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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액티브 투어러를 만났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습, BMW 라인업에 없던 전혀 새로운 모델이다. 액티브 투어러는 BMW의 이단아다.

먼저 이름. 숫자를 근간으로 차의 이름을 표시하는 BMW의 규칙이 이 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숫자 없는 이름이 낯설다. 액티브 투어러는 2시리즈 라인업에 포함된다. 소형세단 1시리즈의 변형 차종으로 보면 된다는 의미다.

보디 스타일 역시 지금까지 BMW에 없던 형식을 시도하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소형미니밴 혹은 모노볼륨카 정도로 얘기할 수 있다. 작은 크기, 넓은 실내 공간, 다양한 활용성 등을 내세우는 실용적인 차종이다.

또 하나, 이 차는 지금껏 BMW에서 금기시됐던 앞바퀴굴림을 채택했다. 소형 세단 1시리즈에까지 후륜구동을 고집하며 프리미엄 브랜드임을 내세우던 BMW다. 그런데 앞바퀴굴림이다. 무슨 의미일까. 액티브 투어러로 시작한 BMW의 앞바퀴굴림이 앞으로 어떤 역사를 만들어갈까. 생각은 상상이 되고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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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4,342, 너비 1,800, 높이 1,555mm의 크기. 1.5m의 높이에 주목해야 한다. 짧은 길이임에도 제법 넓은 공간을 확보한 비결이 차의 높이에 있다. 덕분에 작거나 좁다는 느낌이 없다.
탁 트인 파노라마 선루프도 실내 공간을 더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지붕에서 길게 뻗어 내려온 A 필러는 보닛과 만나는 지점에서 작은 유리창을 만들어 냈다. 시아를 가리는 A 필러에 숨통을 틔워주는 쿼터패널, 그 작은 공간으로 좌우 회전할 때 매우 유용하게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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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등 버튼 옆에는 SOS 버튼이 커버 안에 숨어 있다. 사고를 당했거나 비상 상황에 처했을 때 이 버튼을 누르면 상황실 안내자와 통화를 할 수 있다. 비상시에 아주 유용한 기능이다.

2열 시트는 앞뒤로 13cm 슬라이딩한다. 버튼 한 번 누르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탄력 있게 접힌다. 두 번 세 번 동작이 필요한 게 아니다. 단 한 번의 동작으로 시트가 접힌다.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공간이 468ℓ에서 최대 1,510ℓ까지 넓힐 수 있다.
트렁크에는 컴포트 액세스 및 전동식 트렁크 기능이 있어 간단한 발동작만으로도 트렁크를 여닫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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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투어러에는 4기통 트윈파워 터보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올라갔다. 크기는 작고, 힘은 센데, EU6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고 복합연비 17 km/L의 효율을 갖춘 엔진이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3.7kg·m이며 정지에서 100km/h까지 8.9초에 도달한다.

핸들은 2.8회전한다. 3바퀴가 채 안돈다.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달린다. 앞뒤의 무게균형이 돋보이는 후륜구동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앞바퀴굴림이면서도 훌륭한 안정감을 보였다. 엔진은 당연히 가로로 놓였다. 가로엔진+ 앞바퀴굴림은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석이다.

에코모드에서 100km/h로 정속주행하면 rpm은 1,600으로 수렴한다. 스포츠모드에서는 1,800으로 상승한다.

가속페달을 꾹 밟아 킥다운 버튼을 작동시키면 소리가 먼저 강한 소리를 내뱉으며 액티브한 면모를 보인다. 스포츠 모드와 킥다운은 최강 조합이다. 제법 거친 면모를 드러내며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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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컴포트, 에코프로, 3개의 주행모드에 따라 차의 움직임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에코 프로에서 느슨하고 여유 있게 달리다 스포츠 모드를 택하면 반전이 일어난다. 팽팽한 긴장감과 탄력이 살아있는 가속반응을 느낀다. 같은 차라고 느끼기 힘들 만큼의 변화다.

8단 자동변속기는 부드럽게 작동한다. 쇼크를 느끼기 힘든 변속이다. 변속레버는 부드럽지 않고 절도 있게 작동한다.

LED 헤드램프는 밝다. 어둠 속에서도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해준다. 코너링 램프도 있다. 저속에서 방향을 틀거나 선회할 때 진행방향을 밝게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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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뉴 액티브 투어러는 옵션에 따라 국내에서 총 2가지로 출시됐다. 기본 모델인 BMW 뉴 액티브 투어러 조이가 4,190만원, TV 기능과 내비게이션이 추가된 뉴 액티브 투어러 럭셔리 모델이 4,590만원(VAT 포함)이다.

이단아는 새 질서가 장착되기 전의 이름이다. 이단아를 새 기준으로 질서가 서면, 이단아는 새 역사의 시발점이 된다. 앞바퀴굴림의 소형미니밴, 게다가 숫자를 뺀 이름 등 집안의 전통을 온통 무시한 이단아가 예사스럽지 않다. 어쩌면 아주 큰 변화가 벌써 시작됐는지 모른다. 액티브 투어러를 예의 주시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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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센터페시아는 미완성이다. 오디오 버튼과 공조 스위치 사이에 한 칸이 비었다. 그냥 비워뒀으면 수납공간으로 좁지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텐데 막아버렸다. 뭔가 쓰임새 있게 만들 수 있을 텐데 아직 정답을 찾지 못했다. 우등생의 빈 답안지를 보는 듯 안타깝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