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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두근거리지 않는 자, 머스탱에 오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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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탱은 포드의 ‘심장이자 영혼’과 같은 차다. 포드를 미국으로 바꿔도 크게 틀리지 않은 말이다. 아메리칸 스포츠카의 아이콘 머스탱을 만났다.

V8 5.0 엔진의 GT를 만나고 싶었으나, 기자에게 넘겨진 차는 2.3 에코부스트 엔진을 얹은 모델이다. 쬐끔 작은 심장과 영혼이 셈. 아쉬움을 애써 감추고 시승차 운전석에 앉았다.

64년생이다. 머스탱의 50년은 대중과 함께 꿈을 키워온 세월이다. 영화 ‘남과 여’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작 ‘니드 포 스피드’에서 6세대 머스탱을 볼 수 있었다. 영화배우 신성일 씨가 경부고속도로 개통식날 빨간 머스탱을 타고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모습을 박정희 대통령이 봤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신성일이니까 봐준다”라고 했다던가. 어쨌든, 머스탱에 얽힌 사연은 긴 세월만큼이나 많다. 한국에서는 덜하겠지만 미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차에 얽힌 얘기 한두 개는 갖고 있을 법한, 머스탱은 그런 차다. 그래서 포드의 영혼이고, 아메리칸 스포츠카의 아이콘이다.

롱노즈 숏 데크. 직렬 4기통을 세로로 배치해 보닛이 길게 빠졌고, 뒤는 짧고 간결하게 마무리했다. 덕분에 운전석 시트 포지션은 차의 중앙보다 조금 뒤로 빠졌다. 뒷바퀴굴림 방식으로 뒤가 밀고 나가는 느낌이 아주 좋다.

차 폭 1,915mm로 어깨가 넓은 차다. 사이드미러를 포함하면 2m가 넘는ㄴ다. 게다가 2도어 쿠페로 도어가 크다. 좁은 주차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좁은 공간에 가까스로 주차까지는 했는데 몸이 빠져나가지 못할 때의 당황, 혹은 황당함. 느껴본 이들은 안다.

리어램프의 방향지시등이 재미있다. 3개로 나뉜 램프가 순차적으로 점등되면서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시퀀셜 방식이다. 깜빡이는 점멸등보다 직관적이다.

차 크기에 비해 실내는 넓지 않다. 4인승 2도어 쿠페로 뒷좌석에 2명이 앉을 수 있다. 뒷좌석 바닥이 깊어 편한 자세로 앉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바닥이 깊다는 건, 센터 터널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고개를 돌려 직접 눈으로 시야를 체크할 때 B 필러와 C 필러가 걸린다. 오른쪽 뒤를 보려 고개를 돌리면 C 필러가, 왼쪽 뒤를 보려 고개를 돌리면 B 필러가 시야를 제한한다. 그래서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링 시스템이 유용하다. 사각지대를 체크해 사이드 미러에 경고등을 표해주는 것. 사이드 미러에 경고등이 들어오면 좀 더 조심해야 한다.

전동식 시트는 앞 뒤 방향으로만 조절된다. 등받이는 레버를 손으로 조절해 맞춰야 한다. 전동과 수동이 섞인 방식으로 굳이 표현하자면 반자동의 느낌이다.

굵은 가죽 핸들은 손에 잡히는 느낌이 좋다. 핸들이 조금 말랑한 느낌이 있어 달라붙는 밀착감이 있다. 센터 콘솔은 깊고 넓다. 차 안에 굴러다니는 자질구레한 소품들을 싹 쓸어 담을 수 있다.
센터페시아 제일 아래 버튼들은 비행기 조종석의 느낌을 살렸다. 무심코 위에서 아래로 눌렀는데 작동이 안된다. 이 버튼들은 밑에서 위로 올려야 작동한다. 뭔가 어색하다.

