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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맥스의 시작이다. 쌍용차 얘기다. 4년간 개발해온 티볼리가 이제 막 스타트 라인에 섰다. 이제부터 쌍용차의 클라이맥스가 시작된다.

티볼리. 가난한 집 옥동자다. 주인은 수시로 바뀌었다. 대우, 상하이, 마힌드라까지.  ‘한국인은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코란도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과거는 우울했다. 없는 집에 사연은 더 많은 법, 신문의 산업면보다 정치, 사회면에서 소식을 접할 일이 더 많았던 집이 쌍용자동차다.

그 우울함을 걷어내고 티볼리가 우리 앞에 섰다. 쌍용차의 부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새출발이다. 티볼리를 타고 여의도에서 파주 헤이리를 왕복하는 90km 구간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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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녀석이 눈길을 끈다. 다크 블루, 아이보리 컬러도 눈에 와 닿는다. 예쁜 녀석들. 잘 정돈된 앞모습. 헤드램프의 LED 아이라인이 예쁘다. 앞 뒤 휠 하우스를 강조하는 라인을 물고 측면을 파고드는 리어램프가 시작된다. 넥센타이어가 만든 215/45R18 사이즈의 타이어가 휠하우스를 꽉 채웠다. 휠은 검정색이다. 단단해 보인다.

길이 4,195mm, 너비 1,795mm, 높이 1,590mm. SUV다. 컴팩트 SUV 바람은 세계적으로 거세게 불고 있다. 이제 티볼리도 그 바람을 타고 날개를 폈다. 주문량이 벌써 5,000대에 이르렀다니 이륙은 순조로운 셈이다.

시트는 허리를 잘 잡아준다. 좌우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허리를 제대로 잡아주는 시트는 아주 유용하다. 센터페시아는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했다. 반짝이는 광택은 아름답지만 자주 닦아주지 않으면 지저분하게 보일 위험이 있다.

딱 좋은 공간. 5인승으로 부족하지 않다. 센터터널은 솟아있지 않아 뒷좌석의 유효공간을 넓혀준다. 트렁크 공간은 423리터로 여유롭다. 스페어타이어를 생략한 것 까지는 좋은데 응급수리키트도 보이지 않는다. 펑크 나면 긴급출동서비스를 이용하라는 얘기다.

가자, 티볼리! 여의도를 빠져나와 올림픽도로를 거쳐 자유로로 올랐다. 탁 트인 길에 수십 대의 티볼리가 쏟아지며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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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 엔진이다. 사뿐 거리는 발걸음이 디젤과는 사뭇 다르다. 1.6 가솔린 엔진은 직분사가 아닌 MPi 방식이다. 최고출력 126마력은 6,000rpm에서, 최대토크 16.0kgm는 4,600rpm에서 터진다. rpm을 높게 써야 이 차의 성능을 최대로 뽑을 수 있다. 엔진과 호흡을 맞추는 변속기는 일본 아이싱사의 6단 자동변속기다.

핸들에 손을 올렸다. 계기판에 타이어 정렬 방향이 표시된다. 좁은 공간에서 차를 움직이다가 생각지 못한 접촉사고를 피할 수 있다. 핸들은 정확히 3회전 한다. 전자식 파워스티어링은 스포츠, 컴포트, 노멀 모드로 반발력을 다르게 세팅할 수 있다. 드라이빙 모드와는 별도로 조절한다.
원형 핸들의 아래를 살짝 자른 D컷 핸들에는 열선이 내장돼 있다. 손이 따뜻해서 좋다.

변속레버는 센터 콘솔 쪽으로 조금 내려온 곳에 배치했다. 무심코 손을 내밀어 변속레버를 찾는데 허공이다. 변속레버에는 엄지손가락을 까딱이며 조절할 수 있는 토글 스위치가 있다. 수동변속 버튼이다. D 레인지에서는 토글 스위치를 움직여도 작동하지 않고 수동모드로 옮겨야 변속기가 반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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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차는 아니다. 100km/h 이상으로 속도를 올리면 엔진소리와 바람소리가 섞여 파고든다. 가솔린 엔진의 정숙함을 기대해선 안되겠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 소리가 마구마구 살아난다. 소리가 앞서 달리고 차는 그 뒤를 쫓아가는 느낌이다. 절대평가를 한다면 좋은 점수 받기 힘들다. 하지만 상대평가를 해야 한다. 차급과 가격을 고려하지 않는 절대평가는 의미가 없다. 2,000만 원대의 차에서 4,000~5,000만 원대의 성능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차의 성능을 100% 다 쓰려고 하면 차가 힘들어한다. 2,000rpm 수준에서 부드럽게 다루면 차는 운전자에게 순응하며 얌전하게 움직인다. 속도를 낼 때에도 차의 성능을 100% 뽑아내기보다 80% 정도에서 타협하며 다루는 게 좋겠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고 끝까지 몰아붙이면 rpm은 6,000과 4,700 사이에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속도를 높인다. 시원하게 고속주행을 이어갔다. 스포츠 모드와 윈터, 에코모드 3가지 드라이빙 모드가 있다. 기분을 내며 호쾌한 주행을 할 때에는 기름값 생각하지 말고 스포츠모드를 택해야 한다. 평소엔 에코 모드를 권한다. 차도 사람도 지갑도 편안해지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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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는 공차중량 1,300kg의 차체를 부담 없이 커버한다. 적당한 답력에 제동반응도 만족스럽다.

복합연비 12.0km/L로 3등급이다. 디젤 엔진의 높은 연비에 익숙한 이들에게 가솔린 엔진의 연비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가솔린 엔진으로선 제법 우수한 연비다. 최근 기름값이 많이 내리고 있어 가솔린 차의 입지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티볼리의 판매가격은 1,635만원부터 2,347만원 사이다. 준중형 세단과 겹치는 가격대다. SUV로서는 매우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준중형 세단들로서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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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을 마치고 키를 반납했다. 이별의 순간, 다시 티볼리를 돌아본다. 애틋하고 대견하다. 힘든 세월 버텨내며 태어난 차다. 이제 집안을 일으켜야할 책임을 져야 한다.  조용히 속삭였다. “달려라 티볼리, 날자 쌍용차”

때마침 낭보를 접했다. 쌍용차와 해고 노동자와의 대화가 시작됐다는 소식이다. 좋은 징조다. 비극의 절정에서 행복한 피날레로 대반전을 예감해 본다. 비키니 입은 소길댁과 티볼리. 그 소식 만큼은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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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HDMI 단자는 오버다. 센터페시아 아래에 USB 포드와 나란히 HDMI 단자가 있다. 고작 7인치 모니터를 가진 차 안에서 HDMI 단자를 이용할 일이 있을까 의문이다. 차별화도 좋지만 억지스럽다.
센터페시아는 광택이 있는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했다. 반짝이는 광택은 자주 닦아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손때, 지문 등이 묻어 금방 지저분해진다. 광택이 없는 게 더 낫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