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를 사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예전 직장 선배가 연락이 왔다. 중고차를 사려는 데 적당한 차 추천 좀 해달라는 것이다. 예산은 등록까지 2,000만원. 수입차를 포함해 몇 개 차종을 추천했고 왜건 스타일인 i40 디젤로 결정했다.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끄는 국산차로 흔치않은 외모, 왜건의 기능성, 디젤엔진의 경제성 등이 추천 포인트였다. 밝은 컬러가 좋을 듯했지만 그는 검정색으로 결정을 하고 매물 검색에 들어갔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해 주행거리 6만km 전후의 비교적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매물을 찾았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매물이 있다는 강남의 한 중고차 단지를 찾아간 그는 정글에 내던져진 먹잇감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호객꾼들을 외면하고 약속한 곳에서 차를 볼 수 있었다. 미끼매물은 아니었다. 검색을 통해 찍어놓은 차가 주차장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판매하는 중고차 상사가 달랐고 가격도 비쌌다. 검색을 통해 알아본 매매상사는 없어졌다했고 압류를 해지하는데 든 비용이라며 120만원을 더 부르더라는 것. 시승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나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거 어째야 해?”
전화로 상황을 전해들은 나는 난감했다. 현장에 함께 가지 않아서 정확하게 상황판단이 되지 않았다. 매매상사와 가격이 달랐고, 시승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하고, 당시 상담하던 직원이 신분증을 패용하고 있지 않다는 말을 전해들은 나는 “일단 철수”를 권했다.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선배는 아쉬워하면서 내 말을 따랐다.
나는 좀 더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서 찾아보자고 한 뒤 주변의 신차 영업소를 통해 i40 중고차가 있으면 연락해줄 것을 요청했다. i40가 흔한 차는 아니어서 오래 기다려야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 곧 연락이 왔다. 마침 딱 맞는 차가 있다는 것이다. 연락을 받은 선배가 소개해준 중고차 업자를 만나러 갔다. 전화가 왔다. “야, 이거 그 차야”
며칠 전에 중고차 단지에 찾아가서 봤던 그 차였다. 가격도 120만원이 더 비싼 가격 그대로였다. 이건 뭐지? 판단이 안됐다. 신뢰할 수 없는 이유로 매매를 거절했던 차인데 고르다보니 또 그 차와 마주한 것이다. 나는 알아서 판단하시라 하고 조언을 아꼈다.
그는 결국 그 차를 구매하기로 했다. 중고차 성능점검 기록부를 발부받고 필요한 정비를 꼼꼼히 다 해주는 모습에 만족해했다. 차를 중계한 업자가 2~3명이 얽혀 있어 가격이 조금 더 오른 것이라는 솔직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같은 차를 두고 이처럼 판단이 다른 것은 결국 차의 문제가 아니라 매매 시스템의 문제였다. 중계업자를 신뢰할 수 있느냐 없느냐 였던 것. 구매자가 중고차 시장에 직접 갔을 때에는 ‘사방이 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 설명도 내편에서 나를 위해 조언해주는 게 아니라 매매를 성사시키려는 압박으로 들린다. 그야말로 맹수들이 드글거리는 정글에 내던져진 먹잇감 신세처럼 느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달랐다. 중계업자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소개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 두 사람을 매개로 연결고리가 생겼기 때문에 중계업자가 적어도 악의적인 의도를 숨기고 차를 팔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 차에 문제가 생긴다면 소개시켜준 사람들을 통해 압박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똑 같은 차를 두고 첫 번째에는 거래가 불발됐고 두 번째에는 거래가 성사될 수 있었던 이유다.
중고차 사업자들은 이 대목에서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까. 인적 네트워크가 끼어들지 않아도 구매자의 신뢰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성능점검기록부를 제공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조치다.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제공, 구매자를 위축시키지 않는 환경, 그리고 문제 발생 시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해줄 수 있는, 지금보다 강력한 제도적 장치 등이 갖춰진다면 중고차 사기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쉽고 편해지지 않을까.
결국 등록비용까지 포함해 총 2.000만으로 중고 i40를 산 그 선배는 만족해하는 것 같다. 안동으로 시승을 겸한 여행을 갔다 온 뒤의 평이다. “1.7인데 잘나가. 연비도 좋고. 고마워!” 하지만 두렵다. “차가 이상해” 하는 전화는 받고 싶지 않다. 그저 그 선배의 i40가 잘 달려주기만을 바랄밖에…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