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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혼다 CR-V “디젤 지겹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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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 바람이 거세다. 준중형세단급 가격에 살 수 있는 SUV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런 바람은 90년대 중반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토요타 RAV-4, 미쓰비시 파제로 미니, CR-V 등이 속속 데뷔하면서 소형 SUV라는 또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 낸다. 그보다 앞서 기아차가 스포티지로 먼저 소형 SUV를 만들어냈지만 아쉽게도 그 명맥을 잇지는 못했다.

일본의 소형 SUV를 대표하는 차중 하나 혼다 CR-V가 최근 신형 모델을 내놓았다. 95년에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20년, 2004년 한국에 선보인 지 10년 만에 4세대 모델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로 한국에 왔다. 일본차지만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이다.

HID 헤드램프를 처음 적용했고 프런트 그릴도 달라졌다. 안개등을 포함한 범퍼 주변 디자인도 한결 더 세련된 모습으로 변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모습이다. 잘 생겼다.

길이 4,555mm, 너비 1,820mm, 높이 1,685mm로 르노삼성차의 QM5보다 30mm 정도 길다. 크기로 본다면 소형 SUV 급이다. 하지만 엔진은 2,356cc로 준대형급과도 맞먹는다.

스마트 엔트리 시스템 덕분에 잠긴 문을 열고 시동을 걸 때에도 키를 주머니에서 꺼낼 필요가 없다. 몸에 지니고만 있으면 된다.

시트는 편안하게 받쳐준다. 몸을 꽉 잡아주는 게 아니라 느슨하지만 편안하게 지지해 준다. 뒷좌석은 6:4로 분리되고 단 한번 조작으로 접을 수 있다. 뒷좌석 바닥 공간은 평평해서 유효공간이 넓다. 뒷좌석에 앉아도 좁다는 느낌이 없다. 5명이 타도 비좁지 않다. 2개의 앞좌석에는 등받이까지 열선이 있다. 추운 날 운전석에 앉으면 아랫목 부럽지 않은 따뜻함을 느낀다.

파워 테일게이트는 운전석에서 버튼을 눌러 여닫을 수 있다. 트렁크를 열려고 차에서 내릴 필요가 없다.

센터페시아에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모니터가 자리했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를 통해 연동한다. 일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과도 연동한다. 센터콘솔 안에는 USB 단자 2개, HDMI 단자 1개가 자리했다. 스마트 기기나 영상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빨간색 시동버튼은 시선을 집중시킨다. 강렬한 빨간색이 인상적이다. 스티어링 휠 왼편에는 녹색 ‘에코’ 버튼이 자리했다. 연비 위주의 경제주행을 위한 장치다. 핸들에 올려놓은 버튼들은 촉감이 아주 좋다. 자꾸 손이 간다.

차창은 넓다. 시트를 가장 아래로 내려도 차창이 어깨 아래에 위치한다. 덕분에 시원하게 탁 트인 시야를 만끽할 수 있다. 선루프도 원터치로 작동한다. 운전하면서 선루프가 완전히 열릴 때까지 버튼을 누르고 있지 않아도 된다.

핸들은 2.7 회전한다. 작은 차체에 예민한 핸들링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226/60R 18 사이즈의 던롭 타이어가 노면을 확실하게 붙들고 구동력을 확보한다. 여기에 전륜구동 기반의 전자식 4WD 시스템이 더해져 코너를 공략하는데 부담이 없다. 가속페달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리듬을 타며 왈츠를 추듯 부드럽게 코너를 빠져나간다. 게다가 CR-V는 무게 중심을 낮춘 저중심 설계를 통해 만들어졌다. 주행안정감이 우수한 이유들이다.