2.3 에코부스트 엔진을 얹어 314마력의 힘을 낸다. 엔진 배기량에 비해 힘이 엄청 세다. 포드의 자랑 에코부스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4,000rpm 지나면서 터져 나오는 굵은 톤의 엔진 사운드는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중 하나다. 쭉 뻗는 가속감과 함께 고막을 울리는 소리를 들을 땐 머리 속에 들어찬 모든 걱정과 잡념이 사라진다. 오로지 차와 나, 그리고 운전에만 집중하게 된다. 중독성이 있다. 2.3 엔진이 이런데 5.0 GT 모델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피렐리가 만든 255/40R19 사이즈의 타이어는 노면 밀착감이 좋다. 급가속을 해도, 고속주행에서도 확실한 그립감을 보여준다.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등의 주행모드가 있다.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즉각적인 가속반응을 느끼게 된다. 가속페달을 툭툭 치면 시트가 툭툭 몸을 민다.

트랙모드도 있다. 이를 택하면 rpm을 좀 더 높게 쓰며 끝까지 힘을 낸다. 전자식 주행안정장치는 작동하지 않는다.
노멀 모드에서는 조금 느슨해진 느낌을 준다. 여유가 있고 차의 반응도 시차가 생긴다. 노면 상태에 따라 약간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지만 쇼크를 지난 뒤 잔 진동도 잘 잡는 편이다.

시속 100km에서 1,900rpm까지 떨어진다. 센터페시아 위에는 터보 부스터와 오일 온도 게이지가 자리 잡았다. 가속할 때 터보 부스터 바늘이 출렁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진 일이다.

그리 조용한 편은 아니다. 시속 100km 정도의 속도에서 자글거리는 노면 마찰음이 들린다. 이게 단점일수는 없다. 머스탱이 조용하다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거다. 힘 쓸 때의 드라마틱한 엔진 사운드와 더불어 일상 속도에서의 자글거리는 노면 소음까지도 머스탱이 품고 가야할 요소다. 적어도 머스탱에서는 조용함이 미덕일 수는 없다.

운전을 하면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다양한 음식을 마주한 미식가가 느끼는 흥분과 비슷한 즐거움이다. 노멀 모드에서의 순항을 즐기다 스포츠 모드의 단단함을 느끼며 질주하고,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통해 차와 도로와 드라이버가 하나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그 차이 하나하나를 느끼고, 즐길 수 있다면 머스탱 오너가 될 자격이 있다. 차의 심장 소리에 가슴 두근거리지 않는 다면 머스탱에 오를 자격이 없다.

심신이 피곤할 때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하면 좋겠다. 세팅해 놓으면 차가 알아서 차간거리를 조절해가며 움직인다. 앞차와 충돌 위험이 있을 때에는 앞창 아랫부분에 경고등이 뜨면서 경고음이 함께 울린다.

복합연비는 10.1km/L. 리터당 10km를 넘긴게 대견하다. 엔진 배기량 2.3 리터인 스포츠카의 연비로는 수긍할만한 수준이다.

머스탱 2.3 에코 부스트는 4535만원이다. 422마력인 머스탱 5.0 GT는 6,035만원이다. 지름신을 부르는 가격이다.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그것도 포드의 영혼이라 불리는 아메리칸 스포츠카의 상징 머스탱을 5,00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다. 집 몇 채 가격을 주고 머스탱을 사 대통령 앞에서 멋을 부렸던 40여 년 전의 신성일 씨가 알면 무슨 생각을 할까.

조수석 앞, 글로브 박스 위에는 ‘Since 1964’라는 뱃지가 있다. 지나온 50년만큼 앞으로의 50년도 멋진 시절이었으면 좋겠다. 머스탱도, 64년 용띠 모두에게도.

 

오종훈의 단도직입
수입차 시장에서 한국 고객에게 가장 배려가 부족한 브랜드가 포드다. 포드가 자랑하는 음성인식 싱크 기능을 한국에선 제대로 이용하기 힘들다. 영어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영어 모르면 아무 쓸모가 없다. 계기판 안내도 온통 영어다. 포드보다 판매량이 적은 크라이슬러도 한국 시장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글 인식도 되고 우리말 음성 명령도 척척 알아듣는다면 포드의 브랜드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지지 않을까.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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