라진다. 세상과 격리된 듯한 생소한 느낌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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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를 누이면 누워서 발을 쭉 뻗고도 공간이 남는다. 이그제큐티브 시트다. 등받이 각도와 요추받침, 다리 부분을 따로 조절할 수 있다. 시트는 마사지 기능이 있다. 힘을 쫙 빼고 시트에 몸을 맡기면 안마까지 해준다.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음성증폭 기능이 있어 운전자와 뒷좌석 오너간 편안하고 정확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해준다. 부메스터 하이엔드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자동차에서 들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음질을 들려준다.

공간은 그냥 넓기만 한 게 아니다. 구석구석 세심한 배려가 숨어있어 최고급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테이블을 꺼내 펼치면 훌륭한 사무실이 된다. 반듯하게 자세를 잡고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다. 핸드폰의 핫스팟을 이용하면 차 안에서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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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파노라마 선루프는 매직스카이 컨트롤 기능이 있어 선루프의 유리 색깔을 다르게 조절할 수 있다. 짙은 파란색 선루프는 햇볕을 차단하는 현실적 기능을 구현하는 한편, 신비한 분위기를 만드는 효과를 함께 낸다. 버튼을 누르면 선루프가 투명해지진다. 꿈속을 헤매다 현실에 발을 딛는 느낌이다.

마술은 또 있다. 매직바디 컨트롤이다. 룸미러 안쪽에 있는 카메라가 앞에 있는 도로를 미리 스캔하고 분석한 뒤 차체가 미리 대응하는 기술이다. 도로 상태가 안 좋은 곳, 요철이 있는 곳을 미리 알아채고 서스펜션이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하는 식이다. 도로 상태가 안 좋은 곳에서는 서스펜션을 조절해 차의 지상고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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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바디 컨트롤은 놀라운 승차감의 근원이다. 위아래 방향의 흔들림은 거의 느끼기 힘든, 요트를 탄 듯한 느낌이다. 눈 뜨면 도로 위, 눈 감으면 바다 위 요트다. 최고의 승차감이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차다.

뒷좌석 안전띠는 에어백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 충돌이 발생하면 몸을 잡고 있는 안전띠가 부풀어 올라 에어백 역할을 하는 것. 뒷좌석에 앉아도 반드시 안전띠를 착용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안전띠가 에어백이니까.

연비 6.8km/L. 연비 좋다는 게 그리 큰 장점이지도, 연비 나쁘다는 게 단점이지도 않은 차다. 그냥 그렇다는 정도. 5등급이지만 그래도 V12 6.0 엔진의 연비로는 훌륭하다.

마이바흐 S600이 2억9,400만원, S500은 2억3,300만원이다. 300대 가까이 계약됐다는 소식이다. 이 좁은 나라에 부자가 많기는 많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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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마이바흐라는 브랜드의 위치는 애매하다. AMG와 같은 서브 브랜드라고는 하지만 하나의 브랜드를 구성하기엔 운용하는 모델 수가 제한적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서브 브랜드라기보다는 벤츠 S 클래스의 마이바흐 버전으로 보는 게 더 현실적이다. 한 번 실패했던 브랜드라는 이미지도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로서는 약점이다. 무조건 성공해야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마이바흐는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니까.
맨 철판이 드러난 트렁크 상판은 보는 사람이 안타깝다. 마이바흐는 이래선 안 되는 거 아닌가?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