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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턴마틴 서울’의 주인은 누구인가.

애스턴마틴과 애스턴마틴 서울, 그리고 기흥인터내셔널의 물고 물리는 삼각관계가 급기야 소송전으로 번질 조짐이다. ‘애스턴마틴 서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문제를 두고서다. 애스턴마틴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최고급 스포츠카 메이커다. 지난해부터 영업을 시작한 ‘애스턴 마틴 서울’은 미국 딜러를 통해 차를 들여와 파는 병행수입업체다. 기흥인터내셔널은 영국 애스턴마틴 본사로부터 딜러권을 따낸 국내 공식 딜러다.

애스턴마틴은 애스턴마틴 서울측과의 “금지청구권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애스턴마틴 서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해서 승소했다는 것. 하지만 애스턴마틴 서울은 “애스턴마틴 로고를 사용하지 말라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일 뿐 본안 소송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애스턴마틴 서울은 20일, 기흥인터내셔널을 상대로 ‘상호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애스턴마틴 서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

애스턴마틴이 애스턴마틴 서울에게, 애스턴마틴 서울이 기흥인터내셔널에게 각각 ‘애스턴마틴 서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 애스턴마틴 서울은 가처분 신청에 이어 본안 소송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애스턴마틴 본사측은 “(한국에는)하나의 애스턴마틴이 있을 뿐”이라며 공식 딜러인 기흥인터내셔널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애스턴마틴’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기흥인터내셔널이라는 것. 애스턴마틴 뒤에 도시 이름을 사용해 딜러 이름을 사용하는 본사의 방침에 의하면 애스턴마틴 서울은 기흥인터내셔널이 사용해야 한다.

애스턴마틴 서울의 입장은 다르다. 지난해부터 법인명을 ‘애스턴마틴 서울’로 사업자등록을 한 만큼 다른 업체가 그 이름을 사용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소송을 통해 그 권리를 인정받기위해 가처분 신청에 이어 본안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하지만 애스턴마틴 서울도 애스턴마틴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뒤 전시장 간판을 ‘크레송 오토모티브’로 최근 교체했다. 한 발 빼는 모양새다. 보도자료 등에서도 애스턴마틴서울과 크레송 오토모티브라는 이름을 함께 표기하고 있다. 회사 측은 “가처분 결과와 상관없이 미국 딜러와 협의한 뒤 간판을 교체키로 했다. 앞으로 맥라렌까지 수입판매할 예정이어서 기존 애스턴마틴 간판은 어차피 바꿔야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애스턴마틴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애스톤마틴 브랜드의 한국 론칭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던 기흥인터내셔널측은 20일 열린 국내 론칭 행사장에서 ‘애스턴마틴 서울’이라는 표기를 뺐다. 기흥인터내셔널 이계웅 대표는 “(우리의) 법인명은 기흥인터내셔널이다. 차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애스턴마틴이라는 트레이드 마크의 지적 소유권을 본사가 가지고 있고 본사 동의 없이 이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애스턴마틴 서울’측을 압박하는 발언이다.

결국 3자의 물고 물리는 관계 속에 ‘애스턴마틴 서울’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사용하는 곳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애스턴마틴 서울이라는 법인도, 공식 딜러인 기흥인터내셔널도 그 이름을 온전히 쓸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

결론은 법원에서 내려질 전망이다. 가처분 신청에 이어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애스턴마틴 서울’이라는 이름의 주인이 결정되게 된다. 어쩌면 누구도 그 이름을 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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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소동의 와중에 애스턴마틴의 한국 딜러권을 따낸 기흥인터내셔널은 20일 서울에 있는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애스턴마틴의 한국 시장 공식 출범을 알리는 런칭 이벤트를 열었다. 기흥인터내셔널은 뱅키시와 DB9, 그리고 라피드S를 대사관 마당에 전시하고 100년 역사를 가진 영국의 최고급 스포츠카 애스턴마틴이 한국 론칭을 알렸다. 애스턴마틴 본사에서도 율리히 베츠 애스턴마틴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아태지역 총괄 임원 등이 대거 참석해 기흥인터내셔널에 힘을 보탰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