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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가 K5를 신형으로 교체했다. 두 개의 얼굴, 다섯 개의 심장을 앞세웠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현대차가 7개의 파워트레인을 가진 쏘나타를 선보인바 있다. 시장은 긴장감이 역력하다. 거의 모든 브랜드가 한 다리를 걸치고 있는 중형세단 시장이다. 쏘나타와 K5가 우르르 새 모델을 쏟아내면서 시장은 출근 시간대의 엘리베이터마냥 터질 듯 한 기세다. 현대기아차의 인해전술, 아니 차해전술이 시작된 셈이다.

지난 22일 일산에서 송추까지 두 차례 왕복하며 K5를 시승했다. 2.0 가솔린 엔진과 1.7 디젤 엔진 모델 두 차종을 탔다. 두 개의 얼굴 중 시승차로 나선 건 MX였다. 범퍼 아래쪽 와이드한 인테이크홀과 3개의 육각형으로 구성된 LED 안개등이 SX와는 다른 MX만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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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을 때 K5의 디자인은 임팩트가 컸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의 유일한 흠은 그 뒤를 이을 신형, 혹은 후속 모델이 운신할 폭이 좁다는 것. 그냥 좁은 게 아니라 엄청 좁다. 완성도 높은 차의 어디를 어떻게 손대야할 것인가. 결코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해본다. 지금 우리 앞에 선 신형 K5는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범퍼 하단분의 변화, 일부 램프류 등 작은 디테일의 변화가 보일 뿐 큰 틀의 변화는 찾기 힘들다. 여전히 세련되고 매력적인 모습이다.

차분하지만 견고한 라인을 중심으로 실내외를 만들었다. ‘K5’에서 직선은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다. 실내외 모습에서 직선은 살아 있다. 우선 옆모습이 그렇다. 앞에서 뒤로 흐르는 라인은 고집스럽게 견고한 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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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들어서면 대시보드가 그렇다. 직선이 고전적인 스타일의 대시보드를 구성한다. 좀처럼 융통성이 없을 것 같은 완고한 모습도 보인다. 어쨌든 K5 만의 디자인 포인트를 여전히 잘 구성하고 있다.

공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다. 뒷좌석에 다리를 꼬고 앉아도 앞뒤 공간이 남는다. 길이 4,855mm, 너비 1,860mm에 높이 1,465mm를 갖췄고 실내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는 기존 2,795mm에서 2,805mm로 10mm가 늘었다.

도어는 무겁다.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무게감이 있다. 묵직하게 닫히는 느낌이 좋다.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서 K5가 생각보다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끝에서 끝까지 2.7 회전하는 스티어링휠은 기름기 쫙 뺀 근육처럼 얇아서 손에 쏙 잡힌다. 시트는 편안하게 몸을 받아준다. 꽉 조이거나 딱딱하게 받쳐주는 게 아니라 소프트하게 받아준다. 허리를 지지하는 부분도 그랬다. 강하게 쪽을 돌 때 조금 소프트한 시트가 몸을 힘들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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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가솔린을 먼저 탔다. 누우 2.0 CVVL 가솔린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6,500rpm에서 최고출력 168마력, 4,800rpm에서 최대토크 20.5kgm의 파워를 낸다. 18인치 타이어를 적용해 복합연비 12.0km/L를 기록한다.

가속페달을 가장 깊게, 바닥까지 밟았다. 치솟는 rpm은 6,500과 5,000을 구간 반복하며 변속을 이어간다. 가속 반응은 조금 더딘 편이다. 한 박자 늦게 반응한다. 일단 탄력을 받으면 빠르게 속도를 올린다. 경쾌한 느낌이 살아난다.

가속페달을 30%만 밟으며 부드럽게 다루면 패밀리 세단의 진면목이 살아난다. 넓은 공간에 편안하게 앉아 차창 밖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달리는 전형적인 패밀리 세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가족지향적인 요소는 중형세단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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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디젤 모델로 바꿔 탔다. 1.7 디젤 엔진에 7단 DCT를 탑재해 유로 6 기준을 충족시켰다. 역시 18인치 타이어를 적용해 복합연비 16.0km/ℓ를 확보했다. 최고출력은 4,000rpm에서 141마력의 힘을 낸다. 디젤 엔진에서 중요한 최대토크는 34.7kg•m로 발생시점은 1,750~2500rpm 이다. 시속 100km로 정속주행하면 rpm은 1,700 전후로 안정화된다. 밖에서 들으면 영락없는 디젤엔진이지만 실내에 들어와 문을 닫으면 잘 모르겠다. 조용하고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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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멈추면 엔진이 정지하는 ISG는 정확하게 작동한다. 핸들을 돌려도 엔진 스톱을 유지할 만큼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초반 가속은 가솔린 엔진보다 확연히 가뿐하다. 이후 가속 반응도 빠른 편이다. 고속주행에 이르기까지 힘 있게 달렸다. rpm 4000을 터치한 뒤 3,000까지 후퇴하며 시프트업을 이어간다.

굵은 토크감과 조금 더 예민한 반응이 1.7 디젤모델의 특징이다. 차분히 다루면 한없이 편안해지는 모습도 보인다. 기본적으로 넓은 공간을 확보했고, 조용한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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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무선충전 시스템은 재미있다. 별도의 연결잭 없이 센터페시아 하단 트레이에 휴대폰을 올려놓기만 해도 충전이 된다는 설명이다.
조수석 시트 왼쪽에는 ‘워크인 스위치’가 있다. 운전자가 시트 측면 스위치를 통해 동승석의 위치와 기울기를 쉽게 조절할 수 있는 것. 회장님이 뒷좌석에 타고 움직이는 대형세단에서나 어울리는 장치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은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AEB)’과 함께 자율주행과 유사한 상황을 경험하게 해준다. 정해진 속도로 차간거리를 스스로 조절하며 달리다가 충돌 위험이 있을 땐 스스로 제동까지 하는 기능이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운전자를 도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무려 5개의 심장을 가졌다. 여기에 두 개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터보 GDI는 SX 전용이어서 모두 8개의 라인업으로 구성했다. 중형세단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고 K5 안에서 완벽하게 커버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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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K5의 가격은 주력 모델인 2.0 가솔린 기준 ▲디럭스 2,245만원 ▲럭셔리 2,385만원 ▲프레스티지 2,520만원 ▲노블레스 2,685만원 ▲노블레스 스페셜 2,870만원, 1.7 디젤은 ▲디럭스 2,480만원 ▲럭셔리 2,620만원 ▲프레스티지 2,755만원 ▲노블레스 2,920만원이다.

또한 1.6 터보 모델은 ▲럭셔리 2,530만원 ▲프레스티지 2,665만원 ▲노블레스 2,830만원, 2.0 터보 모델은 ▲노블레스 스페셜 3,125만원, 2.0 LPI 모델은 ▲럭셔리 1,860만원 ▲프레스티지 2,130만원 ▲노블레스 2,37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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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두 개의 얼굴은 억지스럽다. 이 정도 차이를 두기위해 두 개의 디자인을 만들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둘 중 하나로 디자인을 결정하지 못하고 두 개의 디자인을 내놓은 건 일종의 결정장애다. 덕분에 너무 많은 선택지를 받게 된 소비자들도 결정장애에 시달리게 됐다. 선택의 폭이 많아지는 게 늘 좋은 건 아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