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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에 선 ‘힘’, 벤츠 GLA 200 C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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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GLA다. 컴팩트 SUV다. 벤츠니까 당연히 프리미엄이다. 프리미엄 컴팩트 SUV. 주력 모델의 틈새를 매우면 맡은바 소임을 다하는 차종인데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틈새가 아니라 새로운 주력으로 떠오를 만큼 기세가 높다. 너도나도 컴팩트 SUV를 내놓고 있어 틈새차종들이 아예 시장을 말아먹을 기세다. 벤츠의 컴팩트 SUV는 뭐가 다를까. GLA를 뜯어보기로 한다. GLA 뱃지를 달고 국내에서 팔리는 차는 두 종류, GLA 200CDI와 GLA AMG 4매틱 두 종류다. 360마력의 괴력을 자랑하는 AMG 모델은 뒤로하고 GLA 200 CDI를 택했다.

벤츠가 만드는 5번째 SUV다. G, L, A를 한글자판으로 두드리면 ‘힘’이라는 글자가 된다. 뉴 GLA, ‘새 힘’이다. SUV라고 하지만 세단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SUV는 높다는 인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차 높이는 1,510mm로 다른 세단들보다 조금 더 높아 보일 뿐이다. AMG 모델은 높이가 1,479mm로 더 낮다. 주차장에 세워두고 다른 차들과 비교해보면 안다. SUV와 세단 사이, 거기에 GLA가 ‘힘’ 차게 서있다.

길이 4,440mm로 코가 길고 뒤는 짧다. 세단으로 치면 꽁지가 없는 해치백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 끝이 안보여 주차할 때 가늠하기가 어렵다. 주차 보조 센서가 있어 문제될 건 없다. 눈 대신 귀에 의지하면 된다.

차폭은 1,805mm다. 차폭의 마지노선 1,800mm를 지켰다. 더 좁으면 옹색하고 더 넓으면 부담스럽다.

부담 없는 크기에 깔끔한 디자인이다. 차의 앞뒤에 붙어있는 삼각별 때문이 아니다. 이를 떼어내도 눈길을 잡아끈다. 과장된 선도 화려한 치장도 없다. 단정한 모습에 당당한 자신감이 묻어있다.

실내는 고급스럽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차급에 맞춘 적당한 고급감이 편안하다. 시트는 몸을 편안하게 받아준다. 맞춰 입은 옷처럼 엉덩이와 허리를 잘 지지한다. 변속레버는 핸들 아래로 배치해 센터페시아와 센터콘솔로 이어지는 운전석 우측 공간을 한결 여유 있게 해준다.

뒷좌석은 좁지 않다. 하지만 센터터널이 걸린다. 하지만 공간의 효율성은 크게 떨어뜨린다. 뒷좌석 가운데 앉은 사람에겐 매우 불편한 부분이다. 앞바퀴굴림 방식이지만 사륜구동인 4매틱까지 고려해야하는 만큼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해는 하지만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

2,143cc 직렬 4기통 디젤엔진은 136마력의 힘을 3,200~4,000rpm 구간에서 고르게 토해낸다. 최대토크 30.6kgm은 1,400~3,000rpm 구간에서 유지된다. 가변식 터빈 노즐이 장착된 터보차저를 적용해 전 구간에서 높은 토크가 발휘된다. 최대 토크 구간을 넘기면 최대출력이 바통을 넘겨받는다. 4세대 커먼레일 디젤 기술을 적용해 연료 분사 압력을 1,800바까지 높였다.

첫발은 무겁다. 뒤에서 잡아당기는 느낌이 든다. 사이드 브레이크가 채워졌나 살펴봤을 정도.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디젤 엔진 특유의 굵은 힘으로 공차중량 1,580kg인 차체를 여유 있게 끌고 달린다.

노면 쇼크는 대체로 여유 있게 받아 넘기며 부드럽게 달리지만 때로는 뱉어내듯 반발하며 받아칠 때도 있다.

