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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 디젤은 왜 서킷을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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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가 티볼리에 디젤 엔진을 투입했다. 가솔린 4WD 모델도 함께 추가됐다.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티볼리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작은 SUV 티볼리가 쌍용차를 견인하고 있다.

티볼리 디젤이 데뷔 무대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으로 정했다. 서킷데뷔는 주로 스포츠카나 고성능 모델들의 몫이다. SUV, 그것도 소형 SUV와 서킷은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쌍용차는 왜 인제 서킷에 티볼리 디젤을 올려놓았을까. 시승하는 동안 내내 궁금했던 부분이다.

고저차가 40m에 달하는 인제 스피디움은 국내에서 가장 재미있는 서킷이다. 코너에 다운힐 업힐이 복합돼 있어 도로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짜릿함을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내리꽂힐 때의 아찔함, 하늘을 보며 언덕을 올라가는 블라인드 업힐의 긴장감 넘치는 짜릿함. 인제 서킷의 끝내주는 재미다.

티볼리는 소형 SUV다. 4,195mm의 길이, 1.8m에서 5mm가 부족한 너비, 1,590mm의 높이다. 눈 화장한 앞모습은 인상적이다. HID 헤드램프에 LED 주간주행등은 눈동자와 진한 눈썹을 닮았다.

공간은 넉넉지도 궁색하지도 않다. 뒷좌석에 앉아서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2열 시트에 앉아서 약간의 부족함을 느낀다면 그건 지금까지 넉넉한 공간에 익숙해졌다는 의미다.

제품설명과 코스 브리핑을 마친 뒤 티볼리 디젤을 타고 서킷 위로 올라섰다. 전자식주행안정장치(ESP)는 껐다.

출발 신호를 받았다. 깊은 숨을 쉬듯 가속페달을 깊숙하게 밟았다. 툭 튀어나가는 느낌. 이건 디젤이라기보다 가솔린 엔진 같은 반응이다. 출발 반응이 그랬다. 속도가 일단 높아진 후에는 그런 예민한 반응은 사라진다. 배기량 작은 디젤 엔진의 진중한 반응으로 변한다.

피트를 빠져나와 본선에 진입하면 오르막이 앞으로 가로막는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힘을 모으며 언덕을 오른다. 그 끝은 우측 헤어핀이다. 속도를 높이면 오버스티어를 피할 수 없다. 바깥에서 안쪽을 공략하며 다시 바깥쪽으로 빠져나오는 동안 탄력을 유지해야 한다.

첫인상은 첫 코너에서 결정된다. 잘 돈다. 의외다. 차체가 높은 두바퀴굴림 SUV라면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진다. 구조적인 문제다.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코너에서 점점 과감하게 코너를 공략했다. 차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수준의 70% 정도로 공격했다. 지상고가 높은 차라 이 정도면 한계를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ESP까지 껐으니 오버스티어로 코스를 벗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지만 티볼리는 잘 버텼다.

이후 이어지는 코너마다 공략 속도를 높이며 스티어링을 과감하게 조작했다. 타이어는 비명을 질렀지만 뜻밖에 차체는 안정을 잃지 않았고 코너를 잘 돌아나갔다. 100%를 넘기고 120~130% 정도까지 코너 공략 수준을 높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법인데” 소리가 절로 나온다.

좌, 우 코너가 연속되는 S자 코너에서 차를 집어던지듯 잡아 돌렸다. 좌우로 안전지대는 충분한 ‘서킷’ 아닌가. 티볼리는 뱀장어처럼 그 코너를 빠져나갔다. 순간적으로 몰리는 하중을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잘 받아주고 있었다.

모양이 예쁜 작은 SUV라면 성능은 크게 기대해선 안된다는 선입견을 티볼리는 여지없이 깨부쉈다. 예쁘고 작은 SUV인데 성능도 제법이다. 고성능은 아니지만 엔진 배기량과 차급에 맞는 제대로 된 성능을 보여줬다.

마지막 코너를 빠져나온 뒤 직선로에서 티볼리 디젤은 시속 160km까지 속도를 올렸다. 킥다운을 하면 rpm이 4,000을 터치하고 3,000까지 후퇴한 뒤 다시 상승한다. 은근하고 끈기 있게 힘을 쓴다.

바람소리나 실내 잡소리도 크지 않다. 고속에서도 안정감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감은 크지 않았다.

브레이크는 초기반응이 신경질적이라고 할 만큼 강하다. 초기에 강하게 밟히고 제동이 쭉 이어지는 느낌이다. 예민한 편이다. 불편할 수도 있고 혹은 즉각적인 반응에 신뢰감을 느낄 수도 있다. 시속 100km로 정속주행을 하면 rpm은 1,800 전후까지 내려간다.

이제 답을 찾을 차례다. 앞서 물었던 질문. 쌍용차는 티볼리 디젤의 데뷔 무대로 왜 서킷을 택한 것일까.

사실, 고성능 차만 서킷을 달리란 법은 없다. 115마력, 30.6kgm의 토크를 가진 소형 SUV가 서킷을 찰지게 달리는 재미는 제법 컸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또 다른 세계가 보이는 법, 서킷에서 만난 티볼리가 그랬다.

자신감 없이는 서킷에 오를 수 없다. 티볼리를 서킷에 올린 겁 없는 무모함, 어쩌면 그 뒤엔 무모함을 가장한 치밀한 계산이 있었던 것을 아닐까. 티볼리의 모든 것을 한계까지 몰아가며 재미있고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는 무대로 인제 서킷을 택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티볼리 라인업에 디젤을 추가한 것은 화룡정점이다. 티볼리 디젤 신고식 무대로 서킷을 택한 건 야무진 성능을 제대로 돋보이게 해준 신의 한 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앞 유리창과 만나는 지붕 끝선은 떠있다. 손가락을 집어넣어보면 그 틈새의 수준을 실감할 수 있다. 고급 SUV가 아니어서 크게 탓할 부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를 한다면 이 차의 가치는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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