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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장비로 무장한 크라이슬러 200C의 ‘겸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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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뒤의 하늘처럼 파랗다. 황사가 뒤덮인 하늘이 부끄러울 만큼 맑은 파란색을 가진 크라이슬러 200C를 만났다.

피아트 산하로 통합된 크라이슬러가 새로 선보인 중형세단이다. 미국 미시간 주, 스털링 하이츠에 위치한 공장에서 만들어진 녀석이 태평양을 건너 왔다. 알파 로메오의 CUS-와이드(CUS-Wide) 모듈러 플랫폼을 사용한 크라이슬러의 첫 번째 중형 세단이다.한국에서는 올 뉴 200 리미티드와 올 뉴 200C 두 개 트림으로 판매된다. 시승차는 고급형 모델인 200C다.

길이는 4,885mm. 미끈한 몸매는 솔직 담백한 모습이다. 과장되거나 현란한 기교를 거부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낸다.
가난한 자의 벤틀리라고 했던가. 큰 덩치에 얼핏 벤틀리처럼 보이는 300C와 비교하면 200의 솔직함은 더 빛을 발한다. 그것이 솔직함이라기보다 겸손함에 가깝다. 스마트한 많은 기능을 그 안에 품고 있음에도 굳이 드러내지 않는다.

측면 라인은 수평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쏠리거나 뒤로 기울지 않은, 수평 라인의 완고함. 다만 18인치 알루미늄 휠은 마음껏 기교를 부렸다. 단박에 눈길을 붙잡는다. 측면에서 차를 보면 A, C 필러를 앞뒤로 바짝 밀어냈다. 특히 지붕의 정점에서 트렁크 끝까지 꺾임 없이 자연스러운 라인이 이어진다. 트렁크 끝 부분은 살짝 각을 줘 스포일러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 각진 모습이 마치 도날드덕의 짧은 꼬리를 닮아 코믹하다.

뒷모습은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크라이슬러 엠블럼과 200C라는 트림 표기만이 있다.
워즈오토가 10대 인테리어중 하나로 이 차를 선정했을 만큼 이 차의 인테리어는 고급스럽고 기능적으로도 잘 구성됐다.

계기판은 파란색을 바탕으로 좌우에 rpm과 속도계를 배치했고 그 사이에 마주 많은 주행 정보를 보여주는 정보창을 만들었다. 운전자는 필요한 정보를 정보창의 필요한 위치에 배치할 수 있다.

핸들은 2.7회전한다. 작지 않은 크기지만 핸들링은 야무지게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사이는 센터페시아가 아래로 이어지며 만든 벽으로 가로막혔다. 변속 ‘레버’와 잡아당기는 사이드 브레이크 대신 로터리방식의 변속버튼과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버튼을 적용했다. 큰 손잡이 두 개를 없애서 얻는 공간은 아주 넓고 깊은 센터콘솔로 만들었다. 컵홀더를 뒤로 밀면 그 아래로 깊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벽 속에 숨겨둔 비밀금고를 만나는 기분이 든다. 팔을 집어넣어보면 팔꿈치까지 쑥 들어간다.

‘로터리 E 시프트’는 둥근 버튼을 돌려 원하는 변속 레인지를 택하는 방식이다. 핸들에 패들 시프트도 없고, 변속레버를 수동 조작할 방법도 없다.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도 없다. 그냥 만들어진 그대로 타는 게 이 차를 즐기는 방법이다.
전채요리는 뭐로 할까, 고기는 어떻게 익힐까, 애피타이저는 뭐로 준비할까 묻지 않고 주방장이 알아서 만든 요리를 정해진 순서대로 가져오는 셈이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저 주방장의 솜씨가 훌륭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그래서 그저 밋밋한 느낌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2.4 리터 가솔린 엔진은 9단 변속기와 환상적인 궁합을 맞추며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굳이 운전자가 이런 저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잔잔한 호수처럼,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처럼 극과 극을 오간다.

2.4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은 ‘타이거샥’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실린더당 실린더당 4개의 밸브를 가졌지만 캠샤프트는 하나인 SOHC 엔진으로 MPI 방식이다. 최고출력 187마력이 6.400rpm에서 발휘된다. 최대토크는 4,000 rpm에서 24.2kgm가 나온다. 200C의 연비는 10.5km/L로 4등급이다. 디젤차가 장악한 시장에서 가솔린 엔진의 연비는 아무리 우수해도 칭찬을 받기 힘들다. 그래도 엔진 배기량이 2.4리터임을 감안하면 나쁘다고 탓할 수준은 아니다.

