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살이 오른 새끼사자, 푸조 3008

DSC05517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부드러운 굴곡에도 당당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차, 푸조 3008을 만났다.

세단을 부풀리면 이런 모습이될까. 길이 4,364mm에 1,837mm의 너비, 그리고 높이는 1,639mm다. 라디에이터그릴은 크롬으로 마감했고 리어램프에는 사자 발톱자국을 내 포인트를 줬다. 보닛 한 가운데 새끼사자 앰블렘이 보인다. 3008은 살이 오른 새끼 사자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최근 약간의 옵션을 개량한 LUX팩 알뤼르 모델이다. 제논 라이트에 헤드램프, 디렉셔널 커렉션 사이트, 18인치 타이어 등이 새로 더해졌다. 디렉셔널 커렉션 사이트(Directional Correction Sight)는 운전자의 안전한 주행을 돕기 위해 라이트를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이다.

부드러운 디자인,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딱 좋은 공간은 여성적 스타일이다. 강하고 직선적인, 고성능의 남성적 이미지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몰론 필요할 땐 필요한 만큼의 힘을 쏟아내는 터프한 면모도 보인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곳곳에 숨어있다. 프랑스의 자유분방함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차이다. 예를 들면 트렁크 구조다. 깊게 파인 공간은 격벽을 활용해 2단으로 구성할 수 있다. 바닥판을 홈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면 2단이 된다. 쉽다. 스페어타이어를 생략해 그만큼 트렁크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

트렁크에 배치한 손전등도 그렇다. 야외활동이나 밤에 차에서 내려 움직일 때 유용한 소품이다. 쉽게 탈착이 가능해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은 게 흠이라면 흠이다.
뒷좌석 바닥 밑에는 2개의 숨은 공간이 있다. 신발이나 간단한 소품을 넣어둘 수 있는 곳이다. 2명의 자녀에게 각각의 수납함으로 배정하면 좋을 듯.

운전석 옆 센터콘솔은 팔꿈치가 쑥 들어갈 만큼 깊다. 어지간한 소품들을 다 담아 넣을 수 있을 정도다. 도어포켓도 넓어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수납하기 좋다.

핸들은 아랫부분을 살짝 직선으로 만들어 D컷 핸들 모양을 냈다. 동그란 핸들의 지루함을 덜어냈다. 사이즈는 조금 더 작았으면 좋겠다. 핸들은 오로지 조향 기능에만 충실할 뿐 아무런 버튼이 없다. 크루즈컨트롤, 최고속도 제한, 오디오 조절 버튼은 별도 레버에 담아 핸들 아래 좌우측으로 배치했다.

지붕은 유리 한 장이 더 덮었다.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다. 지붕이 열리는 선루프는 아니지만 차창 밖 풍경을 즐기기에는 최고의 지붕이다. 운전자보다는 함께 차에 탄 동승객들이 더 좋아하는 요소다. 차가 움직이는 동안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차에 탄 사람들은 누구라도 한 번씩 이 시원한 지붕에 찬사를 하게 된다.

시동을 켜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올라온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토글스위치로 HUD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주행속도, 크루즈컨트롤, 앞 차와의 차간 거리가 HUD에 표시된다. 내비게이션과는 연동되지 않는 게 흠이다.

2.0 디젤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34.6kgm의 힘을 낸다. 복합연비 14.1km/L.

수동 기반인 MCP가 아닌 자동변속기여서 변속 스트레스가 없다. 물론 MCP역시 운전이 익숙해지면 이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잘 다루는 운전 솜씨가 생기지만,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냥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자동변속기라 반갑다.

북한강변의 와인딩로드에 차를 올렸다. 여유 있게 오르막을 달린다. 3단 시속 80km로 오르막을 여유 있게 오른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을 필요도 없다. 핸들링은 역시 날카롭다. 날카로운 코너링, 깔끔한 마무리가 마음에 든다.

세단에 비해 시트 포지션이 높아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크기지만 무시해도 된다. 안정된 하체와 비교적 단단한 서스펜션이 안정감을 확보하고 여유 있게 코너를 공략한다. 조금 더 밟아도 받아줄 듯 한 느낌이다. 턴과 턴 사이를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이어간다. 마치 왈츠를 추듯 경쾌하게 산길을 달렸다.

비상시 급제동을 하면 비상등이 자동으로 깜빡이고 다시 가속하면 해제된다. 노면 장애물을 넘을 때 느낌은 나쁘지 않다. 적당한 수준에서 거칠지 않게 쇼크를 받아낸다.

수동변속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속도를 높이면 4,000rpm에서 시프트업이 일어나고 3,000rpm까지 후퇴한다. 시속 30, 70, 100, 140에서 각각 시프트업이 일어난다. 시속 100에서 rpm은 최저 1,800까지 떨어진다.
가속페달에 살짝 발을 걸치고 편안하게 밟으면 1500rpm에서도 변속이 일어난다. rpm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변속을 이어간다. 시속 60km를 넘기며 5단을 물 정도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마지막 순간에 한 번 걸림이 있다. 킥다운 버튼이다. 이제부터 제대로 달리겠다는 신호를 전하는 버튼인 셈이다. 펀투 드라이브에 자잘한 즐거움을 주는 요소다. 저항을 무시하고 이를 밟으면 힘 있게 치고 나간다.

고속주행중에서도 가속 페달은 여유가 많다. 필요하다면 그만큼 다이내믹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인다. 연비에 목을 매는 푸조지만 필요할 땐 힘을 제대로 쓴다. 호쾌한 주행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아주 잘 달린다.

엔진소리도 들어볼만하다. 고속회전구간에서도 거친 소리가 아니다. 잘 만져졌다. 살짝 화장한, 그래서 부담감 없는 얼굴처럼, 엔진소리가 살갑게 와 닿는다.

3008의 복합 연비는 14.1km/L. 가속과 감속, 공회전, 저속주행, 고속주행 등 연비에 최악인 조건으로 약 200km를 운행한 연비는 13.0km/L. 시승이 아닌 일상 주행조건이라면 메이커가 발표한 복합연비를 충분히 넘길 수 있다는 의미다.

푸조를 수입하는 한불모터스는 까다로운 국내 규제에 맞추기 위해 훨씬 더 보수적으로 연비를 발표한다고 했다. 소비자들에겐 나쁠 게 없다. 운전자 스스로 공인연비를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어서다. 더 우수한 연비를 확인할 수도 있다.
푸조 3008 2.0 알뤼르 LUX 팩의 판매가격은 4,390마원. 1.6 엔진을 올린 악티브는 3,990만원에 만날 수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HUD는 내비게이션과 연동하지 않는다. 때문에 내비게이션을 확인하기 위해 모니터가 있는 센터페시아로 고개를 자주 돌려야 했다. HUD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진행방향의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 블루투스 기능이 없어 핸드폰을 연결해 통화하거나 음악을 듣는 게 불가능하다. USB 포트도 없다.  IT 기기 활용에 적극적인 젊은 층에게는 매우 불편한 부분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