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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과 반전의 재미, 푸조 뉴 30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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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모터스가 푸조 뉴 308에 1.6 엔진을 적용한 새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2.0 엔진을 얹은 뉴 308에 더해 1.6 엔진이 더해진 것. 이로써 308은 2.0과 1.6 두 종류의 엔진, 세단과 SW 두 종류의 보디 스타일로 라인업을 더욱 풍부하게 꾸리게 됐다.

푸조 308은 2014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된 바 있는 유럽 C 세그먼트의 최강자다. 뉴308은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길이가 20mm 짧아졌고 높이도 30mm 낮아졌다. 모델 체인지를 하며 크기를 줄이는 역발상이 돋보인다. 대신 휠베이스는 10mm 늘려 실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실리를 택했다.

MCP를 빼고 6단 자동변속기를 넣은 것도 큰 변화다. 수동 변속기를 기반으로 하는 MCP는 탁월한 연비를 얻는 대신 이질적인 특유의 변속감 때문에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형 6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이 부드럽고 빠르다. 변속기의 이질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반가운 일이다.

1.6 디젤 엔진이 유로 6 기준을 맞춘 비결은 요소수를 활용한 후처리 기술이다. 여기에 PDF를 더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90% 까지 줄였다. 미세입자는 99.9%까지 제거한다는 게 푸조의 설명. 머플러는 뒷범퍼 안으로 숨겨 바깥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운전석 시트 포지션은 조금 높다. 핸들 위로 배치한 i 콕픽 계기판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시트 포지션이 조금 높아야 한다. 인테리어는 간단하다. 있어야 할 것들을 최적화해 심플한 인테리어를 구성했다. 센터페시아를 보면 9.7인치 터치스크린 방식의 모니터 외에는 이렇다 할 장치가 없다.

308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파노라믹 글래스루프는 여전히 자리를 차지해 환한 실내를 연출한다. 뒷좌석에 앉아 글래스루프의 가림막을 열면 자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환상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정확히 3회전하는 핸들은 작다. 핸들을 제대로 쥐면 어깨가 모아질 정도다. 고카트를 타며 게임하듯 핸들을 조작하게 된다. 핸들이 크면 차가 멍청해지는 경향이 있다. 작은 핸들은 반대다. 똘똘해진다. 모터를 이용한 파워스티어링 방식인 MDPS를 적용해 정확한 조작이 가능하다.

스포츠 버튼을 길게 누르면 주행모드가 바뀐다. 계기판이 빨간색으로 변하고 엔진 사운드가 확 달라진다. 스포츠카처럼 힘 찬 소리가 터지는 것. 트릭이다. 그 소리는 엔진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스피커를 통해 ‘만들어진 소리’를 내보내는 것. 힘찬 엔진 소리는 실내에서만 들릴 뿐 차 바깥에서는 들리는 소리와는 다르다. 엔진을 튜닝해 듣기 좋은 사운드를 만드는 게 아니라, 간단히 스피커를 통해 내보낸다. 발상의 전환이다.

어쨌든 스포츠 모드를 택할 때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효과는 크다. 귀가 즐겁고 덩달아 호흡도 빨라진다. 만들어낸 소리라 뭔가 허전하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 계기판에는 파워, 부스트, 토크를 표시하는 3개의 그래프가 뜬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폭발하는 엔진 파워가 3개의 그래프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된다. 운전하는 재미를 더하는 장치다. 재미있다.

변속레버를 수동 조작할 때 위로 밀면 시프트 다운이 된다. 뒤로 당겨야 시프트 업이다. 패들시프트를 통해서도 수동 조작을 할 수 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차체 반응이 좋다. 거친 충격을 부드럽게 잘 받아 넘겼다.

중미산 와인딩 코스에 올랐다. 1.6 엔진이 만들어내는 힘은 120마력에 30.6kgm의 토크. 와인딩 업힐에 딱 좋은 힘이다. 고출력 엔진이라면 힘을 조절하느라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지만 308 1.6은 지그시 가속페달을 밟고 있으면 된다. 힘이 넘칠 걱정이 없다.
여기에 더해 작은 핸들을 통해 느끼는 푸조 특유의 날카로운 핸들링은 와인딩 코스를 공략하는 데 최적의 조합이 된다. 좌우로 돌아나가는 도로에 차체가 착 달라붙어 움직인다. 역시 푸조의 코너링은 압권이다.
시프트다운을 할 때 헛손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 속도가 안 맞으면 변속이 안 되는데 이를 허용하는 속도 구간이 좁은 탓이다.

스톱&스타트 시스템은 더욱 개선됐다. 차가 멈춰 엔진 시동이 꺼진 뒤 다시 출발할 때 매우 부드럽다. 시동이 다시 걸리는 순간 거친 진동이 많이 완화됐다. 부드럽게 서고, 부드럽게 출발한다. 물론 연비 개선효과도 크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800까지도 떨어진다. 1.6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환상적인 궁합이 보여주는 놀라운 안정성이다.
계기판의 rpm 게이지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올라간다. 가속을 하면 바늘이 왼쪽으로 움직이는 게 rpm이 낮아지는 것 같은 착시를 부른다.

배기량의 의미가 없다. 1.6, 120마력이라는 숫자는 숫자일 뿐이다. 치고 나가는 발군의 순발력을 갖췄고, 턴을 할 때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원하는 속도까지 가속도 무난하다. 배기량이 너무 작은 게 아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푸조 308은 가장 치열한 C 세그먼트에서 푸조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녹아있는 차다. 푸조의 자존심으로 내세울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복합연비는 16.2km/L로 1등급이다. 한국에서 푸조의 연비는 박한 편이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제연비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 운전자도 충분히 복합연비를 달성할 수 있다.

308 1.6의 판매가격은 2,950만원과 3,190만원 두 종류다. 왜건형인 1.6 SW는 3,390만원. 유혹을 느낄만한 가격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글래스루프를 감싸는 패킹의 이음새가 드러나 눈에 거슬린다. 패킹 이음새가 잘려져 있는 게 이해는 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거슬린다. 푸조다운 아이디어로 이를 커버할 수는 없었을까. 아쉬운 대목이다.
시트를 누이는 레버가 둥근 로터리 방식이어서 한 번에 젖혀지지 않는다. 레버를 돌리는데 따라 조금씩 넘어간다. 답답하다. 오히려 여성에겐 안전한 시트일 수도 있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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