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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가 죽인다. 중형 세단에 어울리지 않는 알록달록한 컬러가 주차장을 가득 채웠다. 겨울 외투처럼 칙칙한 무게감 따위는 벗어 던져버리고 가볍게 모습을 드러냈다. 쏘나타 터보다. 색으로 초반에 기선을 제압한다. 피닉스 오렌지가 단연 갑이다. 레밍턴 레드도 멋있다. 코스트 블루, 나이트 스카이, 아이스 화이트, 플레티넘 실버, 플리시드 메탈, 팬텀 블랙, 다크 호스. 컬러 이름이 재미지다.

성능은 더 재미있다. 호쾌한 주행에 아기자기한 편의장비, 제법 날카로운 핸들링까지 운전하는 즐거움의 요소들을 깨알같이 담아냈다. 효율과 연비를 강조하다보니 그저 그런 밋밋한 달리기를 보이는 재미없는 요즘 차들답지 않다. 245마력의 힘을 자랑하는, 그 힘을 마음껏 뽐내는 쏘나타 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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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큼 운전석에 올라타 냅다 달렸다. 쏘나타 터보 아닌가. 일단 달려보자.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양평에서 장호원까지 70km 구간을 왕복했다.

2.0 GDI 엔진에 현대차가 자체 개발했다는 터보와 6단자동변속기 조합으로 245마력의 힘을 낸다. 최대토크는 36.0kgm다. 중저속에서부터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 실제 주행 상황에 최적화됐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2.0 세타 터보 GDi 엔진은 고압의 연료를 연소실에 직접 분사해 연소 효율을 높이는 연료 직분사 방식과 배기가스 압력으로 터빈을 돌려 압축시킨 공기를 연소실로 보내는 터보차저를 함께 적용했다. 터보차저는 연소실의 배기통로가 2개로 나뉜 트윈 스크롤 터보 방식을 적용해 각 실린더의 상호 배기 간섭을 최소화했고, 이를 통해 공기 흡입능력 및 응답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일정 압력 이상의 압축공기가 흡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전자식 컨트롤 시스템을 통해 흡입압력을 정확하게 조절, 엔진 효율을 더욱 높이면서도 배출가스는 저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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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시속 100km에 도달했다. rpm은 1800이다. 이보다 편할 수 없다. 도로에 밀착돼 달리는 느낌이 최고다. 속도를 좀 더 올렸다. 여전히 조용하다. 핸들을 쥔 채로 왼쪽 패들 시프트를 누르며 가속을 이어가는 짜릿한 즐거움은 이 차를 탄다면 꼭 느껴봐야할 재미다.

140km/h까지 대체로 실내는 조용했다. 그 이상에서부터 바람소리가 파고든다. 시멘트 도로는 타이어 소음을 증폭시킨다. 아무리 잘 만든 차도 시멘트 도로에선 잘난 척하기 힘들다.

속도계와 rpm 게이지는 시계의 6시 방향이 ‘0’이다. 바늘의 움직임이 훨씬 다이내믹하다. 속도계 바늘이 2시 방향을 쉽게 넘어간다. “이거 물건이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rpm은 레드존 직전인 6,200과 4,700 구간에서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며 속도를 끌어올린다.

감쇠력을 조금 더 강하게 만들었다는 서스펜션은 큰 흔들림 없이 최고속도를 소화해낸다. 호쾌한 주행을 이어가는 동안 불안감은 느끼기 힘들다. 안정된 자세로 고속주행을 잘 커버했다.

전륜구동차는 그 구조상 가속시 차가 한쪽으로 쏠리는 토크 스티어 현상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쏘나타 터보는 토크 스티어 현상이 거의 생기지 않았다. 핸들을 놓고 가속하면 미세하게 쏠리는 정도다. 비결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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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은 2.7 회전한다. 날카로운 조향을 노린 세팅이다. 게다가 스티어링휠은 D컷으로 아랫부분을 자른 형태다. 여기에 더해 핸들 크기가 좀 더 작았다면 운전하는 재미가 훨씬 더 크겠다.
터보 전용 알로이 휠에 235/45 R18 한국타이어 벤투스 S1노블2 타이어를 신었다. 타이어의 그립은 나무랄 데가 없다. 반경이 좁은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가는데 타이어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조금 더 여유가 있어 보인다. 약한 언더스티어는 핸들을 조절해 보정해야 했다. 물론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보정같은 건 필요 없다.
90도 코너에서 뒤가 밀리지 않을까 생각하며 과감히 핸들을 돌렸지만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차체가 기우는 정도였을 뿐 타이어는 한 치도 밀리지 않는다. 확실히 서스펜션과 타이어 조합은 단단하게 하체를 지탱하고 있다.

