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AutoDiary

미니 5도어, 미워할 수 없는 장난꾸러기

DSC00626

로언 앳킨슨 주연의 코미디 ‘미스터 빈’에는 오리지널 미니 쿠퍼가 등장해 많은 웃음을 선사한다. 그 웃음을 간직한 로버 미니는 독일 기업 BMW의 품에 안긴 지 오래다. 서민의 애환을 담은 작은 차 미니에서, 사이즈로만 보면 미디엄 쯤으로 커지고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간직한 고급차로 변했지만 그래도 미니는 미니다. 코믹한 캐릭터는 삶 속에서 다양한 재미를 전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아이콘으로 진화했다.

여전히 미니는 재미있다. 곳곳에 배치된 개그코드가 웃음을 유발한다. 생김새부터 그렇다. 문학 장르로 치자면 코미디다. 미니를 마주하고는 어느 누구도 진지해질 수 없다. 장난처럼 만들어놓은 차를 보면 미소가 절로 번진다. 그렇지 않은 이가 있다면, 미니를 보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진지하게 무엇인가를 말한다면 문제 있는 사람이다. 어떻게 이 차를 보면서 웃지 않을 수 있을까. 벽시계만큼 큰 원형 계기판을 차 한 가운데 배치하는가 하면, 컨버터블 모델에서는 지붕을 열고 다니는 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 작은 미니를 가지고 아주 다양한 보디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도 재미있다. 재미를 넘어 경이로운 수준. 컨버터블, 쿠페, 심지어 사륜구동을 집어넣은 SUV까지 모든 보디 형식을 다 소화해낸다. 다른 차에서는 도저히 시도할 수 없는 일을 미니는 태연히 해낸다. 미니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런 이력을 보면 미니 5도어의 등장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이번 5도어 해치백의 등장이 신기하지 않은 이유다.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 눈은 새로 나온 미니 5도어를 보고 있지만 머릿속은 그 다음을 궁금해 한다. 다음엔 뭘까. 미니에는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

‘더 뉴 미니 5도어 쿠퍼 SD’를 타고 3일간 시승했다.

기존 미니 해치백보다 조금 더 커졌다. 길이 4,005mm, 너비 1,727mm, 높이 1,425mm로 길이와 높이가 각각 161mm, 11mm가 늘었다. 휠베이스도 72mm가 늘어난 2567mm로 확장했다. 커진 만큼 실내 공간이 늘었고 주행안정감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늘어난 공간의 대부분은 3개의 시트가 마련된 뒷좌석 몫이다. 무릎 앞으로 37mm가 더 확보돼 제대로 앉을 수 있다.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 공간이 최대 941리터까지 확장된다.

머리 윗공간이 넓어져 지붕이 누르는 압박감도 사라졌다. 앞창은 운전석과 멀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정도다. 운전석이 뒤로 물러앉아 마치 벙커 안에 들어온 느낌이다. 위를 보려면 고개를 숙여야할 때가 있다. 제일 앞에서 신호대기할 때 그랬다. 챙이 긴 모자를 쓰면 위를 보기 힘든, 그런 느낌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온통 동그라미다. 핸들, 핸들 위의 버튼, 핸들 너머 계기판, 센터페시아에 벽시계처럼 자리한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겸하는 정보 표시창, 그 아래 공조 버튼, 도어 핸들, 스피커, 변속레버를 감싸는 부분 등등 수 없이 많은 동그라미들이 실내를 뒤덮었다.

시트는 허벅지 아랫부분까지 충분히 커버해준다. 특히 허리를 잘 잡아주는 시트다. 이리 구불, 저리 구불 이어지는 길에서 운전자의 몸을 잘 지탱해주는 시트는 결과적으로 차의 안정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드라이버의 몸이 안정되면 차의 안정감을 확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변속 레버 아래에는 주행모드를 스포츠와 그린으로 택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스포츠를 택하면 조금 신경질적인, 하지만 잘 달리는 아이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린 모드에서는 만사태평, 여유만만인 아이가 나온다. 주행 모드별로 주행 특성이 분명하게 드러나 필요에 따라 선택하기 좋다.
성능, 승차감은 잘 숙성됐다. 통통 튀는 승차감과 다소 거친 질감의 엔진출력은 신형 미니로 넘어오면서 잘 다듬어 더 이상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는 서울-부산 장거리를 뛰어도 몸이 힘들지 않겠다.