핸들은 2.4회전한다. 무척 예민한 조향비다. SUV보다는 스포츠세단에 어울리는 세팅이다. 와인딩 로드에서 거침이 없다. 좌로, 우로 단단하게 도로를 지탱하며 코너웍을 구사한다. 앞바퀴굴림이라 뒤가 가벼운데도 부담이 없다. 도심형 SUV로는 손색이 없다.

가속력도 발군이다. 꾹 밟으면 튀어나가는 반응이 제법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가속하면 4,200rpm을 터치하고 시프트업이 일어나고 rpm은 3,000까지 후퇴한다. 굵고 힘 있는 엔진 사운드도 매력 있게 다가온다.

엔진과 궁합을 맞추는 변속기는 7단 DCT다. 더블 클러치. 두 개의 축으로 1, 3, 5단과 2, 4, 6단을 나눠 조합하는 변속기로 빠른 변속타이밍이 생명이다. 변속비는 평범하지 않다.

1~7단 변속비는 이렇다. 3.86/2.43/2.67/1.05/0.78/1.05/0.84. 2단이 3단보다 낮고, 4단이 5단보다 낮다. 일반 변속기라면 있을 수 없는 기어비다. 4, 6단이 같은 기어비이고 5, 7단은 오히려 역전됐다. 들쭉날쭉한 기어비가 가능한 이유는 파이널기어가 두 개인데서 찾을 수 있다.
1, 2, 4, 5단과 후진이 한조를 이뤄 종감속비 4.13인 액슬에 물린다. 또 다른 조합인 3, 6, 7단의 종감속비는 2.39다. 1, 3, 5단과 2, 4, 6으로 한조를 이룬다는 더블클러치의 공식을 깼다. 두 개의 축에 물리는 파이널 기어의 종감속비가 서로 달라 각 들쭉날쭉한 기어비의 오차를 최종적으로 고르게 조율해 낸다.

왜 이런 복잡한 구조를 택했을까. CLA와 A 클래스에 적용된 7단 DCT도 같은 변속기를 사용한데서 힌트를 구해본다. 모두 엔진을 가로배치하는 앞바퀴굴림 기반인 차종들이다. 앞바퀴굴림 기반의 가로배치 엔진에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차가 멈추면 엔진이 따라 멈춘다. 에코 스타트 스톱 기능이다. 잠시 호흡을 멈춘다고 죽은 것은 아니다. 움직임을 멈춘 순간 숨을 멈춘 엔진은 다시 차가 움직여야 할 때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힘찬 움직임을 이어간다.
연료 한 방울을 아끼려는 기술의 결정체다. 사용자가 직접 그 작동을 느끼고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상징적인 기술이다.

스타트 스톱 기능은 브레이크 홀드 모드와도 호흡을 잘 맞춘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와 함께 엔진이 멈추고 브레이크 홀드 상태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도 엔진은 스톱 상태를 유지한다. 다시 가속페달을 밟아야 비로소 참았던 숨을 토해낸다.

주행모드는 E, M, S에서 택할 수 있다. 별도의 E 버튼은 스타트 스톱 작동을 컨트롤하기 위한 버튼이다. 덕분에 스포츠 모드에서도 정지시 엔진이 꺼지게 할 수 있다.

놀라운 건 충돌 방지 어시스트다. 앞차와 너무 가까워져 충돌위험이 있을 때 계기판에 경고등을 띄워 주의를 준다. 운전자가 급제동을 하면 브레이크 어시스트 시스템과 연계해 최대한 빨리 제동을 해준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자동차가 스스로 제동을 해 충돌을 피하거나 피해를 최소화 해준다.

복합 연비는 16.2km/L로 1등급에 해당한다. 연료비 부담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판매가격은 4,860만원.

오종훈의 단도직입
센터페시아에 컬러 디스플레이가 외부로 돌출되어 있다. 위험하다. 대시보드의 모든 장치들은 최악의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충돌사고나 급제동시에 치명적인 상해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보기에 좋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치명적인 독이 된다. 자랑을 하고 싶겠지만 자제해야 했다. B필러와 C 필러는 두껍다. 고개를 돌려 직접 시야를 확인할 때 시선을 가로 막는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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