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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숨은 진주, i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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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주는 이가 많지않아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미미한 차, i40를 만났다. 현대차 라인업 중에서 이만큼 존재감 희박한 차가 또 있을까 싶을만큼 조용히 숨어있는 차다.

i40는 현대차의 유럽 전략 차종으로 4년 전인 2011년에 출시됐다. 당시만해도 주력모델은 왜건이었다. 출시할 때부터 국내 시장은 왜건의 무덤이라는 우려가 컸다. 아니나 다를까. i40의 국내 성적은 초라했다. 지난해 판매량이 3331대. 그나마 60% 정도가 세단모델이었다. 왜건 비중은 40% 머물렀다. 알다가도 모를게 소비자들의 마음이다. ‘유럽차’는 좋아하지만 ‘유럽차처럼 만든 국산차’에겐 냉랭하다.

i40의 주력을 세단으로 교체한 것일까. 시승회에 나온 차들이 왜건은 없고 세단 일색이다.  i40 디젤 세단 D스펙을 타고 춘천고속도로를 달렸다.

현대차의 패밀리룩으로 자리 잡은 헥사고날을 큼직하게 배치하고 사선으로 치켜뜬 눈처럼 부리부리한 헤드램프가 간결하지만 힘 있는 앞모습을 만들고 있다. 범퍼 아래에 배치한 LED 안개등 주변은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휠 하우스와 연결되는 에어커튼이다. 현대차가 밝히는 이 차의 공기저항계수는 0.27. 상당한 수준이다.

옆에서 보면 차창이 좁고 보디가 두껍다. 18인치 휠이 커보이지 않는 이유다. C 필러는 트렁크 리드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연결됐다.

인테리어는 적당히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촉감이 좋다. 가죽으로 감싼 핸들의 굵은 그립감, 센터페시아의 버튼들과 마주하는 손끝이 느끼는 촉감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 광택이 없는 검정패널은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재질이다. 내장재의 마무리도 야무지다. 지붕 틈새의 들뜸도 없고 재질의 단면도 드러나지 않는다. 틈새로 손을 넣어보면 실감할 수 있다.

유로 6 기준을 만족시키는 배기량 1.7리터의 디젤엔진은 가변터보차저를 적용해 4,000rpm에서 최고출력 141마력의 힘을 낸다. 최대토크는 34.7kgm으로 1,750~2,500rpm 구간에서 터진다. 2.0 디젤 엔진을 뛰어넘은 힘이다. 다운사이징의 모범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가 경쟁차종으로 직접 지목한 폭스바겐 파사트를 뛰어넘는 힘이다.

힘은 잘 길들여졌다. 힘의 질감이 느껴진다. 소리만 앞서가며 거친 느낌을 주는 게 아니라 조용하게 꾸준히 가속을 이어간다.

가속을 하면 빠르게 변속이 이어지며 부드럽게 속도를 높여간다. 현대차가 독자 개발했다는 7단 DCT를 적용했다. 두 개의 클러치를 사용해 변속시간을 빠르게 해 힘과 연료의 낭비를 막는 변속기다. 가속을 이어가면 4,200rpm을 찍고 3,200rpm까지 후퇴한 뒤 다시 치고 오른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1800 수준으로 안정된 모습이다. 차분하고 잔잔하다. 속도를 조금씩 더 높였다. 의외로 조용했다. 시속 140km에서 옆 사람과 속삭이는 대화가 가능할 정도다. 시끄러운 엔진소리를 실내에서 들리지 않게 하는 게 아니라 엔진소리 자체가 크지 않다. 가정교육 잘 받은 아이가 소곤소곤 얘기하듯 큰 소리 내지 않고 움직인다.

2.8 회전하는 핸들은 깔끔하게 코너를 마무리한다. 단단한, 하지만 튀지 않는 서스펜션과 225/45R 18 사이즈의 한국타이어 벤투스 프라임 타이어가 힘을 더한 결과다. ‘선회가속 제어장치’도 있다. 급한 코너에서 구동력과 제동력을 적절히 제어해 안정적으로 달리게 해주는 장치다.

편안한 승차감도 인상적이다. 단단한 서스펜션이지만 전혀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다. 하체가 차체를 적절한 수준에서 지지하고 흔들림을 억제하는 편안함은 수준급이다.

ISG 기능은 브레이크 홀드 모드와 싸우지 않는다. 차가 멈추면 엔진도 따라 멈추고 홀드모드를 작동시키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시동은 정지상태를 유지한다. 가속페달을 밟는 시점에 시동이 걸린다. 홀드모드를 해제하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시동이 다시 걸린다.

브레이크는 부드럽고 정확했다. 성인 3명을 태우고 빠른 속도에서 제동을 했다. 부담이 없다. 여유롭게 속도를 줄였다.

놀라운 건 연비다. 1,555kg의 공차중량에 성인 남자 3명을 태우고 정속주행과는 상관없이 고속과 저속, 브레이크 작동을 반복하며 운전했다. 연비 측면에서는 최악의 운행인 셈인데 60여km를 달린 뒤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12.0km/L 정도였다. 동료 기자가 운전해 돌아올 때에는 정속 주행 위주로 교통흐름을 따라 운행해서 22km/L의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차분하게 운전한다면 이 차의 복합연비 16.2km/L를 확인하기는 어렵지 않겠다.

블루링크 2.0은 현대차의 큰 자랑이다. 수입차들이 따라오기 힘든 수준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7인치 스마트 내비게이션은 선명하게 지도를 보여주고 소리만 듣고도 운전할 수 있을 만큼 상세하게 길을 안내한다.

i40 디젤의 판매가격은 세단이 2,745만~3,125만원, 왜건은 2,845만~3,305만원이다. 가솔린 모델은 250만원이 싸다.

폭스바겐 파사트와 비교해보면 대부분의 면에서 i40가 앞선다. 출력은 강하고 가격은 훨씬 싸다. 스마트폰으로 차를 제어하고 SOS 긴급구난 기능과 센터와 원터치로 연결되는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블루링크 2.0은 편의 및 안전면에서 압도적인 우월함을 제공한다. 파사트의 우위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쏘나타와의 비교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많은 이들이 타는 중형세단의 대표가 쏘나타라면 i40는 많이 팔리지 않는 덕에 ‘희소성’이라는 가치가 있다. 가격은 i40가 조금 더 비싼 편이다. 각각의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i40는 숨은 진주다. 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 이정협을 발탁한 슈틀리케 감독의 눈을 가진 소비자라면 i40를 놓칠 리가 없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뒷좌석 가운데 좌석은 머리 윗공간이 좁다. 선루프 때문에 지붕이 튀어나와있기 때문이다. 좁은 공간이 주는 압박은 심하다. 선루프를 택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뒷모습은 산만하다. 지붕 끝선에 브레이크램프를 추가했고,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도 곡선을 많이 사용해 멋을 부렸다. 범퍼 윗부분의 크롬라인, 범퍼 아래 좌우로 배치한 빨간 보조등, 그 아래 트윈 머플러. 뒷모습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일체감없이 제각각 흩어져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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