첫 발을 떼면 가솔린 엔진 특유의 부드럽고 경쾌한 반응이 부드럽게 전해온다. 조용하고 사뿐거리지만 충분한 힘을 느낀다. 잃어버렸던 가솔린 엔진의 감각이 반갑다. 조용하고 빠르다. 가솔린 엔진이 반가운 건 디젤엔진이 시장을 장악했다는 반증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아무 저항 없이 바닥까지 밟힌다. 반응도 빠르다. 가솔린 특유의 가늘고 경쾌한 엔진 소리가 살아나면서 속도를 빠르게 끌어 올린다. 가속 페달을 완전히 밟으면 엔진 소리가 먼저 저만큼 앞서 나간다. 시끄러운 수준이다. rpm을 보면 이해가 간다. 무단변속기가 7,000rpm까지 엔진 회전수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올라간 RPM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가속을 이어간다.

2.4리터 직분사식 DOHC i-VTEC 엔진은 6,400rpm에서 최고출력 188마력을 뿜는다. 7,000부터가 레드존이다. 최대토크 25.0kgm은 3,900rpm에서 나온다. 고회전 영역에서 힘을 제대로 쓰는 엔진이다.

하지만 일상 주행 영역에서는 엔진이 그렇게 바쁘지 않아도 된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500 수준으로 아주 여유롭게 달린다. 엔진 회전수가 낮아도 충분히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말이다. 거칠게 밀어붙이는 운전도 잘 받아내지만 부드럽게 차근차근 밀어 올리는 가속을 통해서도 원하는 만큼의 속도를 만날 수 있다. 연인과 밀당을 하듯 차분하게 밀어 올리면 CR-V도 거부하지 않고 화답한다.

크루즈컨트롤을 이용해 순항하면 얌전한 순둥이가 된다. 창 밖 풍경을 여유 있게 감상하며 편안한 운전을 하기에 제격이다.

스포츠모드에서는 좀 더 강하고 날카로운 힘이 솟는다. 시속 100km에서 2,900rpm으로 커버한다. 그만큼 엔진을 더 쓰면서 발군의 순발력을 발휘하는 것. 여유로운 밀당에서 신경질적인 그녀와의 싸움이 시작되는 셈이다. 밟으면 튕겨나가고 떼면 즉각 속도를 줄인다. 신경질은 부리지만 말은 잘 듣는다. 무턱대고 밟아대며 헛힘 쓰기보다는 차와의 밀당을 즐기는 운전이 더 효과적이다.

에코버튼을 누르면 연비 우선으로 차가 반응 한다. 계기판에 초록색 새싹이 표시되고 초록색 바탕선이 표시된다. RPM을 더 높이면 선은 흰색으로 변한다. 계기판 바탕색만으로도 경제운전 여부를 알 수 있다.

우회전 깜빡이 넣으면 센터페시아의 모니터에 차 뒷부분이 사각 없이 보인다. 사이드 미러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영상을 비춰주는 것. 사이드미러에도, 센터페이사에도 후방영상이 비춰진다. 눈은 어디를 봐야 하는지 순간적으로 흔들린다. 사각지대를 없앤 시야를 제공해 유용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시선에 혼란을 줄 수도 있겠다.
복합 연비는 11.6km/L다. 디젤엔진의 높은 연비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동의하기 힘들겠지만 배기량 2.4리터 가솔린 엔진의 연비로는 아주 우수하다.

디젤이 장악한 시장에서 혼다는 여전히 가솔린 중심의 라인업을 고집하고 있다. CR-V만 놓고 보면 상황은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가솔린 값이 싸고 소형 SUV가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세단 말고 다른 차를 찾는 이들에게, 디젤이 지겨운 이들에게, 가솔린 소형 SUV만큼 좋은 대안은 없다. CR-V는 이렇게 속삭이고 있다. “디젤 지겹지 않아?”

오종훈의 단도직입
변속레버는 고전적인 일자형이다. 스텝 트로닉이니 H 매틱이니 하는 이름조차 따로 부르지 않을 만큼 수동변속 기능을 가진 자동변속레버가 일반화된 요즘 일자형 변속레버는 어색하다. 그나마 변속감과 정확도도 떨어진다. 레버를 옮길 때 반응이 거칠어 D를 택하려는데 S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센터 페시아 위쪽의 별도 표시창에 연비와 시계가 표시된다. 굳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그걸 저기에 왜 만들었을까. 없어도 좋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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