드라이브 셀렉터를 D에 맞추고 툭 가속페달을 건드렸다. 차는 기대보다 힘차게, 그리고 빠르게 치고 나간다. 탁 트인 공간에서 레이싱을 한다면 아주 좋은 세팅이지만 좁은 주차장이나 골목길에서 첫발을 움직일 때에는 당황스러울 만큼 출발이 힘이 넘친다.

200C의 주행특성은 대부분 9단 변속기에서 비롯된다. ZF가 개발한 9단 변속기는 크라이슬러의 코코모 공장과 팁톤공장에서 생산된다. 9단 변속기의 1단 기어비는 무려 4.70이다. 최종감속비는 3.73. 힘찬 출발이 이해가 된다. 9단 기어비는 0.48이다. 9단 기어를 적용하는 만큼 기어비 폭을 위 아래로 넓히고도 촘촘한 기어비를 만들 수 있었다. 기어비를 보면 5단에서 1:1을 맞추고 6, 7, 8, 9단을 오버 드라이브로 설계했다. 효율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변속기라는 의미다.

가속페달을 20% 가량만 밟고 서서히 가속을 이어갔다. rpm을 보면 2,600에서 2,000 구간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변속이 바쁘게 일어난다. 출발하면 시속 20km 전에서 2단, 30km/h 부근에서 3단, 50km/h에서 4단, 60km/h에서 벌써 5단을 문다. 70km/h에서 6단, 80km/h를 넘기며 7단, 100km/h에서 8단에 이르고 120km/h에서 마지막 9단에 이른다. 이 상태에서 감속에 들어가면 시속 100km까지 9단이 유지된다. 100km/h에서 정속주행을 이어가면 rpm은 1800 수준으로 안정된다. 변속충격은커녕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변속 자체를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다. 잔잔한 호수다.

가속페달을 좀 더 깊게 밟았다. 50% 이상을 유지하며 100%까지 수시로 밟으며 가속했다. 태풍을 부르는 운전이다. 가속페달이 마지막 순간에 한 번 걸리는 킥다운 버튼은 없다. 아무 저항 없이 바닥까지 밟힌다. rpm은 6,500을 터치한 뒤 4,000까지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시속 50km에서 2단, 80km/h에서 3단, 100km/h에서 4단에 오르고 시속 140km를 터치하며 5단으로 시프트업된다. 여포의 적토마가 이랬을까. 힘찬 가속은 인상적이다. 엔진 사운드는 가늘고 높은 하이톤이다. 좁은 관을 통해서 소리가 나오는 느낌? 디젤의 낮고 굵은 사운드와는 확실히 소리가 다르다. 경쾌하고 가볍다. 경박한 소리는 아니어서 듣기 좋다.
패들 시프트가 없어 수동 변속할 방법은 없다. 그냥 가속페달로 조절하면서 달려야 한다. 오히려 편하다. 이런 저런 까탈스런 주문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훌륭한 주방 솜씨가 이를 충분히 커버해 주고도 남는다.

시동을 켜놓고 바깥에서 들으면 그리 조용한 편은 아니지만 도어를 닫고 실내에서 들으면 조용하고 잔잔했다. 노면 상태가 좋은 곳에서는 시속 100km 전후의 속도에서 노면 잡음도 듣기 힘들다.

전체적인 느낌은 승차감이 조금 더 강조된 편안한 세팅이다. 노면 충격을 넘을 때 조금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는다. 단단하게 고속주행을 하는 맛도 좋지만 이 차는 편안하게 달리는 게 좀 더 어울린다.

그렇다고 말랑말랑한 과거의 아메리칸 스타일을 생각하면 안 된다. 와인딩 코스를 달릴 때에는 전자제어 주행안정 시스템이 차의 움직임을 파악해 오버스티어를 교정해준다. 뒤가 밀릴 때에도 브레이크를 적절히 조절해 흔들림을 잡아준다. 덕분에 앞바퀴굴림 방식이지만 정확한 조향으로 와인딩을 즐길 수 있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가진 세단이 코너를 날카롭게 공략하는 게 대견할 정도다.

크라이슬러 200의 진면목은 아주 다양한 전자장비들이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게 차선이탈 경고 플러스(LDW+)와 차선 유지 어시스트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으려고 하는 순간 차가 스스로 핸들을 조작해 차선을 넘지 않도록 한다. 마치 차를 차선 안쪽으로 밀어넣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핸들의 진동과 계기판의 노란 경고등으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냄은 물론이다. 처음엔 재미있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이탈을 계속 시도하게 되지만 이는 결코 유쾌한 반응은 아니어서 나중에는 꼬박꼬박 방향 지시등을 켜게 된다. 안전운전 습관을 유도하는 데에도 효과적인 장비다.

