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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학당의 기대주 A3 스포트백 e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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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시장이 재미있다. 봉숭아학당 같다. 제각각 다른 소리를 내며 다양한 형태의 차들을 만들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가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풀하이브리드가 있고 발전용 엔진을 사용하는 전기차가 있는가하면 100% 순수함을 강조하는 전기차도 있다. 조금씩의 차이를 가진 많은 차들이 전기차로 가는 길목에 늘어서 있다.

그 시장에 속속 선수들이 입장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에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각사 대표선수들이 한판 싸움을 시작했다. 그 다음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이다. 최근 폭스바겐이 골프 GTE를 선보인데 이어 아우디가 A3 스포트백 이트론 시승회를 제주에서 열었다. 11월 공식 출시가 예정된 이 차를 미리 제주에서 타봤다.

아우디 A3 스포트백 e트론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지난해부터 빵빵한 보조금을 앞세운 전기차가 먼저 등장하는 바람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 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차다. 전기차처럼 배기가스 제로 상태로 주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엔진을 사용해 주행가능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전기차의 최대 약점을 보완하는 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다. A3 스포트백 e트론의 경우 최대 94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전기차는 꿈도 못 꾸는 일이다. EV 모드로는 50km를 달릴 수 있다. 평일 출퇴근, 쇼핑, 가까운 거리 이동은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EV모드로 달릴 수 있다. 주말엔 맘 편히 장거리 주행도 가능하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모두 갖춘 셈이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최적의 친환경차는 PHEV라는 주장까지도 나온다.

A3 e트론은 150마력의 1.4 TFSI 엔진에 75kW의 전기모터를 더했다. 총 시스템 출력은 204마력에 달한다. 보통 하이브리드 차에는 연비에 최적화한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사용하지만 A3 e트론에는 기존 엔진을 그대로 사용했다. 배터리는 파나소닉이 만든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했다.

시동을 건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스위치를 켠다는 게 맞다. 스타트 버튼을 눌러도 엔진은 잠잠하다. 계기판이 활성화될 뿐이다. 전기차와 똑 같다. rpm 게이지 대신 파워미터가 자리했다. 에너지를 얼마만큼 쓰는지, 혹은 얼마만큼 충전하는지를 보여준다. 굳이 rpm을 보기를 원하면 운전자 정보시스템에서 선택해 계기판에 띄울 수는 있다.

EV 모드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당연히 조용하다. 킥다운을 걸지 않는 한 EV 모드가 해제되지는 않는다. 시속 130km까지 EV 상태로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전기모드로 이 속도를 낸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엔진 소리 없이 이 속도를 내면 타이어가 노면을 구르면서 내는 소리만이 들린다. 바람소리도 크지 않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아 킥다운을 걸면 엔진이 살아난다. 킥다운 상태를 유지하면 엔진과 모터가 모두 최대한으로 작동하는 부스트 상태가 된다. 가속감은 스포츠카 저리가라 할 정도. 의외로 엔진 소리가 크게 들리지는 않는다. 프리미엄 세단 특유의 정숙한 느낌이 있다.

A3 e트론에는 모두 4개의 모드가 있다. 전기로만 달리는 EV모드, 차가 알아서 엔진과 모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하이브리드 오토 모드, 배터리 충전량을 현재 상태로 유지시키는 하이브리드 홀드 모드, 그리고 배터리 충전 모드다. 운전자의 필요와 판단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이도 저도 모르겠다하면 하이브리드 오토 모드에 두면 된다.
차를 좋아하고 운전을 즐기는 이라면 이처럼 다양한 조건이 즐거운 요소가 된다. 다양한 조건을 스스로 판단해 최적의 주행 상태를 만들 수 있어서다.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가 더 있다. 드라이브 셀렉트다. 컴포트, 오토, 다이내믹, 인디비쥬얼 중에서 하나를 택하면 차의 상태가 정해진다. 기본적으로 이피션시 상태로 차가 맞춰져 있어 이피션시 모드는 따로 없다.

6단 S 트로닉 변속기를 수동모드로 옮기면 차의 반응이 달라진다. 마귀할멈이 뒤에서 올라타서 잡아당기는 느낌이다. 에너지 모니터를 보면 충전 상태가 된다. 에너지 회생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 변속레버를 옮기는 것 만으로도 확실한 변화와 효과를 느낄 수 있다.

EV 모드로 달리면 주행가능거리를 어떻게든 늘려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게 된다. 가속페달을 살살 밟고 브레이크는 멀리서부터 미리 조금씩 밟아준다. 어느 정도 탄력이 붙었다 생각되면 가속페달을 슬며시 놓아줄 줄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달리면서 주행가능 거리가 조금 더 늘어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또 다른 의미의 ‘펀 투 드라이브’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A3 e트론의 장점은 호쾌한 주행이다. 눈 딱 감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며 달리기 시작하면 아우디 특유의 주행감이 유감없이 살아난다. 단단한 하체는 노면을 장악하고, 조향성능은 날렵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EV 모드로만 시속 130까지 올릴 수 있는 건 경이로운 경험이다.

A3 e트론은 스펙트럼이 넓다. 얌전한 EV에서부터 시속 200km를 쉽게 넘기는 강인한 스포츠 세단의 면모까지 보인다.

차 자체로만 본다면 대단히 완성도가 높다. 앞서 얘기한 봉숭아 학당 같은 친환경차 시장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할 다크호스다. 문제는 제도다. 인증받는 과정에서 연비측정은 어떻게 할지. 친환경차 보조금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결정될지. 소비자들이 선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아직 미정이다. 선수 입장이 코 앞인데 경기 규칙이 아직도 미정인게 문제다. 아직은 안개 속이라는 의미다.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 물론 아우디에겐 공식 출시할 11월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A3보다 10리터가 적은 40리터짜리 연료통을 쓴다. 이왕 별도의 연료탱크를 만들어 사용한다면 연료통을 더 줄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주행 가능거리가 940km까지 되지 않아도, 이를테면 연료통을 반으로 줄여 주행가능 거리를 500km 전후로 맞춘다면 더 좋지 않을까.
일반 세단과 똑 같은 디자인도 생각해볼 문제다. 더 비싸게 돈을 주고 차를 샀다면 어딘가 특별하게 다른 디자인적 차별 요소가 있어야 소비자는 만족한다. 적어도 한국의 소비자는 그렇다. e트론이라는 작은 뱃지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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