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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이 되고 싶은 ‘더 넥스트 스파크’

THE NEXT SPARK_스플래시 블루_09

한국지엠이 오랜만에 투지에 불타고 있다. 두 자리 수 점유율 운운하며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던 한국지엠이 무려 “1등 탈환”을 장담하고 있다. 신형 스파크를 선보이면서다. 경차시장 1등 탈환을 외치며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지금까지 보던 모습이 아니다. 낯설지만 반갑다.

스파크의 뿌리는 1991년 출시한 티코다. 대우조선이 일본 스즈키사와 계약을 맺고 3세대 알토를 들여와 대우국민차가 창원공장에서 만들어 국산 경차의 역사를 열었다. 티코는 마티즈로, 다시 스파크로 이름을 바꾸며 오늘에 이르렀다.

신형 스파크의 풀 네임은 ‘더 넥스트 스파크’다. 쉐보레는 스파크를 출시하면서 “신차 투입=가격 인상”이라는 공식을 거부했다. 주력모델로 꼽히는 LT와 LT+의 경우 23만원과 9만원이 내렸다. 시장탈환을 위한 과감한 행보엔 한 판 붙어보자는 강한 의지가 담겼다. 경차에서 가격만큼 민감한 부분은 없다. 일단 내렸다는 점에서 점수를 땄다.

풀옵션을 장착한 최고급모델 스파크 LTZ를 타고 시승에 나섰다.

굿 디자인. 경차지만 안정감 있는 모습을 확보했다. 3,595×1,475×1,595mm 크기에 휠베이스는 2,385mm다. 기존 모델 대비 휠베이스를 넓히고 높이를 낮췄다.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 그릴, 프로젝션 헤드램프, LED 주간주행등, 크롬 베젤로 감싼 대형 안개등 등이 디자인 포인트다. 알로이휠은 최대 16인치까지 선택할 수 있다.

눈에 확 띄는 모습이 아니다. 교통 흐름에 잘 묻어가면서 적당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범퍼 양옆으로 드러난 여덟 ‘팔’자 (八) 라인이 코믹하다.

천연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이 손에 착 감긴다. 무단변속기 변속레버는 D와 S 레인지가 있다. 수동변속은 할 방법이 없다. 그냥 가속페달의 각도를 조절하며 편안히 달리면 된다.

시트는 짧아서 조금 아쉽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공간의 아쉬움이 없다. 머리 위도 좁지 않다. 뒷좌석에 사람이 없으면 최대한 시트를 뒤로 밀어 넓은 공간을 누릴 수도 있다.
뒷좌석은 빠듯하다. 손가락 높이만큼 센터터널도 솟아있어 유효공간의 넓이를 더 좁힌다. 그래도 5인승이다. 좁혀 앉으면 다 탈 수 있다. 경차는 좁은 공간을 탓해선 안 된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차세대 마이링크 시스템이 탑재됐다. 후방카메라 기능, 인포테인먼트 및 공조 시스템을 제어하고 7인치 고해상도 풀 컬러 스크린에 스마트폰처럼 아이콘을 배열해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했다.

카플레이의 실체를 드디어 양산차에서 만났다. 아이폰을 통해서 핸드폰의 주요 기능을 자동차에서 이용하는 것이다. 음악을 듣고 전화를 하고 지도를 띄워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다. 시리를 통해 음성명령으로 기기를 작동시킬 수도 있다. 스파크를 사기 전에 반드시 아이폰을 먼저 장만해야겠다. 카 플레이를 비롯한 주요 기능을 터치스크린 모니터로 작동하는 덕분에 센터페시아는 많은 버튼들을 생략할 수 있어 여유롭다.

시동버튼을 눌렀다. 3기통 1.0 에코텍엔진이 호흡을 시작했다. C 테크 무단변속기와 궁합을 맞춰 최대출력 75마력, 최대 토크 9.7kg.m의 파워를 낸다. 복합연비는 14.8km/L. 5단 수동변속기 모델은 15.4km/L다. 연비가 좀 더 우수한 C 테크 에코 모델은 15.7km/L.

핸들과 그 아래 왼쪽으로 사치스런 옵션들이 있다. 스티어링 시티모드, 차선이탈 방지장치, 크루즈컨트롤 등이다. 경차에는 과분한 호화 옵션이다. 그래도 써보면 좋다. 시티모드는 시속 60km 이내의 속도에서 작동한다. 봄바람에 날아가는 처녀 발걸음처럼 살랑거리는 손놀림이 가볍다. 손가락만으로도 스티어링 휠을 돌릴 수 있을 정도다. 속도가 빨라지면 적당한 무게감이 살아난다.

안전장비는 아무리 과해도 사치일 수 없다. 전방 충돌경보장치는 예외다. 이를 활성화 시키면 앞차와 부딪힐 정도로 가까워지면 경고음이 울린다. 초고장력 강판 비율이 71.7%에 달하고 운전석, 조수석 에어백, 사이드 에어백, 커튼 에어백을 밴을 제외한 전 트림에 기본사양으로 적용했다. 4채널 ABS(Anti-lock Brake System)와 급제동 브레이크 답력 확보, 전복위험 제어 시스템을 통합한 차체 자세 제어 장치(Electronic Stability Control)도 전 모델에 기본 적용했다.

3기통 1.0 가솔린 엔진에 무단변속기 조합이다. 초반 가속에 큰 기대를 걸어선 안 된다. 메이커가 밝히는 시속 100km 까지 가속시간은 15초 정도다. 탄력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꾸준히 속도를 올리면 시속 160km까지도 올라간다. 부서지는 소리가 날텐데 들리는 건 바람소리뿐이다. 스파크는 바람을 가르며 잘 달린다. 대견하다.

시속 100km으로 정속주행하면 rpm은 2200 정도다. 3기통에 1리터 엔진이라 rpm은 조금 높게 쓸 수밖에 없다. 급하게 몰아붙이기보다 편안하게 여유를 가지고 다루면 응석부리는 강아지마냥 자분자분 잘 따른다.

더 넥스트 스파크는 경차의 기대를 넘어선다. 쉐보레는 경차 시장의 선두 탈환을 장담하고 있다. 독기를 품고 달려드는 모습. 반갑다. 무기력했던 경차 시장에 팽팽한 긴장이 넘친다. 제대로 된 한 판 승부를 기대해 본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트렁크는 높다. 트렁크를 열었을 때 물건을 높게 들어서 넣어야 한다. 경차라 좁은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물건을 넣고 빼기가 불편한 건 아쉽다. 트렁크 게이트를 좀 더 넓고 크게 만들어 더 낮게 열리면 물건 수납이 훨씬 더 편하지 않을까.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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