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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X3의 ‘돈과 재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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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눈썹, 그 아래 부리부리한 눈. 셔츠 위로 드러나는 적당한 근육처럼, 각이 잡힌 보닛엔 긴장감이 흐른다.

보닛, 그릴, 범퍼 아랫부분, 측면의 라인, 간결하게 마무리한 뒷모습. 구석구석 디테일이 살아있다. 굳이 잘 생겼다 말하지 않아도 눈이 먼저 알아본다. BMW X3다.

X3는 딱 좋은 수준에서 절제했다. 크기, 성능 모두 그렇다. 몸에 딱 맞는 슈트를 입은 느낌, 그래서 몸을 움직이면 타이트하게 조이는 옷이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다. 중후하고 무게감 있는 X5라면, X3는 딱 좋은 크기에 경쾌한 모습이다. X3 3.0d M 스포츠 패키지를 타고 시승에 나섰다. 앞 휀더에 ‘x 드라이브 30d’와 ‘M’ 배지가 달렸다. 조금 더 특별한 X3라는 말이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를 마주 대하는 운전석은 편하고 익숙하다. 십년쯤 같이 산 여인의 품처럼,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눈을 감고도 다룰 수 있다. ‘익숙함’은 편안함이지만 곧 다가올 ‘권태’의 전조 증상일수도 있다. BMW의 대시보드는 참 오랫동안 우리와 마주하고 있다. X3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핸들을 쥐고 돌리면 2.3회전 한다. 가변식 스포츠 스티어링이다. 주행상황에 따라 조향각을 크게 하거나 줄여주는 것. 좁은 곡선도로에서 방향을 전환할 때 빠르고 정확한 조향을 느낄 수 있다. 저속 주행 할 때에는 조향비를 줄여 주어 운전이 편해진다. 핸들은 두꺼워서 손에 쥐는 맛이 좋다. 손가락을 쭉 뻗으면 그곳에 패들 시프트가 걸린다.

브레이크 홀드모드와 오토 스타트 스톱 시스템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브레이크 홀드 모드를 활성화하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엔진 스톱 상태를 유지한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시동이 다시 걸린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든든하다. 여기 저기 살펴볼 필요가 없어서다. 운전하는데 필요한 정보가 그 안에 다 뜬다. 길 안내까지도 해준다.

시트는 몸에 잘 맞는 슈트 같다. 몸에 잘 달라붙어 시트와 몸이 하나를 이룬다. 특히 허리와 옆구리를 지지해주는 느낌이 좋다. 허벅지 부분을 늘리면 무릎까지도 지지해준다. 산길에서 이리구불 저리구불 흔들릴 때 시트는 진가를 발휘한다.

시트 포지션은 적당히 높다. 멀리 볼 수 있다. 앉는 자세도 좋다, 머리 위도 여유가 있다. 공간이 주는 압박감이 없다. SUV의 강점이다. 뒷좌석은 넓다. 푹 꺼져서 가라앉는 느낌이 있지만 어쨌든 차의 크기에 비해선 확실히 넓은 최적의 공간이다.

주행모드는 몇 가지 모드가 있다. 에코 프로,.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각 모드에서 조금씩의 차이가 있다. 결국은 재미와 연비의 문제다. 재미는 없지만 연비를 좋게 해서 돈을 아낄 것인지(에코 프로), 아낌없이 기름을 사용하며 재미를 택할 것인지(스포츠 플러스)의 문제다. 그 사이에 있는 컴포트와 스포츠는 타협이다.

에코 프로 모드에선 연료 소모량을 최대 20%까지 아낄 수 있다. 가속페달을 툭툭 쳐본다. 에코 프로 모드에선 애써 무시한다. 가속페달 작동과 차체의 반응 사이에 시차도 있고 반응의 크기도 비교적 작다. 컴포트 모드를 거쳐 스포츠 모드로 옮기면 차체의 반응은 좀 더 빠르고 적극적이다.

과장되고 적극적인 리액션이 운전자를 재미있게 만든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선 전자식 주행안정장치가 해제된다. 차를 미끄러트릴 수 있게 된다는 의미. 위험할 수도 있지만 바로 그런 위험한 요소를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일반 운전자라면 피하는 게 좋겠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가속페달을 지그시 눌러 가속과 고속주행에 도전했다. 순간 가속력이 대단하다. 어지간한 스포츠 세단과 붙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빠른 순발력을 가졌다. BMW X3 xDrive30d의 V6엔진은 258마력 57.1 kg.m의 출력을 자랑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5.9초 만에 도달한다. 복합연비는 12.2km/l.

시속 100km에서 rpm은 1,400까지도 내려간다. 대단한 안정감이다. 크루즈컨트롤은 정속주행 기능만 수행한다.

펑크가 나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는 편하다. 하지만 편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하다는 사실. 펑크가 나는 순간의 위험, 그리고 펑크를 수리하려고 도로 위에서 감수해야 하는 위험을 모두 피할 수 있다.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건 런플랫 타이어의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시속 100~120km까지 바람소리와 엔진소리는 적당히 섞여 들린다. 그 이상으로 속도를 올리면 엔진소리보다 바람소리가 더 커진다. 3,000rpm 부근에서 달리면 바람소리가 엔진소리를 덮는다. 약간의 바람소리를 배경으로 들리는 잔잔한 엔진음, 그리고 자잘한 노면 소리가 섞여 잔잔하게 실내로 파고든다. 특별히 거슬리는 소리는 없다. 그렇다고 아주 조용한 수준도 아니다.

X3는 합리적인 차다. 주중의 일상, 주말의 아웃도어 라이프 어디에도 잘 어울린다. 정장을 입어도, 청바지를 입어도 어울린다. 거의 모든 순간, 모든 장소를 이만큼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차는 드물다. 생활의 폭과 재미가 세배쯤(X3) 커지는 차라 할 수 있겠다.
X3 M 스포츠 패키지 판매가격은 8,390만원. X3 x라인은 6,690만원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정지할 때 꺼진 엔진이 다시 살아날 때 진동이 크다. 오래 참았던 호흡을 다시 거칠게 내뱉는 느낌이다. 엔진이 수시로 꺼지며 연료를 아끼는 게 처음에는 신기하고 대견한 기술이었지만 이제는 재 시동걸릴 때의 반응에 신경을 쓸 만큼 까탈스러운 소비자들의 눈은 높아졌다. 그 수준을 맞춰야 하는 게 메이커의 운명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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