분명한 개성을 드러나는 디자인에 더해 잘 익은 엔진이 차의 완성도를 한껏 높이고 있다.

핸들을 돌려본다. 2.5 회전. 모두가 공감하는 미니의 고카트 같은 주행감의 원천이다. 직선로에서는 이 차를 제대로 맛보기 힘들다. 칼같은 코너링을 즐기기 위해선 와인딩 로드가 제격이다. 먼 길을 갈 때라면 마지막 한 구간은 고속도로를 버리고 국도를 타주는 게 미니를 제대로 타는 방법이다. 핸들로 전해지는 아주 작은 신호도 어김없이 차체로 증폭돼 전달된다. 굿이어 제품인 215/45R17 사이즈의 스노타이어는 한겨울 차가운 노면을 끈끈하게 물고 달린다.

미니의 새로운 트림으로 추간된 쿠퍼 SD에는 2.0리터 4기통 터보 디젤 엔진이 올라갔다. 최고 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6.7kg•m로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7.3초에 끊는다. 엔진은 이전보다 조용해졌고 힘의 질감도 훨씬 좋아졌다. 이리저리 다니며 장난만 치던 녀석이 조금 성숙해진 느낌이랄까. 기본적으로 거칠고 굵은 디젤엔진을 잘 숙성시켜 부드럽고 강한 힘을 만들어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완강히 버티는 킥다운 버튼을 만나다. 이를 넘어서서 바닥까지 페달을 붙이면 rpm은 4,300-3,000 구간을 왕복하며 속도를 높인다. 가속감은 제법 힘차다. 급가속 상태에서는 우측으로 쏠리는 토크 스티어 현상이 나타난다. 앞바퀴굴림차의 특성이다.

미니 커넥티드 시스템은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변속레버 아래 배치돼 있는 컨트롤러를 조작해 차 안에서 SNS를 즐길 수 있고, 뉴스를 볼 수도 있다. 운전자보다는 조수석에 앉은 승객이 더 즐겁다.

시승차인 미니 5도어 쿠퍼 SD의 판매가격은 4,490만원. 기본 모델인 미니 5도어 쿠퍼가 3,090만원, 프리미엄 옵션을 추가한 쿠퍼 하이 트림은 3,820만원, 최고급 옵션과 더불어 역동적인 주행능력을 만끽할 수 있는 쿠퍼 S는 4,340만원이다. 디젤 엔진을 적용한 쿠퍼D와 쿠퍼D 하이트림이 각각 3,340만원, 3,970만원이다. 폭 넓은 가격대로 라인업을 확보해 주머니 사정에 맞게 고를 수 있게 했다.

코미디는 처음이 재미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자극을 주기가 어렵다. 억지로 웃어달라고 구걸하는 수준이 되면 수명이 다 한 셈이다. 코미디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재미를 뽑아내고, 웃음을 주는 일이 사실은 전혀 우습지 않은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기게 하기 위해 코미디를 만드는 이들은 피말리는 스트레스를 감수하며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짜낸다.

미니 5도어는 여전히 재미있다. 편안함이 추가됐다. 억지스럽지 않다. 어쩌면 미니는 무대 위의 코미디언이 아니라 그냥 장난꾸러기인지 모르겠다. 일부러 재미를 주려고,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재미있게 즐겁게 장난을 치는, 생활이 장난인 장난꾸러기. 그러지 않고서야 같은 소재로 이렇게 오래, 다양한 모습으로 보는 이를 즐겁게 할 수는 없다. 분명한 건 장난꾸러기가 창의력 하나는 끝내준다는 사실이다.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장난꾸러기. 미니는 그런 차다.

사실은 그 이후가 궁금하다. 나올 수 있는 모든 게 다 나온 것 같은데, 여기서 끝일 것 같지는 않은 에감. 도대체 뭘까, 이 다음은. 녀석의 꿍꿍이가 궁금하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선루프를 열고 그 프레임을 손으로 만져보면 철의 날카로운 단면이 만져진다. 위험하다. 장난삼아 고개를 내밀수도 있는데 다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카롭지 않게 다듬어야 한다.
뒷좌석 한 가운데로 지나가는 센터터널은 마치 벽처럼 높게 솟았다. 이 때문에 뒷좌석 가운데 자리는 불편해진다. 사륜구동까지 감안한 플랫폼인 탓이다.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