드라이빙 모드는 에코, 스포츠, 노멀 모드가 있다. 에코 모드와 스포츠모드는 계기판에 표시등이 뜬다. 에코 모드에서는 가속 반응이 늦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은 뒤 탄력을 느끼기까지 시간 차가 크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시간차가 확실히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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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을 높인 만큼 중요한 게 제동성능이다. 앞바퀴에 17인치 디스크를 적용해 제동성능을 확보했다. 고속에서 조심스럽게 브레이크를 밟고, 좀 더 과감하게 밟아봤다. 속도를 줄이는데 무리가 없다. 자연스럽게 원하는 만큼 컨트롤할 수 있다. 극한 속도로 가속과 제동을 반복하는 서킷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일반 주행상황에서는 충분히 차체를 제어하는 제동장치다.

타이트하게 몸에 밀착하는 시트는 운전자와 차체를 하나의 몸으로 묶어준다. 엉덩이와 옆구리를 받쳐주는 느낌이 좋다. 오렌지 컬러 스티치로 포인트를 준 가죽시트는 실내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성능과 연비를 함께 잡았다고는 하지만 이 차의 복합연비는 10.8km/L다. 4등급. 고성능을 즐긴다고 마구 밟아대면 이 정도 연비마저 포기해야 한다. 연비 때문에 고성능을 포기하고 살살 경제운전을 한다면 고성능 세단의 의미가 사라진다. 쏘나타 터보의 딜레마다.

실내는 직선이 주를 이루는 센터페시아 덕분에 딱 각이 잡힌 느낌이다. 잘 정돈된 인테리어는 견고하고 고집스럽게 다가온다. 그 고집이 싫지 않았다. 쏘나타라면 이제 자기 고집을 부릴 때도 됐다.
실내는 적당히 넓다. 호화롭고 여유로운 공간은 아니지만 뒷좌석에서 다리 꼬고 앉을 정도는 된다. 센터 터널은 살짝 솟은 정도라 공간효율을 해치지 않는다. 뒷좌석에 셋이 편하게 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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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지붕까지 유리로 덮인 선루프는 탁 트인 하늘을 시원하게 보여준다. 선루프는 뒷좌석 승객이 더 좋아한다.

트렁크는 넓다. 골프백 4개가 들어간다. 잘 넣으면 보스톤백까지도 트렁크에 넣을 수 있다. 트렁크 아래, 스페어타이어가 있어야할 공간은 비어있다. 스페어타이어 대신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컴프레서 등이 비치됐다. 5분이면 긴급출동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다. 스페어타이어가 없어도 크게 불편할 일은 없다. 적어도 한국에선 그렇다.

쏘나타 2.0 터보는 터보 모델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 매시 타입 디자인의 프론트 범퍼, 반광 크롬 사이드실 몰딩 등을 적용해 디자인을 차별화했다. 리어 스포일러와 듀얼 트윈팁 머플러도 쏘나타 터보만의 특징이다. LF 쏘나타의 안정된 디자인에 디테일에 변화를 주면서 스스로의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쏘나타 터보는 쏘나타 라인업에 5번째 파워트레인이다. 현대차는 쏘나타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7개 파워 트레인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고객들의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 더욱 촘촘한 그물을 짜는 것이다.

중형세단에서 탈출한 소비자들은 SUV로 몰리고 있다. 최근의 시장 상황이 이를 잘 말해준다. 세단이 지겨워진 이들이 뭔가 새로운 다른 차를 찾는 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운전하는 즐거움이 큰 고성능 중형세단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중형세단 시장의 축소는 피할 수 없는 흐름      이다. 다만 쏘나타 터보 같은 모델을 투입해 차종 다양화를 이룬다면 어느 정도 이 같은 추세를 완화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쏘나타 2.0 터보는 두 개의 트림으로 운영되며 판매 가격은 스마트 모델이 2,695만원 익스클루시브 모델이 3,2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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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핸들이 무겁다. 고속에서는 물론 중저속에서도 핸들이 무겁다. 편안하게 쥐고 가는 게 아니라 힘을 줘서 지탱하는 기분이다. 전동모터를 랙기어에 장착한 랙구동형 MDPS를 적용했다는 데 실제 느낌은 무거운 편이다. 여성 드라이버라면 힘들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티어링휠의 반발력을 적당한 수준으로 다시 세팅하는 게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