이 장치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만나면 자율운전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앞차와의 거리를 스스로 유지하며 차선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스스로 조절하며 달린다. 극단적으로는 운전자가 핸들을 놓고 있어도 차가 스스로 조향하고 제동과 가속을 하며 스스로 달린다. 정해진 시간동안 운전자가 핸들을 쥐고 있지 않으면 “스티어링 휠을 잡아주세요”는 안내 멘트가 나온다. 물론 이 장치를 믿고 핸들을 놓아서는 안 된다. 옆 차선에서 차선변경을 하며 비스듬히, 그리고 천천히 들어오는 차가 있을 때에는 이를 제때 인식하지 못해 충돌 위험이 생기기도 했다. 차선이 지워지거나 흐린 곳에서는 차선을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신통방통한 첨단 기술이지만 운전은 운전자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 자동차의 첨단 장비들은 어디까지나 운전 보조 장치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앞차의 주행속도에 따라 완전 정지까지 구현한다. 정지후 재출발을 위해서는 재시작 버튼을 누르거나 가속페달을 살짝 터치해주면 다시 정해진 속도와 차량 흐름에 맞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현재 상황에서 양산차에 적용된 가장 앞선 크루즈컨트롤 시스템이다. 이렇게 기술은 발전하고 있음을 이 차는 말해주고 있다. 야무지고 똑똑하다.

전방추돌경고 플러스(FCW+)와 액티브 브레이킹 시스템은 안전에 큰 도움을 주는 장치다. 앞차와의 간격이 급격히 줄거나, 주차할 때 벽에 가깝게 갈 때 사고를 피할 수 있도록 경고를 보내고 브레이크가 작동한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도 않았는데 드드득 차가 제동하는 느낌은 신기했다. 물론 제동은 순간적으로 잠깐 작동한다. 이후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기능이 작동해 살짝만 브레이크를 밟아도 제동력을 최대화해 사고를 피하게 해준다.

8.4인치 유커넥트 시스템은 크라이슬러 200을 빛내는 또 하나의 장비다. 8.4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한국형 내비게이션, 라디오, 블루투스 스트리밍, 오디오 등 다양한 기능을 제어한다. 음성인식 시스템은 완성도가 높다. 버튼을 누르고 “FM 107.7”을 외치면 군인이 복명복창 하듯 “107.7 FM 라디오”라고 받으며 해당 라디오를 켜준다. 전화걸기도 가능하다. 음성인식 시스템은 다양한 명령을 통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블루투스를 통해 핸드폰을 연결시켜 놓으면 문자 메시지가 올 때 이를 읽어주기도 한다. 약간 부자연스러운 억양이지만 알아듣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주차보조 시스템은 평행주차는 물론 직각주차까지 가능하다. 차의 안내에 따라 변속레버와 브레이크만 조작하면 차가 스스로 핸들을 조작하며 주차를 돕는다.

디젤이 아니어서 고개를 가로 젓는 이들이 있다.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디젤이 장악한 시장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디젤을 포기하는 순간 만나게 되는 새로운 차들이 있다. 크라이슬러 200은 그중 가장 강력한 대안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디젤이 좋든 싫든, 혹은 가솔린차가 좋든 싫든, 200C를 꼭 경험해 볼 것을 권한다. 또 다른 매력을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놀라운 건 가격이다. 이 모든 기능을 다 가진 크라이슬러 올 뉴 200C의 가격이 3,780만원이다. 앞서 살펴본 새롭고 때로 신기한 많은 기능들을 3,780만원을 주고 다 누릴 수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가격 경쟁력이다. 수많은 앞선 기술을 가지고도 비교적 차분한 디자인으로 겸손한 모습을 보인 것처럼 가격까지 참 겸손하다.

‘겸손’은 강자의 미덕이다. 내실을 충실히 갖출 때 비로소 겸손함이 완성된다. 내실을 갖추지 못한 약자의 겸손은 때로 비굴함으로 비춰진다. 크라이슬러 200C는 진정한 겸손을 보여주고 있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무심코 차에서 내릴 때 헤드램프 스위치가 무릎에 걸린다. 딱 그 위치에 스위치가 배치됐다. 조금 위로 올리면 좋겠다. 그러면 미국 사람 무릎에 걸리는 문제가 생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해결해야할 문제다.
최고급 세단이 아니어서 트렁크 안쪽 위로 맨 철판이 드러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거칠다. 나사가 삐죽 튀어나와 있기도 했다. 몸을 깊숙이 집어넣고 물건을 집어 올리다 물건이나 사람이 다칠 수도 있겠다. 마무리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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