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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달린 쉐보레 볼트 “전기차 보조금 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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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이 쉐보레 볼트를 내년 국내 시판할 예정임을 밝히면서 전기차와 동일한 수준의 보조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볼트를 전기차 카테고리에 넣고 싶다. 스파크 EV와 같은 수준의 보조금이 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열린 ‘제28회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28)’ 개막식 기자회견에서다. 스파크 EV와 같은 수준의 보조금은 기존 전기차와 동등한 수준의 보조금을 의미한다.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래리 니츠(Larry T. Nitz) GM 글로벌 트랜스미션 및 전기차 총괄 임원도 볼트가 “미국에서 7만5,000대 이상이 판매됐고 90% 이상이 전기차 상태로 운행한다”고 밝히며 “사실상 전기차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실상 전기차와 다름없다는 말은 100% 전기차는 아니다라는 의미다. 실제로 차세대 볼트에는 1.5리터 엔진이 장착된다. 당연히 엔진을 통해 배기가스가 나온다.

배기가스가 전혀 없는 순수 전기차와 달리 볼트는 엔진을 사용하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다. 전기로만 운행하다가 배터리 잔량이 20% 이하로 떨어지면 엔진을 가동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볼트에 장착된 1.5리터의 엔진이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의 역할을 담당한다. 엔진이 전기를 만들고 이 전기를 이용해 차가 달리는 방식이다. 전기를 이용해 달리는 전기차지만 발전기용 엔진이 배기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배터리만으로 달릴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운행을 한다면 매일 충전해 전기차처럼 사용할 수 있지만 그 거리를 넘기면 엔진이 가동돼 배기가스가 배출된다. 엔진이 있어 배출가스가 나온다는 점에서 완전한 전기차로 볼 수 없다. 100% 순수 전기차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볼트가 받기는 무리인 이유다.

전기차 수준의 지원을 받기는 어렵지만 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와 비슷한 구조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수준의 보조금을 기대할 수는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 규모는 아직 미정이다. 현대차의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출시에 맞춰 정부 정책이 결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정부는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1,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지방정부가 최대 700만원까지의 추가로 보조금을 지원한다. 쉐보레 볼트가 출시 예정인 내년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확정되지 않았다.

2015년형 쉐보레 볼트의 미국 판매가격은 3만4,000달러로 3,800만원 가량이다. 올해 수준으로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면 2,300만원까지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는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보조금 지급 규모와 상관없이 볼트의 경쟁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차 상태로만 70~80km까지 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엔진을 함께 사용하면 676km까지도 달릴 수 있다. 한국 운전자들의 일평균 운행거리가 33km 정도임을 감안하면 평상시 전기차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성능이다. 장거리 운행할 때 충전에 대한 걱정도 없다.

가격경쟁력도 우수하다. 볼트의 미국 판매가격은 3만4,000달러 전후다. 이 가격 수준으로 국내에서 판매한다고 볼 때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않는다 해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보조금을 받게 되면 가격 경쟁력은 그만큼 더 커진다. 충전과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 없이 친환경 전기차를 국산 대형세단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매력이다.

우려되는 건 지엠의 자세다. 래리 니츠(Larry T. Nitz) GM 글로벌 트랜스미션 및 전기차 총괄 임원은 “미국 고객들이 만족해하고 있다. 한국 고객도 만족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스파크보다 볼트가 10배나 팔렸다. 운전하기 편하고 합리적 가격에 충전에 대한 불안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동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고 한국 고객에 대해 세심하게 배려하기보다는 미국에서 성공했으니 한국에서도 그럴 것이라는 인식은 문제다. 한국 고객과 미국 고객의 취향은 같을 수 없다. 볼트의 성패는 아마도 이 부분에서 갈릴지 모른다. 한국지엠과 볼트에 필요한 것은 안일한 인식이 아니라 적극적인 투지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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