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xus Amazing Experience Day_서킷 주행 (24)

렉서스 RC F와 용인 스피드웨이를 한 자리에서 만났다. 계 탔다.

스타트 라인에서 시작된 ‘와쿠도키(가슴 두근거림)’는 ‘가슴 터질 것 같은 짜릿한 클라이맥스’를 거쳐 짧은 만남의 진한 아쉬움으로 이어진다. RC F를 타고 길이 4km가 넘는 용인 스피드웨이를 3바퀴 돌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RCF를 느끼기에 부족하지는 않았다.

RC는 레이싱 쿠페, F는 후지 스피드웨이를 의미한다. RC F와 RC 350 F 스포츠는 요시다 아키히사 한국토요타 사장이 렉서스의 상품 전략의 하나로 내세운 ‘와쿠도키(가슴 두근 거림)’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RC F를 포함해 모두 3개의 차를 상대했다. 미안하지만 나머지 두 차종은 생략한다. 상대가 여럿일 땐 한 놈에 집중하는 게 맞다. 그 한 놈, 당연히 RC F다.

명성에 비해 소박한 크기다. 길이 4,705mm. 바짝 날이 선 모습은 보는 사람이 오히려 긴장될 정도다. SPORT S+모드에서 전자적으로 강력한 엔진 사운드를 합성하는 ASC(Active Sound Control) 도 장착되었다.

후드, 루프, 액티브 리어 윙에는 탄소섬유 소재를 적용해 무게를 줄였다. 엔진을 보려고 보닛을 여는데 종잇장처럼 가볍다. 두 손에 잔뜩 힘을 준 손이 민망할 정도.

Lexus Amazing Experience Day_RC F 내부 (1)

인테리어에도 선은 살아있다. 스티어휠, 변속 노브, 알루미늄 페달 등이 모두 F 전용이다.
계기판은 형형색색 화려함을 자랑한다. F 전용 애니메이션 방식의 계기판이다. 중앙에 알루미늄 링으로 둘러싸인 TFT 디스플레이 타코미터를 채택해 NORMAL, ECO, SPORT S, SPORT S+ 등 주행 모드에 따라 디자인이 변한다.

랩타임을 잴 수 있고, G포스를 직관적으로 확인 할 수도 있다. 이밖에도 스티어링 작동량, 스로틀 개방 및 브레이크 유압 오일 압력 등이 표시된다. 토크 배분 상태를 보여주는 TVD 디스플레이도 있다. 기능만큼이나 화려한 계기판이다.

Lexus Amazing Experience Day_RC F 내부 (22)

5.0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이다. V8 엔진의 으르렁 거리는, 때로 포효하는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다. 최고출력 473마력이 터지는 7,100rpm의 느낌은 압권이다. 찢어지는 엔진 사운드에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엄청난 힘을 가졌고, 최첨단 기술이 다양하게 접목됐지만 특별한 운전 기술이 없어도 편하게 쉽고 편하게 탈 수 있다. 각자 능력에 맞춰 타면 된다. 잘 타면 다양한 체위를 구사하며 더 큰 짜릿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은 있다.

첫 번째 코너는 몸풀기다. 살짝 돌아보며 어느 정도 속도로 커버할 수 있는지 간을 본다. 2랩째 같은 코너. “에라 모르겠다” 눈 딱 감고 차를 집어 던져버렸다. 좌우로 안전지대가 충분하니 차야 조금 망가질지 모르겠으나, 내가 다칠 일은 없겠다는 생각에서다. 달리는 발이 걸린 듯 휘청했지만 그뿐, 이내 자세를 되찾고 라인을 따라 달렸다. 고수다. 좌우로 토크를 조절하는 토크 벡터링 디퍼렌셜(TVD)을 사용해 빠른 속도에서도 언더스티어가 나지 않도록 막아준다.

Lexus Amazing Experience Day_RC F 내부 (7)

서너 차례의 코너를 지난 뒤 만나는 내리막 직선코스. 그 마지막 순간 브레이크를 밟을 때 속도는 시속 200km를 넘기고 있었다. 시프트다운이 일어날 때 터지는 날카로운 배기음이 귀를 자극한다. 이어서 좌우로 이어지는 언덕은 오르막에 헤어핀 코너를 지나 곧바로 내리막 커브로 이어진다.

조금 더, 조금 더, 과감하게 코너에 도전하지만 실패는 없었다. RC F는 부드럽게, 숨소리는 거칠지만 자세는 안정감 있게 서킷을 질주했다. 0→100km/h 가속시간은 4.5초다. 이쯤 되면 슈퍼카다. 8단 SPDS (Sport Direct Shift)변속기가 탑재됐다.

도저히 드라이버가 이길 수 없는 차다. 조용함, 편안함, 성능 보다 승차감을 강조하는 렉서스에 이런 돌연변이도 잘 어울린다. 렉서스의 반전이다. 비록 많은 물량을 판매하는 주력 모델은 아니지만 렉서스 라인업에서 분명한 컬러를 갖는, 강한 존재감의 RC F다.

Lexus Amazing Experience Day_RC F 내부 (11)

점잖은 브랜드 렉서스가 만든 엄청나게 재미난 차다. 그런 재미가 이상하게 렉서스와 잘 어울린다. 이상한데, 자연스럽다. 탈수록, 볼수록, 생각할수록 그랬다.

RC F의 국내 판매가격은 1억 2,000만원. 15대만 한정 판매한다. 이 차에 연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쨌든 렉서스가 밝히는 이 차의 복합 연비는 8.0km/L다.

짧은 만남이지만 순간 순간이 진한 기억으로 남는다. 스쳐지났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을 더듬게 만드는 젊었던 어느 날의 그 여자처럼.

Lexus Amazing Experience Day_서킷 주행 (21)

오종훈의 단도직입
계기판은 아주 많은 정보를 담아낸다. 그래서 정신없을 정도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운전자에게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정보는 오히려 해가될 수 있다. 많은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려면 빨리 달리는 게 불가능하다.  효율적으로 보여지는 많은 정보들을 좀 더 단순화하는 게 어떨까 싶다.

렉서스 RC F  주요제원

전장x전폭x전고(mm) 4,705 x 1,845 x 1,390
축거 (mm) 2,730
윤거 (전/후) (mm) 1,555mm / 1,560mm
공차중량 (kg) 1,825
차량총중량 (kg) 2,085
엔 진 형식 V8 DOHC D4-S 듀얼 VVT-i
배기량 (cc) 4,969
최고 출력 (PS/rpm) 473ps / 7,100rpm
최대 토크 (kg.m/rpm) 53.7kg.m / 4,800~5,600rpm
이산화탄소 배출량 (g/km) 225
정부공인 표준연비 (km/l) 8.0 (복합)/ 6.8 (도심) / 10.3 (고속도로)
트랜스미션 8단 SPDS
브레이크 (전/후) V 디스크 (Brembo)/ V 디스크 (Brembo)
구동방식 후륜구동
타이어 전륜 : 255/35ZR19 / 후륜 : 275/35ZR19
승차 정원(명) 4
가 격(V.A.T. 포함) 1억 2,000만원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